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참기름 없이는 아내 음식 못 먹는 영국인, 빵 터져

by 영국품절녀 2012. 6. 18.



제가 사는 곳에는 Global Cafe라는 국제 학생들의 모임이 있어, 매 주 토요일 저녁마다 캔터베리에 있는 대학생 및 직장인들이서로 만나 매 주 다양한 행사를 통해 친분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곳에는 영국인들은 물론이고 유럽, 아프리카, 아랍, 아시아, 북미 등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지요.

이 곳에서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서로 눈이 맞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재작년에 결혼을 한 영국인 남자 - 일본인 여자 커플이 있는데요, 오늘 사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커플입니다. 그들은 이 모임을 통해 만나 약 2년 정도 연애를 하다가 드디어 재작년에 영국과 일본에서 각각 결혼식을 하고, 현재 이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일본인 친구가 약간 볼멘 소리로 이런 말을 했지요.

우리 신랑은 한국 음식이 제일 맛있는 것 같대..

작년에 우리 부모님께 인사 드리러 일본에 오자마자 찾았던 곳이 바로 한국 음식점이었어.

일본 음식보다는 한국 음식이 훨씬 더 맛있다면서....

 

전 이 말을 듣고 좀 놀랐어요. 캔터베리에는 한국 음식점도 없는데...그가 어떻게 한국 음식 맛에 그렇게 빠질 수 있었을까?? 거기다가 한국인도 아닌 일본인 아내를 둔 영국인인데 말이에요.

 

생각해 보니 그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제 기독교 학생 모임에 몸 담고 있으면서 한국인들이 요리한 맛있는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신기한 게 영국에 온 한국 학생들의 한국 음식은 진짜 다 맛있어요. ^^) 또한 런던 등 대도시만 가도 이제는 한국 레스토랑이 많아,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일부러 런던에 가면 한국 음식을 꼭 먹고 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처럼 일본에서 한국 음식점을 가장 먼저 찾았다는 영국인 남편이 또 다시 일본인 부인이 보기에 황당한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 일본인 부인이 만든 일본 음식을 전에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정말 음식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었습니다. 그 때 그녀의 음식을 맛 본 일본인 친구들 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사실 일부는 아예 씹다가 뱉어버리기까지 했어요.

 

저건 일본 음식이 절대 아니야~~  아니, 음식 자체가 아니야~

일본 음식은 훨씬 맛있어. 그나저나 저 영국인 남편 불쌍해서 어쩌나...

 

그 영국인 신랑도 자기 부인의 일본 음식이 크게 입에 맞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러니 일본에서도 일본 음식보다는 한국 음식을 먼저 찾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자신이 먹어 본 일본 음식이 맛 없었으니까요. ) 그런데, 착한 영국인 남편은 부인에게 "음식 맛 없어"라고 안 먹기보다는 이렇게 대처 한다고 해서 제가 빵~ 터졌어요.

 

설사 맛없는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참기름만 있으면 돼.

참기름만 뿌리면, 모든 음식이 다 맛있게 변하거든....

 

 

영국 대형 마켓(테스코, 웨이트 로즈 등)에서 참기름이 팝니다. 물론 한국 회사에서 나온 참기름이 훨씬 고소하지만, 영국에서 파는 참기름도 꽤 고소해요. 전 현재 웨이트로즈에서 나온 참기름을 먹고 있습니다.

 

영국인 신랑은 전에 고소한 참기름을 팍팍~ 쳐서 비벼 먹었던 한국 비빔밥 생각이 난 것이에요. 제 주변에도 외국 친구들 중에 고소한 참기름 맛에 홀딱~ 빠져 버리곤 해요. 제가 전에 김밥, 비빔밥을 영국인에게 해 준 적이 있었는데, 고소한 참기름 맛을 참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영국인들도 요리할 때 참기름을 조금씩 사용하긴 하지만, 한국인처럼 참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반찬을 만들 때, 참기름을 아끼지 않고 팍팍 뿌리거든요. 이처럼 영국인 신랑은 아내 음식이 맛이 없으면 언제든지 아무런 투정 없이 참기름을 뿌려서 맛있게 먹는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부부에게 참기름이란? 가정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음식을 못 하는 부인과 사는 남편은 식사를 할 때마다 곤욕스러울 것 같거든요. 마찬가지로 음식을 못하는 부인 자신도 너무 스트레스잖아요. 다행히 영국인 남편은 고소한 참기름만 있으면 맛 없는 부인의 음식이 맛있게 변한다고 하니까요. 지금까지 제가 들었던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영국인의 가장 깨소금나는 사연이었습니다. 이런 게 천생 연분 아닐까요? ^^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

 
한국 음식과 관련하여 더 보기
 

                                             한국 반찬 '장조림'에 훅 간 유럽 친구들의 사연은

한국 고구마 맛탕 맛 본 영국인 유쾌한 반응

한국 음식인 육회까지 섭렵하는 영국인, 못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