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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생활 정보

해외 생활 중 정말 하기 싫은 말은 자기소개다

by 영국품절녀 2012. 7. 8.



해외에서 살게 되면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끊이질 않습니다. 당연히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왔으니 새로운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 알리고, 마찬가지로 상대방에 대해 알기 위해 질문도 해야 합니다. 즉, 바로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는 통과 의례 "자기 소개"가 따르기 마련이지요.

 

영국에서는 처음에 누굴 만나든지 이런 질문을 꼭 받게 됩니다.

내 이름은 OOO 야. 만나서 반가워...

너는 어디에서 왔니? (출신 묻기)

여기에서 뭐하니? (학교 및 전공 혹은 직업 묻기)

영국 온 지 얼마나 됐니?  등등...

 

당연히 타국에서는 이미 아는 사람들보다는 새롭게 알게 될 사람들이 훨씬 많기에 이런 자기소개는 필수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똑같은 질문과 대답의 반복과 함께 같은 사람에게 유사한 질문을 몇 번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 슬슬 짜증과 함께 허무함이 밀려오곤 합니다. 사실 낯선 언어와 다른 인종의 외국인들을 만나게 되면 한 두번 보고서는 얼굴 및 이름 기억이 상당히 어려워요. 따라서 자주 만나지 않고서는, 새로운 사람인냥 또 다시 이름부터 묻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랍니다.

 

 

                            지겨운 자기 소개 이제 그만하고 싶다규~~~ (출처: Google Image)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영국에서 단기간 생활하는 어학연수 학생들은 이런 의례적이고 반복되는 자기소개가 참 싫다고 합니다. 제가 경험하고, 주변에서 들은 학생들의 말을 토대로 알려 드릴게요.

처음에 와서 약 3개월 동안은 교회 및 이런 저런 만남을 통해 알게 된 현지인 및 외국인들에게 자기 소개를 열심히 한다. 그런데 이제 거의 9개월이 넘어 귀국을 얼마 안 남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사람들에게 매일 내 소개를 처음처럼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 이미 몇 번 만난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반복되는 자기 소개가 이제는 지겹고, 그저 매일 새로운 첫 만남과 같은 일회성 만남이 싫다.

 

저 역시 이런 한국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만남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기적으로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서 깊은 대화도 나누는 등 친분을 나누는데 반해, 해외에서는 항상 첫 만남으로 끝나는 만남 직후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일회성 만남이 대부분이고, 적극적이지 않는 이상 현지인 및 외국인들과의 관계 형성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가 않거든요. 또한 나이도 많은 경우에는  워낙 어린 학생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대화의 공감대 형성 자체가 안되어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그저 매일 만나자마자 똑같은 자기 소개 후 별 내용없는 대화만 이루어지는 일회성 만남이 되고 말지요.  

 

                        난 한국인, 이름은 OOO, 어학연수 하러 왔다규~~ (출처: Google Image)

 

한 한국 학생은 영국 교회를 다니는데, 일이 있어서 빠지거나 혹은 여행을 좀 다녀온 후  교회에 출석하면 언제나 교인들이 자신을 처음 본 사람인듯이 대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이름이 뭐니? 어디서 왔니? 여기서 뭐하니?" 이렇게 물을 때마다 정말 맥 빠지고 허무해 진다고 하네요.

 

저 역시도 예전에 어학연수 및 석사 시절을 돌이켜 보면, 별 반 다르지 않았어요. 친하게 알고 지낸 영국인 친구도 없었을 뿐더러 그저 자기 소개 및 간단한 대화 정도만 하고 끝나는 짧은 일회성 만남만 했던 것 같아요. 그 때 제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바로 이거 였던 것 같습니다. "이름 OOO, 정치학 석사생, 한국(서울) 출신, 영국 온 지 ~ 개월"  등등 저의 대한 짧막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지요.

 

결혼 후 다시 영국에 와서도 매일 똑같은 자기 소개는 끊이질 않습니다. 다만, 현지인과 친해지기 위해 일년 넘게 교회 및 각 종 모임에 매일 나가 얼굴 도장을 찍으니까, 이제서야 현지인들이 제 이름도 기억하고, 연락도 종종 해주는 등 저를 챙겨 주네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자기 소개와 현지인에게 기억되기까지 많은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영국 생활 2년 반이 넘은 현재도 매일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고 의례적으로 상대방에 대해 이것 저것 묻는 것이 가끔은 지겨울 때도 많습니다. 때때로 상대방에 대해 궁금하지도 않고, 그들의 질문에 일일히 대답하기 싫을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해외에 사는 이상, 계속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정말 하기 싫지만 꼭 해야하는 자기 소개의 말" 그냥 즐겁게 하는 편이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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