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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부모가 모르는 해외 영어 캠프의 불편한 진실

by 영국품절녀 2013. 8. 17.

 

얼마 전에 한국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의 아이가 한국 나이로 중 2로, 영국에 온 지 몇 달 안 되었지요. 길고 긴 여름 방학동안 집에서 심심해 하는 딸을 집 근처의 어학원에서 주최하는 영어 캠프에 보냈다고 합니다. 캠프는 오전(영어 수업)/ 오후(소셜 활동)로 이루어졌고요. 현지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님이 픽업을 하는 형태이고요, (Day camp) 외국에서 온 아이들은 함께 생활을 하는 것이었지요.

 

 

캠프 첫 날, 딸이 집에 오자마자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엄마, 한국 애들은 딱 알아 보겠어.

오자마자 자기들끼리 남 흉보고 있더라.

"저 선생님은 이상하다. 저 (한국) 애는 이상하니까 놀지 말아라~~ 등등"

우리 반 영국 애들은 친구들 욕 잘 안하던데...

 

그 곳에 온 한국 아이들(초 5~ 중2)은 3주 동안 영어 캠프를 하고, 나머지 1주는 유럽 여행을 한 뒤에 귀국한다고 했습니다. 지인 분은 약 3주 동안 영어 캠프에 참여한 자녀의 말을 들은 후에, 과연 한국에서 그 많은 비용을 써 가면서 해외 영어 캠프에 꼭 보낼 필요가 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영어 캠프에 참여한 한국 아이들은 상당히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수백만원을 주고 영어 캠프를 위해 영국까지 왔겠지요. 게다가 1주일 간의 유럽 여행까지 한다고 하니까요. 아마도 영국까지 왔을 정도면,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 등을 꽤 다녔던 학생들일 것입니다. 요즘에는 늦어도 5살부터는 영어를 시작하니까요.

 

그런데 그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던 딸의 말에 의하면,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듣기, 읽기는 어느 정도 되지만, 말하기는 거의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온 아이들은 영국에서 사는 이 친구를 하염없이 부러워하더랍니다.

 

넌 여기 영국에서 사니까 영어 잘하겠다...

부러워~~

 

사실 한국인들이 영어 말하기를 잘 못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어학연수 및 영어 캠프를 통해 영어 말하기 실력을 쌓으러 먼 이곳까지 오는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자국 출신들끼리만 어울린다는 사실입니다.

 

지인 분의 자녀가 참여한 영어 캠프에는 50명 중에 1/3이 한국인 학생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참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끼리 뭉쳐다니고 한국말만 쓰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파가 나뉘기까지 합니다. 그 분의 자녀의 말로도, 한국 학생들은 자기들끼리만 몰려 다닌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남/북유럽 출신 학생들 역시도 자기들끼리만 다니더랍니다.

설상가상으로, 캠프 일정에 의해 일부 유럽 학생들이 귀국해 버리면, 90%가 한국인들로만 남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학원에서도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지요. 한국 포함 동양인들은 워낙 연수 기간이 길다보니, 짧게 마치는 유럽인들이 떠나고 나면 동양인들만 남게 되기도 합니다. )

 

 

사실 이런 상황들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한참 사춘기인 십대들이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는 경향이 있는데, 해외에 나왔다고 해서 외국 친구들과 서스럼없이 막 어울릴까요? 또한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영어 공부 해야지라고 생각이나 할까요?

다른 나라 십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 국가 비율이 크게 높으면 절대 다른 출신들이 접근하지 못합니다. 또한 굳이 다른 나라 친구들과 어울릴 필요도 없겠지요.

 

제가 직접 본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 곳에 영어 캠프를 하러 온 아시아 및 유럽 십대들을 보면 하루 종일 자국 출신들끼리만 삼삼오오 몰려다닙니다. 역시 한국 십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한국말이 들려서 쳐다보면, 한국에서 온 어린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쇼핑하면서 이리저리 놀러 다니지요. 어떤 아이들은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 앉아 오후 시간을 게임만 하더군요.

 

그런데, 이것은 영어 캠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저의 석사 시절에도 이와 같았습니다. 학교 파티를 하면, 서로 인사를 나눈 후에 시간이 갈수록 국적 별로 딱 나뉘게 마련입니다. 아시아(중국, 일본, 한국), 북유럽, 남유럽, 영국 이렇게요.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영어 캠프 측에서는 국적 비율을 조절하거나, 계속 영어만을 사용하도록 원어민 보조 교사들이 관리를 해야 하는데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많은 학생들을 교사 몇 명이 관리하기란 쉽지도 않고요, 나라를 막론하고 십대들은 어른들의 말을 잘 안들어요. 주말마다 주변지 탐방을 갈 때도 보면 십대들은 자신들끼리 자국어를 사용합니다. 현지 교사들은 이것저것 챙길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어 보이더군요. 극단적으로 보면, 하루에 아이들이 영어만 쓰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비싼 캠프 비용에 대비하여 하염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3주 영어 캠프가 끝난 후, 지인의 딸에게 물었답니다.

가 만약 부모라면,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네 자녀를 영어 캠프에 보내고 싶니??

딸의 답은???

절대 안 보내~~~

 

저는 모든 해외 영어 캠프가 다 이렇다고는 보진 않으나,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영어 캠프에 오는 십대들은 그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꼭 가고 싶어서 온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모들이 보내서 온 것일테니까요. 물론 해외 캠프의 목적이 단지 영어 습득만은 아닐 겁니다. 유럽 여행도 하고 넓은 세상을 미리 구경시켜주는 기회가 더 클 것이라고 보거든요. 다만 영어 캠프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시라고 노파심에서 말씀 드리는 것이니, 제 포스팅은 그저 참고만 하시고 선택은 부모님과 자녀들이 함께 심사 숙고해서 결정하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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