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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대학 기말시험 채점하다 발견한 재미난 피드백

by 영국품절녀 2015. 12. 22.

제 개인적인 신상에 별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어수선한 상태에서 한 학기가 끝나버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기가 돌이 지난 후 이래저래 병치레를 하기도 했고, 저도 학기 10~11주차에 들어가면 약간의 슬럼프를 겪은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든 한 학기가 마치고 나면 저의 과제는 채점입니다.

이번에도 지난 학기에 이어 "대학 기말시험 채점하다 제2탄" 입니다.

저는 참고로 한 대학에서 역사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이 기말고사 답안지에 재미있는 글귀를 남겨서 꽤 재미있게 채점한 기억이 납니다. 특히 이번 학기의 마지막 시간에는 별도로 피드백을 받는 시간도 마련해서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학기에도 역시 재미있는 글귀가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대학 기말 시험 채점하다 1탄: -->  대학 기말시험 채점하다 빵 터지게 만든 낙서들

 

 

1. 지난 한 학기의 소감을 밝히는 유형

 

 

보통 이런 글귀를 남긴 학생들이 제일 많았습니다. 특히 수업 중에 아기가 아프다는 말을 했더니 "생강차"를 권하는 학생도 있더군요. 근데 14개월 아기에게 생강차가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학기 때에도 제 수업을 꼭 듣고 싶어 하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물론, 어렵고 졸렸다는 말도 적지 않았지만요. 특히 수업이 점심시간 직후여서 취약한 시간대의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2. 사과하는 유형


이번 학기에는 시험문제를 미리 공고는 했지만, 예상 문제 자체를 생각보다 덜 내었더니 시험 시간이 모자란 학생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글자를 예쁘게 못 썼다고 사과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에도 너무 답안지를 부실하게 써서 사과하는 학생들도 많아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특히 마지막 학생이 남긴 마지막 날 “저는 교수님 제자들 성적의 에어백이 되겠습니다! 될 거 같습니다…” 는 답안지를 채점하는 제 마음을 아프게(?) 하더군요. 읽는 제가 더 미안할 정도로요.

 

3. 자신의 뜻을 널리(?) 떨치고자 하는 유형

이번 역사 과목의 문제 중 하나가 국사교과서는 국정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서 수업 중에 이 문제에 대한 제 주장을 단 한 번도 내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학생들에게 한 학기 역사과목을 들은 것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논지를 펼쳐보라고 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글귀들이 좀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기발한 글귀도 있었지만 연설문에서나 나올 법한 글귀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이 학생은 답안지 한 귀퉁이에다가 이런 글을 왜 썼는지 모르겠네요.

 

4. 교수를 칭찬하는 유형

제 수업을 받는 학생들 중 저에게 수업 외 적으로 관심을 가진 학생들도 얼마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재미난 것을 뽑아 봤습니다. 좋은 뜻으로 칭찬한 것은 아닌듯한 글도 있습니다만...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정말 부드럽고 고운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어쨌든 학생들 "잠이 솔솔" 오게 할 만큼은 되나 봅니다. 참고로 이 학생은 교수에게 바라는 것으로 "목소리에 힘 좀 주세요"라고 적었습니다.

 

아~ 저의 외모에 관심이 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위에 보시면 "옷을 너무 잘 입으시는 것 같다" 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고요. 종강 직전에 한 머리를 "인생 스타일" 이라고 한 학생도 있었네요.

 

5. 저를 사랑(?)하는 유형


수업을 마치고 학교 공식 피드백을 받아보면 학생들의 의견이 꽤 갈리긴 합니다. 보통 8:2 정도로 수업 만족도는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저의 수업을 열렬히(?)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 부류의 학생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제의 지난 한 학기가 그냥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사랑한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글씨체가 남자로 보이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요.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학생은 위에서 "에어백"이 되겠다는 학생이 작성한 일부 글귀입니다.

 


예술 쪽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인문계 학생들 사이에서 겪었을 고충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친구였습니다.

 

이런 피드백을 받고 보니 학생들이 의외로 "동영상 자료"를 많이 원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사학과에서 역사를 배우던 시절, 정년을 한 해 앞둔 할아버지 교수님께서 칠판 가득히 판서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노트 필기를 하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난 후 한 30분에 걸쳐 점잖게 설명하셨던 그 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파워포인트로 더 많은 정보를 수업시간에 전달하고, 학생들은 이제 노트필기에서 거의 해방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동영상과 같은 더 많은 자극을 원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이제 방학이군요. 왠지 여름보다 겨울방학이 더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