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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어가 편하다는 국제커플, 정작 자녀 교육은

by 영국품절녀 2012. 8. 22.



제가 전에 국제 결혼한 부부들의 언어에 대해 글을 두번 정도 쓴 적이 있습니다. 제가 국제 결혼한 사람이 아니기에 쓸 수 있었던 글이었던 같습니다.  댓글을 쭉~ 읽어보니, 저처럼 국제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해 주셨지만, 국제 결혼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참 가지각색이었습니다.

 

부부끼리는 서로 잘 통하는 언어인 영어를 쓰면 된다는 입장이 강하면서도...

자식만큼은 꼭 한국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요.

 

한국어를 자식에게 꼭 가르치려는 이유는 나름대로 있겠지만, 자식과는 꼭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은 엄마의 바람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영국인 남편을 둔 한국인 아줌마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의 사연을 들으면서 적잖이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영국인 남편을 두고 있으며, 두 분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늦동이가 있습니다. 아직 유치원 생이지요.

어느 날 엄마한테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엄마는 바보야~  내가 물어봐도 대답도 잘 못하고.. 발음도 맨날 틀리고..

아빠는 똑똑해. 무엇이든지 다 알아~

그 아이는 한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며, 오로지 영어만 사용합니다. 물론 영국인 남편도 한국말은 할 줄 모르고요. 5~6살 된 그 아이의 눈에는 영어가 유창하며 자신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아빠는 무척 똑똑해 보이지만, 영어에 서툴고 발음도 이상한 엄마는 바보인 셈이지요.

 

그 말을 들은 한국인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엄마는 한국인이야, 그래서 영어를 못하지만 한국어는 잘해~

아빠는 영어는 잘하지만, 한국어는 하나도 못 하잖아.

그렇게 아이를 이해시켰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이런 경우는 꼭 한국인 엄마들의 문제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한 브라질 아줌마(영국 남자와 결혼한)의 푸념입니다. 그 분은 브라질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포르투갈어를 하지 못하는 딸들과 언쟁이 붙을 때마다 속상해 하면서 하는 말이..

내가 영어에 서툴러서 그런지 얘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브라질 아줌마는 아무래도 영어로 언쟁이 붙으면 항상 딸들에게 주눅이 든다고 합니다. 또한 영어만 사용하는 그 딸들은 겉모습만 영국 - 브라질 혼혈이지 내면은 영국인이므로 자기(브라질)와는 전혀 다른 것 같다면서요. 그래서 브라질의 외가에 자주 방문해서 문화와 언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딸들은 브라질 가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어요. 그 가족과 함께 사는 한국인 학생이 보기에 영국인 아저씨가 아줌마를 엄청 사랑하고 잘하는 것 같은데도, 아줌마는 항상 자신에게 "딸들과의 언어 문제 및 소통"으로 인해 국제 결혼은 정말 쉽지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하네요.

 

국제 결혼한 커플들의 언어 선택은 본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그들은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부모에 따라서는 자녀의 언어 교육만큼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연 부부간의 언어와 자식의 언어 교육이 따로 떨어져 양립할 수 있을지는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경험도 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지금까지 제가 본 국제 커플들의 자녀들 중에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아빠를 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한국말을 잘하는 비율은 참 낮은 것 같습니다.

제가 석사 시절 약 1년 동안 한글 학교에서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한국인 초 중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사를 했었습니다. 국제 결혼한 부부의 자녀들 및 부모의 학업 및 직장때문에 어려서부터 영국 학교를 다닌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당연히 한국어 속도가 제일 빨리 느는 것은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모님을 둔 학생들이었고요. 역시나 한국어 공부에 별로 관심도 없고, 제일 실력이 늘지 않는 부류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영국인 아빠와 한국 엄마를 둔 아이들이었습니다.

 

(물론 엄마의 희생적인 노력과 본인의 의지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릴 때에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으므로 한국어를 할 줄 알아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이 많아짐에 따라 영어만 쓰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해요.)

 

그만큼 부부간의 언어는 자녀의 언어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언어 뿐만 아니라 엄마의 나라, 문화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적이 다른 한쪽 부모의 역할도 제법 크다고 생각됩니다. 외국인 엄마만 자녀들의 언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교육을 시키는 것은 엄마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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