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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해외 박사 학위 과정, 이렇게 힘들 줄이야

by 영국품절녀 2013. 3. 23.


매년 해외 및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박사 학위를 받고, 학위 과정을 시작합니다. 저희 신랑의 학과에도 1, 2년 먼저 시작한 동료 친구들은 학위를 받고 하나 둘씩 임용이 되는 등 자리를 잡아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요즘 박사 논문 마무리 중인 신랑은 그들을 보면서 동기 부여가 확실히 받고 있는 셈이지요. 이처럼 제 시간에 논문 제출 및 패스를 하고 학위를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중도에 포기 혹은 실패해서 귀국하는 경우도 꽤 됩니다.

 

저는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들 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영국에서 보니 의외로 박사 학위 실패 혹은 포기를 하는 비율이 꽤 되더라고요.

박사 논문을 쓸 능력이 없어 보이는 학생에게는 교수가 일찌감치 그만 두라고 하는가 하면,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중도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체 포기는 아닌데, 지도 교수 혹은 논문 주제가 바뀌는 바람에 점점 논문 제출이 늦춰지는 경우는 비일비재 합니다. 특히 영국의 오래된 대학교들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논문 일정을 계속 미뤄주면서 논문을 쓰는 기간을 장시간 주는가 하면, 일부 신생 학교들은 엄격하게 논문 일정에 맞춰서 제출하도록 압박을 합니다.

 

보통 3년 이상을 오로지 논문 집필 및 강의에 시간을 보내는 박사 과정 생들의 삶은 참 팍팍합니다. 부모의 풍족한 지원을 받거나 나이가 어린 혹은 싱글이라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일단 나이가 많고 자급 자족해야 하는 가장인 남자의 경우는 스트레스가 꽤 심한 편이지요. 울 신랑이 대표적인데요, 3년 동안 한국 한 달 딱 다녀오고, 런던 몇 번 다녀오고 흔한 유럽 여행 한 번 해 본 적이 없네요.

 

제 주변에는 박사생들이 꽤 있는데요, 그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즉 그들을 위한 에티켓이 있다는 것을 안 지 저도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저는 매일같이 집으로 귀가하는 신랑에게 가볍게 하루 일과에 대해 묻곤 합니다. "오늘 계획한 만큼 잘 됐어?, 얼마나 진행되었어?, 이번 달은 어디까지 끝내는 거야?, 교수는 뭐래?” 등등 신랑의 논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항상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신랑은 언제나 답을 해 주며, 자신의 일과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자신의 논문 상황에 대해 물어보지 않아도 설명해 줍니다. 그랬기 때문인지 저는 박사생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에티켓이 아님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언젠가 제 주변의 박사 과정 친구에게 똑같이 물어봤는데, 표정이 아주 안 좋은 거에요. 알고보니 그런 질문을 받고 싶지도 않고 대답하기도 싫은 거였지요. 논문 진행이 잘 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데, 친구가 꼬치꼬치 물어보는 게 싫기도 하겠지요. 물론 저도 눈치는 있기에 상당히 논문 집필이 지체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에 발견 한 것이 바로 아래의 PHD comic의 한 주제로 동감 백배에요.

 

 Grad Student etiquette

논문 진행 및 마감 등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박사생에 대한 에티켓이 아니래요.

 

주변의 영국 박사과정 생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박사 과정은 석사 때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영국 석사는 1년이라 무척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석사 때 에는 하라는 것 그저 끝내면 되니까, 단기간 반짝 힘들면 되었는데.... 박사 과정은 끊임없이 사람을 압박한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시간은 석사보다는 많지만 스트레스는 말로 할 수 없다.

 

박사 과정 생의 부인은 과부?? 

PHD Widow

 

박사생을 남편으로 둔 부인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아픔을 나누는 모임인가 봐요. "신랑이 졸업을 못 할 것 같아요~" 하며 울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정말 짠합니다. 학생 본인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부인도 정말 힘들거든요. 그저 유학생 아내가 되고 싶다는 분들, 삶이 만만치 않답니다.

 

특히 박사 논문 제출 몇 달 앞두고는 심신이 힘든 가 봅니다. 현재 울 신랑이 그런 단계에 있는데요, 신랑의 지도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논문 마무리 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지금은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오로지 논문 마무리에만 신경 써라. 지금은 그래야만 하는 시기니까.

 

드디어 신랑은 논문 초고를 끝냈습니다. 이제 남은 몇 달 동안 논문을 전체적으로 다듬고 마무리 해야겠지요. 다행히 잘 해나가고 있는 신랑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종종 지도 교수님들은 지친 신랑을 불러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줍니다. 최근에는 신랑의 흰머리를 몇 개 뽑아 주기도 했는데요, 흰머리가 더 생기기 전에 얼른 논문이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며칠 동안 지독한 감기를 앓았더니 심신이 약해지네요. 여러분~ 저희 부부에게 힘찬 응원과 기도 부탁드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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