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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클럽 문화의 불편한 진실, 한국도 마찬가지

by 영국품절녀 2012. 6. 8.


 


영국 밤은 길고 따분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상점 문이 7 ~8시면 문을 닫아 버리니 쇼핑도 못하고, 특별히 갈 데가 없거든요. 특히 제가 사는 작은 시골은 저녁이 되면 갈 곳이 크게 없습니다. 만체스터 출신인 신랑의 친구는 "만체스터에 살 때에도 심심하긴 했는데, 여기 캔터베리는 최악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영국인들도 영국 시골은 무척 따분한가 봅니다.

그래서 영국에 사는 일부 젊은이들은 따분함을 해소하기 위해 밤마다, 특히 주말에 꼭 찾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클럽입니다.


보통 영국에 사는 남녀 젊은이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클럽에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혀 클럽을 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요.) 사실 영국에서 젊은이들이 밤에 놀 만한 장소로는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클럽이 대부분입니다. 일부 펍도 늦게까지 문을 여는 곳도 있지만요. 그런 이유로 클럽은 젊은 학생들이 소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인기 만점입니다. 특히 주말에는 클럽에 들어가려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지요. 하지만, 점점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영국 클럽은 남녀 젊은이들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장소로 변질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그 동안 영국에서 살면서 클럽 문화를 직접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작 해 볼까 합니다.

 

영국의 늦은 주말 밤 시내 및 클럽 주변을 가 보면, 많은 남녀 젊은이들이 이미 술에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거리에 앉아 있거나 널부러져 있습니다. 특히 노출이 심한 복장과 킬힐을 신은 여자들은 술에 취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맨 발로 다니는 있는 이들도 많다고 해요. 

 

23:54 sale - Cardiff

 

                                                                        

이처럼 점점 술과 마약에 찌들어가는 영국 젊은이들의 안전을 염려해, 영국 각 지역의 교회들은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된 "Street Pastor" 라는 봉사 모임을 조직했습니다. 현재 캔터베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영국인 남녀로 구성되어 있고요. 그들은 2인 1조로 매 달 토요일 밤 11시 정도부터 일요일 새벽 5시까지 시내 및 클럽 주변을 두루 다니면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젊은이들 (특히 성범죄에 취약한 여자)을 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봉사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맨발로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에게는 플립플랍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저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그 봉사를 한 달에 한번 씩 하고 있는데요, 그녀는 저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어요.

클럽 안 밖의 모습이 마치 "정육점"을 보는 것 같아~~

 

00:10 couple - Cardiff

 

실제로 영국인들은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속어로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사실 영국의 클럽은 그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재미있게 한바탕 춤추고 놀고 가는 그런 한국의 노래방 같은 곳이에요. 많은 젊은이들이 이 곳에서 생일 파티도 하고,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와서 즐겁게 놀다가는 그런 곳이지요. 그런데, 점점 원나잇 파트너을 찾으려고 클럽에 오는 남녀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에도 이런 흑심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요.) 얼마 전에 영국 대학 1학년 남학생과 대화 중에 나온 말인데요. 그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클럽에 육체적인 쾌락을 충족시켜 줄 파트너를 찾으러 가는 비율이 높다고 했어요.

 

one girl - Cardiff

                                                              

클럽에서는 즉석 만남이 참 쉽게 이루어 집니다. 맘에 드는 파트너가 포착되면 바로 접근해서 술을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서로 마음이 맞으면 바로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가 실패할 확률이 높아서인지 적극적으로 작업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로 남자들은 작업 기술의 하나로 여자에게 술을 계속 먹여, 취하게 한 다음 잠자리를 갖습니다. 

클럽 안에서 작업에 실패한 남자들은 클럽 밖으로 나옵니다. 그들은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거나, 쉬고 있는 여자들의 얼굴 및 몸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맘에 드는 여자에게 접근, 작업에 성공하면 그녀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난다고 합니다. 이런 광경을 두고 정육점이라는 표현을 쓰나 봅니다. 이런 광경이 특히 주말 밤 클럽 안과 밖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랍니다. 학교 캠퍼스 내의 클럽 역시 이와 비슷하고요.

              

Friday night in The Philharmonic - Cardiff

         ALL IMAGES © MACIEJ DAKOWICZ


 

여기 영국에서 본 일부 젊은이들은 이처럼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을 하고 헤어지는 일들이 너무 당연한 일상입니다. 굳이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지난 밤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어나서 그냥 쿨(?)하게 헤어지는 그들입니다. 영국 대학의 학생의 말로는, 월요일 아침이면 수업에서 만난 남녀 학생들의 모습이 아주 초췌할 정도라고 합니다. 즉, 밤새 술 먹고 즐긴 태가 확~ 난다고 하니까요. 그러면 친한 친구들끼리는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꼬치꼬치 캐 묻거나, 서로 주말에 누굴 만났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합니다. 설사 친구들에게 말을 안 한다 해도 클럽 안에서 이미 남녀들의 과감한 스킨십으로 인해 다 알게 된 답니다. 또한 밤새 즐긴 남녀들은 종종 학교에서 지나가다가 마추치기도 하는데, 쿨하게 인사를 하고 그냥 지나친다고 합니다. 더 이상 다시 만날 것도 없는 그런 관계인 것이지요.

 

요즘 영국처럼 한국에서도 젊은 남녀들이 클럽, 나이트 등에서 즉석 만남을 갖고, 잠자리까지 함께 즐긴 후 쿨하게 헤어지는 경우가 과거보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최근 TV, 영화에서도 즉석 만남으로 인한 임신, 왜곡된 남녀관계 등이 소재로 자주 쓰이는 것을 보면,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제는 영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젊은 남녀들에게 클럽은 남의 시선 상관없이 자신의 욕구를 마음대로 분출할 수 있는 곳으로 보입니다.

클럽 문화의 불편한 진실, 과연 이대로 클럽이 젊은이들의 해방구로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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