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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류팬 아줌마 무시한 일본인 정체 알고 경악

by 영국품절녀 2013. 4. 2.

작년에 영국으로 어학 연수를 온 30대 중반의 일본 여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신랑이 일본어를 하기에 일본인 모임에 종종 초대받아 가게 되면서 그녀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았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본 일본인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람이었어요. 왜냐하면 스타일이 과거 일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기모노만 입으면 딱 이에요. 고개를 꼿꼿이 위로 들고 시선은 언제나 앞만 향하면서 총총 걸어 다니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어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일본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로, 사람들을 골라서 사귄다고 하는 거에요. 어린 일본인 학생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요. 꼭 나이가 30대 이상의 일본 사람들 및 외국인들하고만 친분을 유지했어요, 제가 보기에는 골라가면서 사람을 사귄다는 것보다는 아마도 대화가 잘 통하는 자신의 또래들과 만나는 것을 더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신랑이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그녀는 한류에 빠져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게다가 한국 연예인이 왔을 때 공항에 나가는 일본 아줌마들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면서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전해 듣고는 ‘그야 뭐,,, 한류 팬이 아닌 일본인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거니’ 이해하면서 가볍게 넘겼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점점 심해진다는 기사도 연일 나오곤 하니까요.

 

(출처: 연합)


마침내 그녀는 어학연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저희 부부를 송별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그녀의 초대를 받고 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순간 고민이 되는 거에요. 저희 집에서 그녀의 집이 꽤 멀었거든요.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남학생이 저희에게 그녀는 요리를 잘 하지도 못하니 저희에게 꼭 식사를 하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거에요. 그래도 송별 파티이고 초대까지 직접 받았는데 안 갈수는 없더라고요.

 

아무런 기대 없이 그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그녀는 고급 일본 음식들을 준비했습니다. 그녀가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요리 솜씨는 그 날 하루 자신의 송별 파티에 다 발휘한 거에요. 제가 지금까지 여러 일본인들의 식사 초대를 받았지만, 그렇게 훌륭한 일본 음식은 처음 먹어봤어요. 이를 테면 스시, 오꼬노미야키, 샐러드, 튀김, 야키소바 게다가 비싼 와인과 샴페인이 냉장고에 가득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날 아주 날을 잡았더군요. 앞 뒤가 훅~ 파인 드레스를 입고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반전의 시작입니다.

저는 그 날 그녀의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식사를 한참 하고 있는데, 어느 남자 가수의 노래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노트북의 화면에는 기모노를 입고 있는 그녀와 옆에 유럽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녀의 남자친구인 줄 알았어요.

제가 혹시 남자친구냐고 물으니까, 그녀는 아니라고 하면서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알고 보니 유럽 출신의 가수라고 했습니다.

 

전에 공항이며 한국까지 따라다니는 한류 팬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무시하듯이 말을 했던 그녀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녀와 대화를 했던 저와 신랑, 신랑의 친구인 일본인 남자는 그 여자의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쓴 돈만 해도 아마 고급 승용차 (그녀의 말을 정확히 옮기면 토요타 크라운: 약 5~6천 만원) 한 대를 살 정도는 될 거야.

그 이후의 말을 듣고는 왜 공항에서 기다리는 한류 팬 아줌마들을 이해 못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난 항상 그가 공연할 때 묵는 같은 고급 호텔을 예약해. 그래야지 호텔 식당에서 마주 칠 수 있거든. 그리고 그의 눈에 띄어야 하고, 내 존재감을 알려야 하니까 항상 호텔에서는 기모노를 입지.

 

본 내용과 관계는 전혀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요이 유우 (출처: 구글 이미지)

 

그녀는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그를 식당에서 기다리는 등 공연 기간 내내 그가 나타날 곳에서 기다린다고 했어요. 이런 전략이 성공했으니 그와 안면을 텄고, 호텔에서 찍은 사진들이 집안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어요. 위에서 본 사진도 그 중에 하나였지요.

 

자신의 부모님들도 자신을 못 말린다고 하면서, 작년 말로는 크리스마스 공연도 갈 것이라고 파티 내내 자신의 팬심에 대해 자랑을 하는데 듣고 있는 저는 그녀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일본 남자는 나중에 제 신랑에게 저 여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가족 혹은 자녀가 연예인에게 심하게 빠져서 일, 결혼도 안 하고 저렇게 돈만 쓰면서 돌아다닌다면 너무나 걱정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얼마나 걱정이 많을까요? 아무튼 자신의 행위는 단순한 팬을 넘어서 스토커(?) 수준이면서... 누구를 무시하는 것 인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참았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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