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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누나 반은 월드컵, 아들 반은 교과서 — 그 반전의 결말

by 영국품절녀 2026. 6. 18.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웸블리에서 직접 찍은 한국 대표팀 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웸블리에서 직접 찍은 한국 대표팀 경기

 

2026년 월드컵 시즌, 우리 집에서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 아들입니다.

시작은 누나였어요. 6학년 딸의 반은 담임 선생님과 미리 약속하고 다 같이 경기를 봤대요. 그런데 딸이 집에 와서 전해준 그 반 풍경이 어찌나 생생하던지요. 한국이 득점하는 순간 반이 떠나갈 듯 함성이 터졌고, 어떤 남자아이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책상을 엎어버렸대요. 😂 결국 그 친구는 학생주임 선생님께 불려갔다는 후문까지.

그 이야기를 듣는 아들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습니다. 자기 반은 못 봤거든요.

다음 날 아침, 아들은 비장하게 등교했어요. "금요일 경기는 꼭 봐야 해. 친구들이랑 작전을 짜야겠어."

아홉 살 인생의 중대한 프로젝트였죠. 하지만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셨대요. 게다가 알아보니 같은 학년 6개 반 중에 딱 2개 반만 못 보는데, 그중 하나가 하필 우리 아들 반이었어요. 심지어 딸 학년은 금요일에 6학년만 강당에 모여서 같이 볼 수도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아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이건 학년 차별이야!!!"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데 웃음이 터지면서도 짠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어젯밤엔 아주 진지한 얼굴로 저에게 협상을 시도했어요. "엄마가 우리 선생님한테 좀 말해주면 안 돼?"

순간 마음이 약해졌지만, 저는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천천히 이야기했어요. "선생님도 수업을 하셔야 할 권리가 있어. 그건 엄마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면서도 아이의 마음은 꼭 안아주고 싶었어요. "4년에 한 번 오는 월드컵을 친구들이랑 다 같이 보는 거, 정말 소중한 추억이지. 엄마도 그걸 만들어주고 싶어."

그래서 제안했죠. "그럼 우리 금요일에 아예 광화문 가서 거리응원 할까? 진짜 현장에서!" 나름 큰맘 먹은 제안이었는데,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광화문은 부담스러웠나 봐요. 결국 우리의 결론은 이렇게 났습니다.

"그냥… 집에 와서 보지 뭐."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의외로 담백한 결말이었어요. 😂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반전이 있었거든요. 사실 아들은 어제 바이러스성 결막염으로 학교를 하루 결석했어요. 그런데 오늘 학교에 다녀오더니, 글쎄 실실 웃으면서 이러는 거예요.

"엄마! 우리 반 친구들이 어제 얼마나 졸랐으면, 선생님이 드디어 내일 멕시코전 보여준다고 했대!"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결국 안 된다던 그 경기를, 반 친구들이 다 같이 졸라서 기어이 보게 된 거예요. 우리 아들이 그렇게 바라던 '친구들과 함께 보는 월드컵'이 이루어진 순간이었죠. 혼자 집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신나 보였어요.

사실 이 작은 소동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아이에게 월드컵은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소리 지르고 환호하며 만드는 '우리만의 추억'이더라고요. 누구는 보고 누구는 못 보는 그 차이가, 아이에겐 생각보다 큰 서운함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준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아들은 오늘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고요.

마침 제가 살았던 영국은, 이 월드컵을 학교가, 심지어 나라가 어떻게 '함께 누리게' 하는지 정리해 둔 글이 있어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 더 생각할 거리가 많더라고요. 👇

🔗 한국은 '교사 색출', 영국은 '국왕이 공휴일'? 월드컵을 대하는 두 나라 — 자세히 보기

영국에서 7년 살고 돌아와, 두 나라의 육아와 교육을 비교하며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