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해외 유학생 남편을 둔 아내의 삶, 만만치 않아

by 영국품절녀 2011. 6. 7.

 

남편의 학업을 위해 영국에 온 지 약 1년하고 5개월 조금 넘었어요. 드디어 저번 주에 울 신랑이 박사 자격 심사에 무난히 통과했습니다. 작년 1월에 영국에 와서, 지금까지 저희는 단 한번의 여행도 가지 않고, 오로지 신랑은 학업에만 매진했어요. 그래도 저는 작년에 잠시나마 한국에 다녀오긴 했지만요. 신랑이 아무리 영국에서 석사를 했다고 할 지라도 영어 실력이 완전 좋은 것도 아니었고, 박사 과정에서도 혼자 아시아인이었기에 영국, 유럽,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무척 노력도 많이 했어요.  저도 내조의 하나로 지난 1년 동안 신랑 학교 친구 약 10명 정도를 식사 초대하여 한식을 먹인 바 있습니다.

 

집안 곳곳에는 온통 신랑의 논문에 관련된 많은 책들과 프린트 물로 쌓여 있었고요. 지금까지 총 두 번의 교내 컨퍼런스와 이번 박사자격심사(Upgrade) 발표를 준비하면서 울 신랑은 참으로 고되고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을 했지요. 제가 옆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신랑이 편안하게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과 건강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였어요. 학업에 관해서는 크게 도울 수는 없었지만, 신랑의 아이디어를 들어주기도 하고, 그가 쓴 챕터와 문서들을 보면서 문법 체크 및 코멘트를 해주는 정도 였지요. 

 

 

  거실 한 쪽 벽에는 신랑이 적어 놓은 논문 관련 문서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에요.

무슨 프리즌 브레이크 드라마 같지 않나요?



한달 전부터는 신랑의 박사 예비 심사를 앞두고 먼저 발표한 학생들이 연타로 3명이 실패 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신랑이 너무 예민해지면서 불안해하는 모습마저 보이더군요. 신랑이 원래 예민한 편인데,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전 힘들더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아이가 없어서 이 정도거겠지'하며 위안을 삼을 정도 였다니까요. 당일 신랑의 발표 날에는 정말 계속 기도만 했어요. 다행히 힘든 시간은 가고, 합격이라는 신랑의 문자를 확인하는데, 힘이 쪽 빠지더군요. 기쁘게도 그날 발표를 평가했던 교수들과 참석한 친구들이 문자, 페이스북, 이메일과 전화로 너무 잘 했다는 축하 메세지를 신랑에게 보냈어요. 신랑과 저는 하나님과 기도해 주신 가족들, 또한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했지요. 이제서야 신랑이 발을 뻗고 잔다고 하네요. ^^ 박사 타이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크게 깨달았답니다. 

 

 

해외에서 유학생 남편을 둔 아내들은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다시는 유학생 남편 안 만날꺼야~~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사정을 들 수 있어요. 남편이 학생인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참 힘든 경우도 많아요. 미리 저축 해 놓은 돈이 많거나, 부모님이 빵빵하게 지원을 해주시면 상관 없지만요.(부모님께 무척 죄송하지만요) 아무래도 그렇지 못한 가족들이 더 많을 거에요. 그래서 아내가 파트타임이라도 구하려고 하는 경우도 많고요.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남편이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도 하지요. 영국의 비싼 집값과 생활비, 학비까지 돈이 엄청 드니까요. 따라서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는 부부가 많은 것 같아요.

 

(출처: 구글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

두번째로는 아이 양육입니다. 이것은 한국이나 영국이나 거의 비슷할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부모님의 도움도 조금 받을 수 있고, 경제적인 능력이 되면, 도우미 아줌마도 부를 수가 있잖아요. (런던 같이 한인이 많은 도시에서는 도우미 아줌마를 쓰기도 한대요) 저는 그나마 아이가 없어서 신랑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아이가 있는 분들은 신랑 내조부터 아이들 양육까지 참 힘들다고 해요. 물론 신랑이 많이 도와주는 가정도 있긴 하지만, 자녀 양육 및 집안 일을 안 도와주는 한국 남성들도 여전히 많다고 해요. 특히 남편의 학업 진행이 잘 안되거나,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이 안 보일 때는, 스트레스 받는 신랑에게 집안 일, 양육을 도와 달라고 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해요. 또한 집안 일,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다보면, 몸이 너무 지쳐 성생활마저 없어지는 부부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답니다.


세번 째로는 해외 생활의 부적응 및 외로움을 들 수 가 있어요. 직장 일을 하다가 남편의 학업을 위해 해외에 나온 아내의 경우에는 갑자기 자신이 너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대요. 영어는 생각처럼 안 늘고, 그냥 아이들의 양육만 하다 보니 자기 발전에 너무 소홀하다는 그런 생각에 우울증을 겪기도 해요. 또한 영국의 중소 도시에 사는 경우 한인 비율이 낮아 만날 친구도 별로 없어요. 제가 사는 곳도 그렇거든요. 해외 생활은 자기가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따라 사람도 사귀고, 영국 현지인들과의 만남도 이루어지는데, 성격이 내성적인 경우에는 학교 간 남편의 귀가 시간만 기다리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이 곳이 너무 싫고 한국만 가고 싶어 향수병에 걸리는 사람도 봤어요.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미래입니다. 요즘 국내 외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엄청 많잖아요. 그 중에 임용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고요. 해외에서 고생하며, 많은 비용도 들였는데, 박사 학위 받고 제대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는 것이 현실이에요. 특히 영국에서는 점점 외국인에 대한 취업의 문을 좁히고 있고요. 한국도 워낙 많은 박사 학위 소지자들로 넘쳐나고 있어 경쟁은 점점 심화되어 가고요. 그래서 아내는 가장인 남편의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해외 유학생을 둔 아내로서 산다는 것이 힘들 줄 미리 예상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저도 1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진짜 힘든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어려움이 우리 부부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둘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잘 극복하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네요. 어차피 직업이 유학생인 남편과 결혼한 이상, 우리의 삶이 녹록치는 않다고 할지라도 힘든 순간순간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도록 해요. 유학생 남편을 가진 아내들이여, 화이팅~ 

(출처: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