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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한국 임산부로 살아가기, 바쁘다 바빠

by 영국품절녀 2014. 9. 11.

제가 영국에서 임산부로 살 때에는 참 지루하고 시간이 무척 안 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입덧까지 심했으니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지요. 한국에 오니 입덧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지만, 임산부로서의 할 일이 이렇게 많은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물론 모든 임산부들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임산부들이 출산 전까지 똑같은 과정들을 거치면서 출산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바로 병원의 잦은 정기 진료 (초음파 검사) 및 다양한 검사들입니다. 게다가 일찍부터 산후 조리원 및 도우미 신청 예약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나중에 영국과 한국의 산전 및 산후 조리 비교와 관련하여 포스팅을 해 보도록 하겠으니 오늘은 패스하겠습니다.

 

한국에 와서 임신 출산 정보들을 얻기 위해 회원수를 자랑하는 유명 카페에 가입을 했는데요, 그 곳에 가입된 많은 임산부들은 임신 주수에 맞춰 해야 할 일들을 실시간 올리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후기들 및 궁금증에 대한 답변들도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제 경우에는 조카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 동생을 통해 그런 정보들을 얻고 있는데요, 신세계 마냥 재밌기도 하지만 가끔은 낯설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1. 만삭 사진 찍기 - 33주 이상

제가 병원에 임산부로 등록을 하니까 산모 수첩과 함께 만삭 사진 무료 촬영권을 주더군요. 저는 이게 뭔가 싶어서 보니 산모의 아름다운(?) D 라인을 추억으로 남기는 사진이었어요. 물론 저도 국내외 연예인들의 만삭 사진들을 본 적은 있었지만, 요즘 젊은 임산부들이 아주 즐겁게 거쳐가는 관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에게도 2주 전에 만삭 사진을 찍자고 연락이 왔었지요. 물론 무료로 말이에요. 주말에 오면 메이크업 및 헤어까지도 다 공짜로 해 주겠다고 예약을 권유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만삭 사진 촬영을 전혀 하고 싶지 않네요. 종종 블로그나 카페에 가 보면, 10kg 이상 불은 실제 임산부의 모습을 포토샵으로 여기 저기 깎아 완전 여신으로 만들어 준 만삭 사진을 서로 자랑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참 낯설고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료 촬영이지만, 아이의 성장 앨범(신생아 사진, 50일, 100일 촬영 등등)을 강요받기도 하는 등 강심장 아니고서는 쉽게 거절을 못하고 앨범 사진 계약을 하고 온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ㅎㅎ

 

제 동생은 남편이 너무 바빠 예약을 하고도 만삭 사진을 찍지 못해서 한이 되었는지 자꾸만 저에게는 찍으라고 강요를 하는 거에요, 신랑도 제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저는 귀찮기도 하고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어요. 7년 전 찍은 스튜디오 웨딩 앨범도 몇 번 본 적이 없는 저희 부부라서 그런지... 아니면 제가 노산이라 별 관심이 안 생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보지도 않을 것 같은(<- 온전히 저의 생각) 만삭 사진을 즐겁게 찍는 임산부들의 열정이 부럽긴 합니다. ㅎㅎ 물론 개인마다 만삭 사진의 의미가 크게 다르긴 할테니까요.

  

(출처: Google image)

가끔은 과감하게 파격적으로 이런 만삭 사진은 찍어 보고 싶다는..

울 신랑에게 찍어달라고 해 볼까요??

 

2. 태교 여행 - 차이는 있으나, 중기 이후에 가는 추세

태교 여행은 꼭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태교 여행이 젊은 임산부들에게 있어서 로망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도 아닌 해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요. 특히 괌이 태교 여행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너도 나도 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프랑스 여행 당일 아침에 임신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임신 초기에 전혀 계획에 없던 태교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7년만의 임신인데다가, 노산이고.... 임신 초기라서 얼마나 조심 또 조심하면서 여행을 했던지 신랑이 지금까지 저와 여행을 하면서 "온전히 저를 위한 여행" 이었다고 (<- 너무 힘들었다는 의미에요.) 혀를 내둘렀지요.

한국에 와서는 신랑에게 태교 여행을 또 가자고 말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여름 휴가 겸 태교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짧은 일정으로 부산에 다녀왔답니다. (나중에 포스팅 해 볼게요.)

 

 

 

제가 자주 들어가는 임신/출산 카페에서는 비행기 탑승에 대해 물어보는 임산부들이 넘쳐 나고요. 국내외 태교 여행 후기들도 매일 올라오는 등 다양한 지역과 방식으로 젊은 예비 부모들은 태교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3. 베이비 페어 가기

요즘 예비 부모를 위한 육아 용품 박람회가 많습니다. 일명 베페라고 불리는데요,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 및 주부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육아용품을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베페에서는 유모차, 카시트 등 제법 가격이 나가는 물건들을 구입하는 것이 선호되지요. 왜냐하면 사은품 제공 및 할인률도 높다고 하네요. 물론 인터넷 가격보다 비싸다는 의견도 있지만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경도 할 수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비 부모들이 집중되긴 하나 봅니다. 저는 그냥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정신없는 베페는 안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ㅎㅎ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비 페어

 

앞에서 언급한 세가지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함보다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임산부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만삭 사진과 태교 여행도 태아보다는 산모의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엄청 붐비는 베이비 페어 입장도 내 아이를 위해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직접 보고 선택하겠다는 예비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지요. 

 

저는 무엇보다 산모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길고 긴 임신 기간에 예비 부부가 함께 추억을 쌓는 것이 출산을 준비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물론 저처럼 귀차니즘 산모들은 안하는 것이 더 좋긴 하겠지만요. 다만 부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