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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국경은 없다?

by 영국품절녀 2011. 6. 18.


제가 사는 캔터베리에는 매 주 목요일마다 영국 켄트 대학교와 관련된 영국 아줌마(할머니)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Coffee morning meeting이 있습니다. 이 모임은 외국에서 남편의 학업 때문에 따라온 부인들과 아이들을 위해 영국 생활 적응 및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곳 입니다.  단, 남자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참석이 불허 되지요.

이 곳에 모이면, 국적을 막론하고 아줌마들의 수다는 끝이 없습니다. 아줌마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가족, 자녀 교육, 취미 생활  등이지요. 그 중에 흥미로웠던 주제는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입니다.

어느 날 한 영국인 아줌마(할머니 일 수도 있어요)가 오시더니, 남편이 올해 퇴직을 했는데, 갑자기 집에 함께 오래 있으려니깐, 보통 불편한 게 아니라고 불평을 하시는 거에요. 그 이유는 자기만의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요. 원래 이 모임에 잘 나오시는 분이 아니셨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일찍 오셨더군요. 그 분 말씀이 남편을 피해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하시면서  자원 봉사라도 해야지 집에 남편하고 오래 있으면 힘들 것 같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이 분 말고도,  그 곳에 오신 영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의 아줌마들은 한결같이 하시는 이야기가 혼자 있는 게 가장 편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직장 일, 남편의 내조와 자녀 양육, 집안 살림에 지쳐서 그러 신 것 같아요.

매 주 돌아가면서 모임을 하기 때문에 영국 할머니(아줌마)들 집에 가 보면, 남편들 중에는 저희가 방문 하면, 알아서 밖으로 잠시 나가주시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항상 한 구석에 신문이나 책을 보시거나, 손님의 차, 케이크를 직접 준비해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가끔 영국 할머니 중에서도 항상 집에 있는 남편의 흉을 보시는 분이 더러 계셔요.


남편들이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가장 힘들고 신경쓰이는 것이 식사인 것 같아요. 저도 한국에 있을 때에는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만 차리면 되었어요. 그것도 한국은 잦은 회식으로 저녁은 간단하게 저 혼자 먹으면 되는 날도 가끔은 있었고요. 그런데 영국에 와서는 아침 식사, 점심 도시락 싸서 보내고, 다시 저녁 식사를 차려야 하지요. 다행히 울 신랑과 저는 교대로 혹은 함께 식사를 차리므로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요. 특히 전혀 손 까닥하지 않는 (국적에 상관없이) 남편들의 시시콜콜한 잔소리, 명령과 삼씨 세끼 대접 등은 보통 힘든 게 아니랍니다. 아는 한국 및 홍콩 기러기 아줌마들은 남편들이 가끔 몇 달씩 영국에 오면, 가장 힘든 게 식사라고 했어요. 그분들의 남편들은 밥과 국이 없으면 식사를 못한다고 해요.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홍콩 아줌마는 남편이 오면 좋기는 한데 식사 때문에 아주 피곤하다고 항상 투덜거리더라고요. ㅋㅋ  1년에 약 2-3달 정도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시면서요.  남편을 두고 가장 키우기 힘든 큰 아들이라고 표현을 하는 아줌마도 있으니까요.


                     귀찮아하는 부부관계가 아닌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런 관계가 되어야 겠지요. (출처: 구글 이미지)




다국적의 아줌마들과 만나면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를 새삼 또 느끼게 되었어요. 이 글을 보시는 남자 분들은 좀 기분이 나쁠수도 있겠지만요, 맞벌이, 남편 내조, 힘든 육아, 집안 살림에 지친
아내들은 분명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끔이라도 남편들이 아내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아내들이 남편을 귀찮아하는 빈도는 낮아질 거에요. 물론, 아내들도 사회 생활에 지친(힘들었던) 남편들을 귀찮아만 하지말고,  둘만의 취미생활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하는 그런 부부관계가 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