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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국제 결혼한 부부의 언어, 왜 꼭 영어인가?

by 영국품절녀 2012. 5. 23.



영국에 살면서 국제 결혼한 커플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랑 주변의 영국 교수들 혹은 친구들도 국제 결혼을 한 커플이 꽤 됩니다. 국제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화 및 생활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사소한 오해 및 언어 표현의 차이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곧잘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요. 하긴 같은 국적에, 언어까지 같은 남녀가 살아도 힘든 법인데 말이지요.

 

영어권에서 사는 국제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항상 국제 결혼한 부부들은 자녀 언어 교육에만 큰 신경은 쓰는 반면, "부부간의 언어"는 관심 밖인 것 같아요.

 

국제 결혼한 부부는 왜 꼭 영어만 사용할까요?

 

 

                                                  

                      국제 결혼한 부부간의 언어는 영어가 정답일까요?    (출처: 구글 이미지)

 

먼저 답은 간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영어권 국가에서 살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렇지요.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어를 유창하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또한 영어권 국가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언어 습득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요. 실제로 어학연수 및 유학을 한 학생들보다 현지인과의 연애 혹은 결혼한 사람들의 영어 실력 향상은 그들과 과히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효과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 영어권 출신의 배우자는  그 나라의 문화 및 언어 습득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지침서 및 교사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의 포인트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의 편리한 생활과 타인과의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배우자를 통해 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요. 언어가 전혀 다른 부부의 경우 일방적으로 영어 (한쪽 배우자의 언어) 로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제가 만나고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던 대부분의 영국인과 결혼한 한국인 아내들을 보면, 그들 부부 언어는 "영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간단한 인사 및 몇 마디 한국어는 영국인 남편들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영국에 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인간에게 있어 언어라는 것이 단순한 의사 소통 수단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었어요.영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은 처음에는 '오로지 영어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영어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금새 한국어로 말하고 싶어 안달납니다. 그리고는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 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향수병에 걸리고 맙니다. 즉, 사람은 공간을 초월하여 자신의 언어로 상대방과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해야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가장 가까운 배우자와의 대화는 당연한 것 아닐까요?

덧붙이면 결혼은 단순히 부부만의 결합이 아닌 가족들과의 관계 형성도 중요한데요, 사위가 한국어를 전혀 못해 장인, 장모와의 대화가 전혀 안 되는 모습도 과히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반면, 한국인 아내들은 시댁 가족과 더 잘 어울리기 위해 그들의 문화 습득은 물론이고 언어도 더 유창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이것 뭔가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사실 남편 한 명만 바라보고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낯선 영국까지 온 외국인 여자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 남편은 영국인은 아니지만, 남편 때문에 영국까지 와서 사는 삶이 쉽지는 않거든요. 다행히 전 나중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 살 것이라는 희망이 있으므로 타지 생활의 고통은 잠시라고 여기고 살고 있지만요. 영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자식들 다 결혼시키고 영국에서 몇 십년째 살고 계시는 한국분이 그러시더군요. 영국에 아무리 남편과 자식들이 있어도 자신이 한국어로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 줄 사람이 있는 한국이 나이가 들수록 미친듯이 그립다고요.

 

                           한국말이 그리울 때에는 한국 TV를 보면서 웃고 울고 하지요. (출처: 구글 이미지)

 

이런 말을 들으면서 국제 결혼한 부부라면 - 자녀들의 언어 교육에 앞서- 적어도 상대방의 언어를 어느 정도는 듣고 이해하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일방적으로 한쪽의 언어만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하나요? 배우자가 자신의 언어로 대화를 하고 싶을 때는 과연 없을까요? 그저 그럴 때에는 같은 국적의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면 해소가 될까요?

저는 국제 결혼을 한 사람이 아니기에 부부의 언어가 결혼 생활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유창함이 부부에게 있어 큰 문제는 될 수 없지만, 영어권 출신이 아닌 다른 한 명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언어로 인해" 무척 힘든 시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신랑의 영국인 박사과정 친구가 자신의 스페인 출신의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여자친구를 위해 스페인어를 배우고, 직접 스페인어로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누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어요. 영국인이 스페인어 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다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쉽더라도 배울 노력과 자세가 없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지요. 또한 일본 부인을 둔 영국인은 비록 일본어를 유창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면 어느 정도는 알아듣고 대답을 하거나 반응을 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성인이 되어 다른 언어를 배우는 일이란 어렵고 끝이 없는 여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외국인 배우자를 선택한 이상,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배우자의 언어를 기본적인 단계까지는 배울 자세와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방적으로 한 쪽에서만 자신의 언어를 배우는 것을 당연시하게 여기는 자는 결코 좋은 배우자감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국제 결혼한 부부는 "자신의 또 다른 모국어는 바로 배우자의 언어다" 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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