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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 소문난 잔치 음식 맛본 한국인, 뭔가 아쉬워

by 영국품절녀 2012. 6. 7.



저번 주부터 시작된 영국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휴일은 공식적으로는 어제로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건물 , 시내 곳곳에는 유니온잭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한국 TV 를 통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런던 축제 기간 내내 날씨가 좋지 않은 바람에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들까지도 행사를 지켜보는 것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여왕 60주년 즉위를 축하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영국 시골에서도 매일 행사가 있었지만, 비도 많이 오고 기온까지 갑자기 확~ 내려가는 바람에 아쉽게도 사람들의 참여가 너무 낮았습니다. (사진 찍는 자체가 민망해서 못 찍었어요. ^^;)

 

 

이렇게 4일 내내 아무것도 없이 지나가나 했는데, 다행히 교회 카페에서 영국 아줌마들이 직접 주빌리 잔치 음식 메뉴를 준비하여 서비스를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영국인 집에 초대 받아갈 때마다 적잖이 실망했던 저와 신랑은 영국인들의 파티 음식에 대해 큰 기대는 안했지만, 기분 좀 내자는 의미에서 잔치 음식을 먹기 위해 카페로 갔습니다.

 

 

조그마한 카페에 이미 영국인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중년 이상의 분들이었습니다. 먼저, 저희는 주변 분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했습니다. 축제 메뉴를 보니, 보통 영국인들이 먹는 점심 메뉴에 스타터, 디저트가 들어가 나름 3코스로 진행이 되었지요. 물론, 2 코스도 가능했고요.

 

                                    저와 신랑이 주문한 메뉴에 왕관으로 표시해 봤어요.

 

저희는 3코스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서비스하는 영국 아줌마들의 수에 비해 손님이 너무 많아서인지 주문 줄도 길고, 음식이 나오는 속도도 다소 느렸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여기 카페에서 일하는 동안 그 누구도 "왜 이리 늦냐고" 불평하는 분을 못 봤네요. 역시 느긋하고 매너있는 영국인들 (특히 영국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영국 여왕 주빌리 잔치에 유니온잭이 빠질 수 없지요.

 

드디어, 스타터가 나왔습니다.

 

             양상추 수프는 참 맛있어요. 버터 바른 빵을 수프에 찍어 먹으니 살살 녹네요.

 

역시, 영국인들에게 차는 빠질 수 없지요.  영국 차를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다음은 잔치를 위한 특별 메뉴입니다.

 

특별 메뉴라지만 보기에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어보이지요??

 

메인 음식을 소개해 보면요...

코로네이션이라는 소스에 치킨을 버무려 자켓 포테이토 위에 얹은 거에요. 코로네이션은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카레 맛이 나는 소스에요. 참, 오늘의 잔치 메인 메뉴로 선정된 이유는 코로네이션 치킨을 "주빌리 치킨"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해요. (버거킹에서도 축제 기간 동안 코로네이션 버거를 팔았어요.)

 

이외에 쿠스쿠스, 크립스, 샐러드가 함께 서비스됩니다.

저는 원래 쪄서 먹는 감자를 좋아했었는데, 영국에서 자주 먹다보니 오븐에 구운 감자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구운 감자는 칼로리가 높다고 하니 주의해야 해요.)

 

                          카레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그냥 먹을 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남았지요. 전 영국 디저트가 입에 잘 맞지 않아요. 너무 달거든요.

아이스크림 선디~~ 

 

 패트리어틱 트라플 (영미권에서 현충일과 같은 기념일에 먹는 디저트라고 해요.)

 

역시나, 저와 신랑은 영국 디저트를 봤자마자 놀라고, 맛보고 두 번 놀랐어요. 너무 달아서요. 신랑은 혀가 마비되는 고통을 참으면서 다 먹었지만, 저는 거의 3분의1도 못 먹고 포기했습니다. 정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위에 놓인 블루베리와 라즈베리만 먹었어요. 만들어주신 아줌마에게는 "너무 맛있었는데, 배가 불러서 도저히 먹을수가 없었다"고 둘러댔지요. 주변의 영국인들은 이렇게 단 디저트까지 남김없이 맛있게 싹~ 드시더라고요. 영국 아줌마들의 잔치 음식을 저희는 너무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사실 저는 잔치 음식이라고 하면 평소보다는 뭔가 대단하고 풍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만난 영국인들은 서로(주선자 & 손님) 부담을 안 주고 안 받으면서, 소소하게 음식을 준비하여 파티 혹은 축제를 즐기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부담이 없는 이런 문화가 편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가끔은 잔치 준비하느라 북적북적하고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한국의 잔치가 그립긴 하네요. 전 역시 토종 한국인인가 봅니다.

 

영국 시골의 소소한 잔치 음식을 먹었더니, 한국의 명절 음식이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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