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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에서 첫 신혼 살림 정리하려니, 시원섭섭해

by 영국품절녀 2012. 7. 17.



오늘은 영국 품절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는 영국 유학 시절 신랑을 만나, 2년 연애 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신랑의 박사 유학 준비를 위해 잠시 시댁에 있다가 다시 영국으로 나오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러니 저는 딱 캐리어에 옷, 신발, 화장품만 달랑 가지고 시댁으로 들어갔지요. 하지만, 시댁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2년 정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어요. 그러니 그저 맨 몸으로 시댁에 들어간 저는 시어머니가 쓰시는 물건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드디어 영국으로 오게 된 저희는 이 곳에서 처음으로 저희만의 신혼 집 및 살림 등을 마련했습니다. 당연히 자가 주택이 아닌 렌트한 집이지만요. 처음에는 학교 기숙사로 들어갈 생각에 여기서 딱 6개월만 살자고 계약을 했지만, 벌써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영국에서 약 2년 반 넘게 살았던 우리 부부의 첫 신혼 집~

 

사실 이 집에서 살면서 한 두번 정도는 이사를 가려고 발품 팔아가며 집을 보러다니기도 했었지만, 이 집만한 집이 없었기도 했었고, 계약 도중에 일이 틀어져 버리거나 맘에 드는 집은 거액의 보증금 밎 렌트비를 원하기도 하는 등 이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이사가고 싶은 좋은 집이 생겼습니다.

짜잔~~ 바로 오늘이 저희 이사가는 날 이에요~~

이사를 이틀 앞두고, 짐을 하나 둘 씩 사기 시작했어요. "둘이 살았는데 무슨 짐이 그리 많겠어?" 했지만, 싸고 보니 박스만 거의 15개 정도가 나왔네요. 역시 살면 살수록 짐은 무한정 느는 가 봅니다. 짐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갑자기 이 곳에서 저희들이 겪었던 수많은 사연들이 순간 필름처럼 싸악~ 지나가는게 아니겠어요?

 

                                         심신이 가장 힘들었던 2010년, 눈이 많이 왔던 겨울 집 앞

 

2010년 영국 온 첫 해 겨울, 유난히 추웠지만 난방비 걱정 때문에 하루에 보일러 3시간만 틀고 부둥껴 안고 잤던 일, 너무 오래된 영국 집 (200년도 넘은) 이라 여기저기 잔 고장 (보일러, 지붕, 전등 고장 등)이 많아 고생했던 일, 비가 많이 오는 날씨에는 민달팽이들의 습격에 혼절한 일, 집이 길가에 있어 밤마다 술 먹은 젊은이들의 고성방가로 괴로웠던 일, 습하고, 통풍이 안 되는 집이라 구석 여기저기에 핀 검은 곰팡이 없애려다 포기했던 일 등등....

 

힘들었던 추억들이여, 잘가~~   (출처: Google Image) 

 

이처럼 슬프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답니다.

결혼한 후 작지만 우리 둘만의 공간이 생긴 일, "카메론 디아즈도 놀란 영국의 추운 집"이란 블로그 글로 저의 글이 세상에 빛을 본 일, 영국 200년 전통이 깃든 집에서 살아본 일, 남의 눈치 안 보고 한국 음식을 마음대로 해 먹을 수 있던 일,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영국 집 주인 아줌마를 만난 일, 집이 추워 신랑 품에 꼭 안겨서 잘 수 있던등등.....

 

             새 집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 만빵이에요. ^^ (출처: Google Image)

 

어제 하루종일 신랑과 짐 정리를 하면서, 신랑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 부부만의 첫 신혼 집인 이 곳을 영원히 잊지 못 할 것 같아~

여기를 떠나려니 시원섭섭하다~~ 

 

저도 신랑과 같은 심정이에요. 우리 부부의 첫 신혼 집인 이 곳에서 웃고 울고 싸우고 토닥거리는 등 너무 많은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이런 많은 이야기 중에 일부는 제 블로그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었고요. 이제 이 집을 떠나면서 무척 시원섭섭하긴 하지만, 저희 부부는 또 다른 새로운 공간에서 더 재미있고 좌충우돌인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 기대 됩니다.

다음 글 부터는 새 집에서 인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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