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쇼트트랙 경기 넘어진 영국, 한국선수, 너무 달라

by 영국품절녀 2014. 2. 1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요즘 영국 특히 제가 사는 영국 남부 지방은 비가 많이 와서 피해가 꽤 큰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강가와 좀 떨어진 곳이라 괜찮지만, 뉴스와 라디오에서는 연일 비 피해 소식이 주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네요. 저는 오전에 책을 좀 보다가 올림픽 텔레비전을 보는데 마침 남자 쇼트트랙 1500미터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안현수 선수 관련 글을 포스팅한 적도 있어서 관심 있게 지켜 보았네요.

 

저는 준준결승전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예상 밖으로 선전하는 영국 선수가 있어서 그런지 BBC 중계진도 열띤 해설을 하더군요. 지난 올림픽 때는 비교적 관심이 적은 경기는 그저 화면만 보여주고 해설은 없었거든요. 저는 한국 선수가 나올 때에만 보다 말다 했는데,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는 역시 잘하더군요.

 

그런데 쇼트트랙을 중계하던 BBC 해설진들이 놀란 것은 다름아닌 준결승전이었습니다.

 

다들 경기를 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잘 달리던 한국 선수 두 명이 나란히 선두를 지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 선수(신다운)가 넘어지면서 바로 뒤를 따르던 다른 한국 선수(이한빈)가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지요. 한국 선수 둘이서 후방의 선수를 견제하며 잘 달리고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웠어요. 아마 두 선수가 나란히 1,2위로 결승에 진출했다면, 1500m 결승전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두 선수가 넘어지고 나자, 영국 해설진이 난리가 났습니다. 정확한 구절이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주 요지는 "어떻게 한국 선수들을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볼 수 없느냐.. (흥분해서는)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준결승 경기에서도 한국 선수가 안현수에 밀려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었기에 이들 영국 중계진은 더욱 놀랐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한빈 선수는 심판의 판정으로 결승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무척 다행이었지만, 아쉽게도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훈훈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안현수(빅토르안) 선수는 동메달을 획득했지요.

러시아 역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이라고 무척 기뻐하는 분위기인가 봅니다.

 

한편, 영국 BBC 스포츠 중계진은 쇼트트랙1500미터 결승전도 꽤 흥미롭게 중계를 해 주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영국 선수인 Jack Whelbourne도 출전했기 때문이었지요. 경기 중반까지 4위권을 유지하던 이 선수는 갑자기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혼자 넘어졌기에 다행히도 다른 선수들에게는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습니다만, 선수로서는 상당히 아쉽기만 하겠지요. 

 

 

 

 

제가 주목한 것은 넘어진 후, 두 선수의 경기 후 대응입니다.

 

BBC 영상에서 본 영국 선수는 자신의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듯이, 발목을 접질렸다고 합니다. X-ray검사에 의하면 다행히 골절은 없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내내 밝고 여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웃기도 하고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인터뷰 장면은...

"정말 괜찮냐?" 고 물으니, 그는 활짝~ 웃으면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난 괜찮을 겁니다."

"아직 두 종목이 더 남아 있잖아요.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 할 겁니다."

 

 

반면에 한국 신다운 선수는 인터뷰를 거의 생략한 채, "다친 곳은 없느냐?"는

질문에만 간단히 대답한 채 고개를 푹 숙인 채 취재 구역을 벗어났다고 하더군요.

 

 

위의 두 선수의 대조적인 인터뷰 장면을 보면서, 영국 선수만큼 경기를 즐기지 못하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우선은 들었습니다. 예전만큼은 은, 동메달을 딴 선수들마저도 죄인취급(?) 혹은 천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아직도 여전한 것 같더군요. 스포츠를 즐기지 못한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던 터라 새롭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고개 숙인 신다운 선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가졌을 큰 부담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쇼트트랙 경기 중 BBC 해설진이 설명한 바 있듯이, 한국은 쇼트 트랙의 전통적인 강자였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 동계 올림픽에서 가장 많이 메달을 딴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더군요. 물론 대부분 쇼트트랙이 효자 노릇을 했지요. 그런 만큼 후배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안현수 선수의 귀화로 쇼트트랙을 보는 시선마저도 바뀌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 심지어 언론마저도 – 관심은 온통 안 선수에게 향하고 있으며, 일부 쇼트트랙 팬들 중에서는 한국 선수 대신 안 선수를 응원하겠다는 사람들까지 있으니까요. 젊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본의 아니게 관련 연맹이 받아야 할 비난의 화살을 대신 받고 있는 셈이지요. 4년마다 돌아오는 스포츠 축제를 즐기기에는 젊은 우리 선수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무겁기만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곳 캔터베리에 오자 마자, 바로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한국팀 성적이 참 좋았지요. 어떤 영국 사람을 만났는데, 한국팀이 운동을 참 잘한다면서 칭찬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칭찬은 런던 올림픽 때도 이어지긴 했지요. 그런데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팀은 – 이제 겨우 4일째이긴 하지만 – 아직까지 본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왕 참가한 김에, 금,은,동 메달을 따서 선수 개인과 국가의 이름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기는 하네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승패에 여부 없이 지상 최대 동계 스포츠 축제를 충분히 즐겼으면 합니다. 젊은 선수들은 그저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로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언론 및 우리 국민들도 너무 경기 승패에만 집중하지 말고, 메달을 받은 이에게는 축하를, 아쉬운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는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쳐 주었으면 합니다. 어쨌든 한국 선수들 파이팅입니다.

 

P.S) 많은 댓글 감사합니다. 조금 오해가 있으신 듯 해서요. 저 영국 선수도 주니어 세계 챔피언이었고, 시니어 무대에서도 유럽 챔피언이었습니다. 이 선수도 당연히 메달을 목표로 했을 선수이고 실력이 있으니까 결승까지 진출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만 피땀을 흘려서 연습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조금 이해가 안됩니다. 모든 선수들이 각국의 지원 속에서 열씸히 훈련했으니 대표선수로 나올 수 있는데 말이지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