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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 정육점 주인이 소꼬리 사는 한국인 보고 웃은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1. 10. 19.


영국은 아침 저녁으로 보일러를 켜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할 정도로 추워졌습니다. 또한 길거리의 나무는 붉게 물들어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휘날립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한 여름 날씨였는데 갑자기 추워지니깐 속까지 허하네요. 한국에서 먹었던 국물이 따뜻한 음식이 생각나는 거에요.

 

어느 날 신랑과 집으로 향하던 중 얼마 전에 집 근처에 영국 대형 슈퍼마켓 한 곳이 개장을 했어요. 이 곳은 영국에서 품질이 아주 좋다고 알려진 곳으로, 우리 집 주인 아줌마는 이 곳 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곳 제품은 다소 비싸다는 게 흠이에요. 저희는 뭐가 괜찮고 싼 것이 있을까? 하며 돌아다니다가 저의 매서운 눈에 포착된 것이 있으니 바로 그것은 소꼬리 (Ox tail)" 였지요. 제가 오래 전에 다른 곳에서 아주 소량의 소꼬리를 사다가 꼬리 곰탕을 해서 먹었는데 워낙 양이 작아서 아쉽게도 한 끼 먹고 끝났던 적이 있거든요.

 

                                           
                                           웨이트로즈(waitrose) 정육점의 모습 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항상 소꼬리가 한 두덩어리 밖에 없어서 아쉬워하고만 있었는데, 이 날은 1kg가 넘는 소꼬리가 떡 하니 저녁까지 남아있는 겁니다. 제가 사는 캔터베리에는 대형 마켓과 정육점에서 소꼬리를 찾기가 좀 힘들거든요. 가끔씩 들어오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살 수 있을 정도에요.


                                                  
                                                     득템한 영국 소꼬리 (Ox tail)

저는 빨리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저씨에게 얼마냐고 물어 봤지요. 비싸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하면서요. 정육점 아저씨는 저울에 소꼬리 무게를 재더니 1.xx kg로 약 7.xx 파운드라고 하면서 저를 쳐다보면서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는 거에요.

 

왜 그런가 알고보니, 소꼬리 양이 너무 많아서 손님들이 안 사가지고 갔던 겁니다. 보통은 소꼬리를 몇 덩어리씩 분리해서 진열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늘은 큰 덩어리여서 저도 좀 놀랬거든요.  주변 아줌마의 말을 들어보니, 소꼬리 요리를 하더라도 소량만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보통 영국인들은 겨울 철에는 따뜻한 소꼬리 스튜와 스프 (Ox tail Stew, Soup)를 만들어 먹기는 하지만요, 한번도 소꼬리를 먹어 본 적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물론 추운 곳에 사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겨울 철에 소꼬리 스튜와 스프를 자주 먹는다고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소꼬리 양이 많아서 사려고 한 것이었어요. 솔직히 좀 더 많았으면 했거든요. 제가 이것을 보자마자 단숨에 산다고 하니깐 아저씨의 얼굴은 난처한 표정에서 아주 밝은 미소로 바뀌더군요. 소꼬리를 판 아저씨도 좋고, 저 역시 횡재한 것 같아, 집으로 오자마자 바로 핏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 속에 담가 놓았지요.

 

여기서 잠깐!

영국인들은 한국과 달리 핏물을 빼지 않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바싹 굽거나, 오븐에 넣고 피를 응고 시켜버린다고 해요. 그리고 나서 그 바싹 익힌 소꼬리로 스프 및 스튜를 만든다고 합니다.


                                              팬에 익힌 소꼬리 보이시나요?

                                                             Ox tail Stew
                                 ( 출처: http://simplyrecipes.com/recipes/oxtail_stew/)

                                                            Ox tail soup 
                            (출처: http://www.bbcgoodfood.com/recipes/12434/oxtail-soup)


 

              제가 만든 소꼬리 곰탕 입니다. 찜통에 끓인 것을 먹을 만큼 뚝배기에 담아 다시 끓였어요.

 

 
맛있어 보이나요?
파를 송송 썰어 넣고, 후추와 소금 간을 했지요.


 

                                    입에 들어가면 부들부들 녹는 소꼬리가 정말 맛있었어요.


검은 찹쌀 밥에 부들부들한 고기를 올려 먹는 이 맛!  정말 최고였어요. 역시 추운 날에는 고기 국이 최고인 것 같아요. 영국 추운 집에서 덜덜 떨다가도 곰탕 한사발 먹으니 온 몸에 열이나고 기운이 나네요. 요즘 학업과 일에 지친 울 신랑이 맛있게 먹어 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영국에 계신 한국 분들, 이번 영국의 매서운 추위는 소꼬리 곰탕으로 물리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