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한국인이 잘 모르는 스파게티 먹는 정통 방식

by 영국품절녀 2013. 7. 4.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은 먹는 것과 관련되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외국에 오래 살다 보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입니다. 코리아 타운이 있는 곳에 사시는 분들이야 한국 음식 생각날 때마다 비교적 쉽게 드실 수 있겠지만, 전 세계에 코리아 타운이 흔한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아서 근처에 한국 식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먹고 싶은 모든 한국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저는 근처 아시아 슈퍼마켓에서 한국 음식 재료를 일부라도 살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아무리 한국 음식을 거의 매일 해 먹는다고 할지라도, 가끔씩은 밥이외에 다른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가장 만만하고 자주 먹는 非한국 음식이 바로 파스타이지요. 영국에 온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 역시 자주 해 먹는 것이 다름 아닌 파스타입니다. 아마도 비용이 적게 들면서 쉽고 빠르게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집에서뿐 아니라 외식도 파스타를 먹는 경우가 많네요. ㅎㅎ

 

파스타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면으로 된 것을 스파게티라고 하는 듯 합니다. 이탈리아 친구에게 물어보니 사실 그 경계가 딱 구분 짓기 애매하다고 하더군요. 영국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이탈리아인이 직접 경영하는 파스타 레스토랑에서 직접 맛을 보기도 했지만, 제가 이탈리아 친구에게 파스타 만드는 법을 배운 이후로는 별 일 아니면 집에서 해 먹습니다. 동네 슈퍼에만 가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소스와 면을 구할 수 있으니 종종 만들곤 합니다.

 

제가 직접 만든 스파게티를 먹을 때는 주로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편하기 때문이죠. 몇 년 동안 별말 없던 아내가 제 젓가락질을 보더니 한 마디 하더군요. 왜 "포크"랑 "스푼"을 이용해서 안 먹느냐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내가 영국와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유심히 봤는데, 한국 사람들처럼 포크와 스푼을 이용해 돌돌 말아 먹는 사람 단 한 명도 못 봤다.

 

 

다른 사람 먹는 것을 쳐다 보는 것 자체가 실례이긴 합니다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의 스파게티 트라우마 때문이지요. 꽤 오래 전 일인데요, 직업이 교사인 지인과 함께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었는데, 저는 평소대로 포크로 그냥 면을 적당히 떠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인은 저에게 스파게티를 먹을 줄도 모르냐면서 짜증을 내더군요. 그러면서 "면을 뜬 포크를 스푼에 대고 돌돌 말아 먹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 정도로 끝나면 좋았을 텐데, 그 분 특유의 훈장질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저도 좀 무안하기도 했고 기분도 역시 좋지 않았죠. 바로 이것이 영국에 온 이후 서양인들이 스파게티를 어떻게 먹나 항상 유심하게 관찰한 이유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말이 나온 김에 제대로 된 스파게티 먹는 매너에 대해서 찾아보았지요. 마침 뉴욕 타임즈에서 파스타 먹을 때의 올바른 포크와 스푼 사용법에 대해서 설명해 준 기사가 있더군요.

 

이 기사에 따르면 파스타 먹을 때의 스푼은 보통 어린이, 파스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쁜 테이블 매너를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일부 한국인들처럼 스푼을 대고 돌돌 말아 먹는 것은 올바른 파스타 섭취 방법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면은 포크만을 사용해서 돌돌 말아 먹는 것이지요. 정석(?)은 접시 모서리에 면을 모아 포크만을 이용해 면을 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젓가락질을 배우듯이, 이탈리아 어린이들도 집에서 포크만을 사용해서 스파게티를 먹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물론 스푼을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기사의 인터뷰에 나온 이탈리아인이 제안한 올바른 스푼 사용 방법은, 스푼에 소스와 치즈를 올려 놓은 다음 이미 면을 만 포크에 (스푼에 담겨 있는) 소스와 치즈를 옮겨서 먹는 것입니다. 다만 이 때도 먹을 때에는 포크만을 사용해서 먹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영국에서 직접 얻은 팁을 몇 가지 덧붙여 보겠습니다.

정통 이탈리아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만나 식사를 같이 한 영국 및 유럽 출신인 친구 및 교수님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파스타를 마무리 하더군요. 일단 면을 다 먹고 나면 파스타 소스가 접시에 남게 되지요. 이 때, 파스타와 같이 나온 빵을 손으로 집어 남아있는 소스를 살짝 닦듯이 발라 먹습니다. 그러면 접시는 무슨 음식이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가 깨끗하게 됩니다. 또한 식사가 끝나면 사용한 포크와 스푼은 접시 위에 여덟 팔(八)가 아닌 가지런히 11자로 놓아 둡니다.

 

(출처: Google Image)

 

마침 어제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해 먹었는데 한 손으로 포크질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뭐든지 연습이 필요할 듯 합니다. 조금 노력해 보려다가 그냥 평소대로 젓가락으로 먹었습니다. ㅎㅎ

 

 (출처: Google Image)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잘 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라는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스파게티를 젓가락으로 먹든, 스푼에 대고 돌돌 말아 먹든, 접시 채 들고 흡입을 하든... 먹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둔다면 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저처럼 집에서는 젓가락만으로 먹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파스타가 한국 음식이 아닌 이상 일단 올바른 식사 매너 정도는 알아두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어떤 글에서 보니 파스타를 스푼에 돌돌 말아 먹으라는 방식은 미국에서 온 것이라고 하는데, 그 출처가 궁금하네요.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