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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모유 수유의 고통, 당연한 희생인가?

by 영국품절녀 2018. 4. 27.

요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프로를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 기사를 읽고 기분이 상하더라고요. 특히 며느리 출산을 앞두고 시댁에서 왈가왈부 하는 경우였어요.

가장 흔한 출산 주제가 바로 "자연 분만 VS 제왕절개""모유 VS 분유 수유" 이지요

오늘 저는 후자인 "수유"와 관련하여 한 마디 하려고 합니다.

저는 첫째 출산 후에 모유 수유가 안 되어 참 힘들었던 사람입니다. 물론 모유량이 작아 매일 마사지를 받아가면서 모유를 먹이는 분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지만요, 출산 후에 모유가 전혀 안 나와서 거의 2주 동안을 모유 마사지만 했답니다. 그 고통은 얼마나 심한지 제가 느끼기에 출산 때보다 더 아픈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무조건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인해 아픔을 뒤로 한 채 매일 오전 오후로 나눠 두번씩 가슴 마사지를 했어요. 그 아픔을 말로 설명 하자면, 계속해서 핀으로 콕콕 찌르는 느낌!! 마사지 하시는 분을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입에서 욕이 나와요.

 

어쩔 수 없이 우리 아기는 산후 조리원에서 겨우 초유만 먹고 거의 분유로 배를 채웠지요. 집으로 돌아온 후에 산후 조리를 해 주시는 이모님은 저에게 계속해서 모유 수유를 권하셨지만 저는 혼합을 고집했지요.

그러다가 우리 아기에게 찾아온 무시무시한 영아 산통!!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영아 산통에 걸리면 의사에게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데... (제 산후 동기는 영아 산통 완화되는 약을 처방받아서 완화되었다고 해요. 참, 유산균을 먹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그저 주변 사람들의 "했다더라" 라는 말인 "영아 산통에는 분유보다 모유를 먹이는 것이 낫다" 고 하여 모유 수유로 갈아탔습니다.

 

운이 좋게도 모유량이 얼마나 많았던지... 2주간의 마사지의 효과였는지.. 일명 참젖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젖량이 풍부하고 질이 좋아서 우리 아기는 6개월에 거의 10킬로에 육박할 정도로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지요. 처음부터 6개월만 모유 수유를 하기로 결심했던지라 이래저래 단유 할 이유들이 많았어요. 아기가 밤새 젖을 빨고 자는 탓에 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가 왔었고, 그 당시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분유로 바꾸기로 했지요.

 

다시 시작된 단유와의 전쟁~~ 저는 말로만 듣던 단유가 이리 힘들고 아플 줄이야...

이틀 간 가슴을 혼자 말렸습니다. 일단 양배추로 양쪽 가슴을 감싸고, 가슴 부위를 복대로 감았습니다. 너무 아플 때에는 손으로 간간히 짜고요, 밤에는 딱딱해진 젖이 너무 아파 겨드랑이에 얼음팩을 끼고 있었지요. 특히 잘 때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이 느껴져 수건을 얼린 후에 가슴 위에 올려 놓고 있었어요.

 

이틀간 셀프 단유를 한 후에, 오케타니 모유 마사지실에서 3번의 단유 마사지를 받고 제 가슴은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단유 마사지는 정말 시원하고 안 아프더라고요. ㅎㅎ 가격은 사악하지만요. (1회 9만원)

그렇게 모유 수유와 단유의 고통을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 또 다시 둘째 출산이 다가왔습니다. 이미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저로서는 아예 처음부터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둘째는 뭐든지 첫째보다 일찍 경험해요.

난 둘째는 모유 수유 안 할꺼야.

이제 내가 나이도 많아서 밤새 먹일 만큼 체력이 안돼. 

 

남편도 첫째 상황을 본 지라 저를 이해하면서도 내리 사랑이 맞는건지 저에게 협박(?)과 애원으로 모유 수유를 권했습니다.

분유값 무시 못해!! 돈 아끼는 셈치고 모유 먹이면 안돼??

이 말에 제가 어떤 반응도 보이질 않자...

당신 모유는 참젖이잖아.

그렇게 영양 많은 모유를 우리 둘째에게도 주면 안될까?? 응응??

 

우리 남편은 자신이 모유를 많이 못 먹고 자라서 그런지 가슴에 대한 애착이 좀 강한 편입니다. ㅎㅎ 시어머니의 모유(물젖)가 좋지 않아 자꾸 설사를 했다고 해요.

 

아무튼 저는 남편의 갖은 애원에도 불구하고, 초유만 먹이고 자연스럽게 젖을 말리리라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제 모유량이 저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ㅠㅠ 둘째라서 그런지 가슴 마사지 한번에 모유가 펑펑~ 쏟아지는 겁니다.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요. 그 후로 가슴을 풀어주는 정도만 마사지를 받고 유축도 조금씩만 하고 아기에게도 젖을 물리는 횟수를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젖이 차서 옷은 물론이고 침대 패드가 축축~~ 어쩔 수 없이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해야만 했습니다.

 

첫째 때에는 거의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산후 조리원에서의 밤수~

새벽마다 전화벨이 울리면 자다가 번쩍 깨서 수유 쿠션을 안고 수유실로 부리나케 갑니다. 그 곳에서는 대낮같은 풍경이 펼쳐지지요. 다들 서로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을 훌렁훌렁 내 놓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습니다. 머리는 산발이요, 눈은 풀어진 채 다들 졸려 미치겠다는 표정입니다.

그 모습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무슨 젖소 부인들 같아요...

하루종일 밥 먹고 젖 먹이는...

저는 정신없이 수유실을 나가면서 가슴을 파헤치느라 푼 단추도 안 잠그고 나갈 때도 있었어요. ㅠㅠ

저 역시도 큰 애 때에는 모유가 안 나와서 무조건 저녁 10시에 취침하면 오전 7시 이전에는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었는데, 둘째는 모유 수유를 하다보니 새벽에 계속 전화가 오더라고요. 모유량은 많았지만 아기가 젖을 잘 물지 못해 항상 분유로 보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남은 모유를 빼기 위해 유축까지 병행해야 했지요.

 

역시나 첫째처럼 둘째도 밤새 젖을 먹는 아기더군요. 이렇게 밤수를 계속 하다가는 내가 죽겠다 싶은 찰나에 큰 애가 모유 수유에 반감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출산한지 50일 만에 단유를 결정했습니다. 확실히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출장 단유 마사지사를 불러 집에서 편안하게 했답니다. 다만 그리 크지 않는 제 가슴은 이제 힘없이 축~ 쳐져 버렸네요. 이제 보니 수유 끝난 엄마들에게 가슴 수술이 왜 인기인지 알겠습니다. ㅠㅠ

 

엄마의 수유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첫째

 

이처럼 모유 수유와 단유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따릅니다. 저마다 출산 레파토리가 다르듯이, 모유 수유 및 단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출산을 시작으로 모유 수유와 단유에는 엄마들의 크나큰 희생이 수반됩니다. 따라서 출산은 물론이고 수유 방식의 결정은 전적으로 "산모"에게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시댁에서는 "이래라 저래라" 그런 말들을 참으로 쉽게 내 던지는지 모를 일입니다.

보통 어른들은 자신들이 겪은 시절 및 경험만 가지고 말씀하십니다.

"모유를 먹여야 아기가 안(덜) 아프다."

제 경험 상 모유 수유한다고 아기가 안(덜) 아프진 않습니다. 분유 먹는 아이와 똑같이 아픕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분유의 질이 우수해서 모유보다 분유를 더욱 선호하기도 합니다. 또한 모유 수유는 아기보다는 산모의 건강과 더욱 직결된다고 합니다. 이를 테면 유방암 억제 및 산모 회복에 좋다고 하네요.

반대로 제가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시어머니가 절대 모유 수유를 반대하신다는 거에요. 그 이유는 며느리의 몸은 손주가 아닌 자신의 아들의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모유 수유하면 가슴 망가진다고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다네요. 이런 경우에는 며느리로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참 난감하네요. ㅎㅎ

아무튼 출산한 지 약 7개월 조금 되다보니 출산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 면 봇물 터지듯이 막~ 말들이 쏟아집니다. ㅋㅋ 제발 시댁에서 며느리 출산과 관련해서 이렇고 저렇고 막무가내로 혹은 훈계하듯이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저는 시댁 어른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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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