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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학위(석사, 박사)

영국 석박사들, 과연 영어를 얼마나 잘할까?

by 영국품절녀 2011. 6. 21.


영어를 잘 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거침없이 회화하고, 문제 없이 BBC를 듣고 이해하고, 영어 서적을 술술 읽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솔직히 이 정도 레벨이 되면 현지인이나 다름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만 더 생각해 보면 현지인 만큼 그 곳 언어를 한다는 것은 현지인 만큼의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일치감치 조기 유학도 오는 거겠지요. 제 주변을 봐도 확실히 어렸을 때 이곳에 온 한국 학생들의 영어는 현지인과 다름이 없습니다. 솔직히 그들이 유창한 영어를 하는 것을 보면 많이 부러워요.

 

그런데 이런 학생들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 한국어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한국어 말하기는 어느 정도 가능해도 신문이나 책을 읽어도 문맥을 이해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한국어 작문은 말 할 것도 없지요. 즉 한국어 공부를 멈추는 순간 한국어 수준도 딱 그 정도에서 멈추게 됩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울 시간에 영국에서 영어를 배웠기 때문이겠지요. 사실상, 고작 1년의 어학연수나 2~3년의 대학원 과정을 통해 현지인만큼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제가 영국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가니, 가족, 친지들 뿐아니라 친구들을 만나자 마자 저에게 일제히 하는 말은 ~
 "너 영어 엄청 잘 하겠다." , "너 이제 BBC는 다 알아 들어?", "한 번 영어 해봐?" 막 이러는 거지요.

          영국 석박사 학위 (2-3년동안)를 받았다고 해서 영어를 완전 유창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 이미지)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대학원 과정(석박사)은 어학연수 코스가 아닙니다. 영어로 수업하고 영문 서적을 읽고 영어로 에세이 및 논문을 쓰지만, 영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지요. 따라서 대학원 과정 중에 향상되는 언어는 자기의 전공분야에 한정되기 마련입니다. 차라리 어학연수 때 수업시간 중 이런저런 표현을 연습하는 것이 회화 연습은 더 될 것 같네요. 그런데 유학 – 석 박사과정 -을 갔다 온 사람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는 영어를 통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에 유학한 사람들의 경우는 조금 다른 얘기일 것 같네요. 울 신랑도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갔었다고 하는데, 일본어는 한국어와 기본구조가 같기 때문에 습득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석 박사와 같은 학위과정 중에는 학업 과제의 분량 때문에 여가 활동을 왕성하게 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저 동기들끼리 주말에 펍에 가서 한 잔 하든가, 음식파티를 하는 정도가 되겠네요. 사정은 이런데 부모님 및 주변 분들은 영어를 현지인처럼 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죠. 차마 그렇게 못한다고 말하지도 못 할 때도 있어 답답하기도 합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 하면 할수록 외국어 실력은 당연히 늡니다. 늘지 않는 것이 이상하죠. 그런데 학위과정 2~3년으로 전반적인 영어 실력을 부쩍 늘리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학위 과정의 목적은 학위 습득이지 어학공부가 아니니까요. 울 신랑만 봐도 자신의 전공인 정치 관련 TV뉴스는 별 문제 없이 이해하며, 전공 분야에 관해서는 영어로 아주 유창하게 막 이야기하지만, 막상 TV 드라마는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차라리 영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이 일상회화를 늘리는데 좋겠다”라고 하더군요. 대학원 과정을 통해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전공공부 및 영어공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것이 될 것 같아요. 두 가지가 그렇게 동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