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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국 남자는 왜 결혼만 하면 급효자가 될까?

by 영국품절녀 2013. 9. 28.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며칠 전에 품절녀님이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단체 카톡을 하다가 결혼을 아직 안 한 친구에게 결혼을 말렸다는 글을 포스팅했지요. 오늘은 그 사연들을 듣고 느꼈던 저의 생각을 한 번 포스팅 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한국 남자들은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일종의 "효자 강박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의 어머니 (즉 품절녀의 시어머니)께서 블로그를 꼬박꼬박 챙겨보시기에 조심스럽게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은 있습니다만,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00씨는 효자에요?" 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일단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정도로 반문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불효자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사실, 효자와 불효자에 딱히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굳이 글로 정의해 보자면,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자를 효녀 혹은 효자 정도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부모님들마다 각자 자식들에게 기대하고 원하는 것들이 같을 수는 없을테지요. 당신들은 힘들더라도, 자식들이 잘 되는 것이 효도라고 하시며 자식들을 다독이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자식된 도리로서 불효자 혹은 불효녀보다야 "효를 행하는 자식"이 되는 것이 낫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들은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효도를 하느냐?" 정도가 될 듯 합니다. 그나마 결혼 전에는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해 효도하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달라지지요.


 

시집오면 시부모님을 잘 모셔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문율이었던 시절,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시부모님을 친정 부모님처럼 공경하였고, 혹시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속으로 눈물을 훔치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이것을 당연시했었죠. 그런데 불과 한 두 세대도 지나지 않아 시대가 바뀌고 사회적 통념도 바뀐 21세기에도 남자들의 사고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 와이프에게 그 효도를 "어느 정도"는 강요(?), 혹은 적어도 기대는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보통의 시부모님들도 며느리에게 갖는 기대가 적지 않지요.


 

점점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많아졌다고 종종 뉴스에 나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명절을 보내고 난 후,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압도적인 것이 며느리로서 시댁에서 겪었던 갈등이 단골 소재이지요.  그 중에는 자기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낀 글들이 꽤 있었습니다.

  

(source)

 

제 스스로 과거를 돌아볼 때, 결혼 전에는 부모님께 딱히 극진한 효도를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까 사정이 달라지더군요. 집안에서 장손, 장남이기는 하지만 명절 때 저의 역할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린 사촌 동생들은 어렸을 때에나 놀이터를 데리고 다니기도 했는데, 그나마 조금 크니까 자기들끼리 놀더군요. 그래서 명절이 되어도 그냥 구석에 조용히 있기만 했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이런 저런 책임감이 들기도 하고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더군요.

그때서야 비로소 "아~ 나도 효도 좀 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한 남자분들이면 어느정도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도 자연스럽게 효도를 기대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갈등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각각 집안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시댁에 자주 가고픈 며느리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일부에게는 큰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네요. 남자들이야 자신이 살던 집이기도 하고 부모님께 더욱 자주 잘 사는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겠지요. 그러나 여자들에게 시댁은 어려운 어르신들이 계시는 낯선 집일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을 결혼한 - 그리고 결혼을 앞둔 - 젊은 남자들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저도 포함되지요.

 

 아내가 힘들어하고 피곤해 하니 "본가에 가지 말아라", "가는 빈도를 절대적으로 줄여라"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처가에 너무 자주 가서 피곤하다는 남편들도 요즘 많다고 하니까요. 저의 요점은 본가(시댁) 혹은 처가(친정)에 가야할 때 "최대한 배우자의 기분과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당연한 일이 이제는 더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음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결혼 후에 남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효자 본능이 배우자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외에 사는 주제에 이런 글을 포스팅하니 주제 넘는다고 욕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혼 직후부터 약 2년 동안 시부모님을 모시고 - 더 정확히는 갈 곳이 없어 얹혀 살았던 - 저희 부부의 경험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중요한 원리 하나를 깨우치게 해 주었습니다.

바로 "양쪽 부모 효도는 일단 나부터 똑같이 해야 한다"였습니다.


결혼 후 "효자(효녀) 강박증"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장인(시아버지)-장모님(시어머니)께도 똑같이 - 적어도 섭섭하지 않도록 -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의외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배려란 자신의 권리를 상대방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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