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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해외 미용실에서 한국인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

by 영국품절녀 2012. 6. 30.



영국 품절녀가 돌아왔습니다.

어제 오래간 만에 신랑과 런던 나들이 하고 왔어요. 신랑이 런던 외곽에 있는 코리아 타운으로 알려진 뉴몰든에 볼일이 있다고 하길래, 냉큼  한인 미용실에 예약을 했지요. 6개월 만에 미용실에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답니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이런 기분 절대 모르실 거에요!! 물론, 제가 사는 곳에도 미용실은 도처에 깔려 있지만, 영국 미용실은 우선 가격이 너무 비싸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국 여자들에게는 기피 대상이거든요.

저는 원래 웨이브가 다 풀린 긴 머리를 좀 가볍게 다듬고, 앞머리만 파마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앞머리 파마 + 컷 가격이 생각보다 좀 비싼 편이더군요. 운이 좋게도 제가 예약을 한 미용실에서 파마 파격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전 바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파마를 하기로 생각을 바꿨답니다.

헤어 디자이너가 저에게 "머리를 어떻게 하시겠어요?" 묻길래....전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사실 캔터베리에서 런던 뉴몰든까지 오는 것이 쉽지가 않거든요. 기차타고 튜브타는 등.. 약 두 시간 넘게 걸리거든요. 아마도 한동안은 이 곳에 다시 올 일이 없겠다는 생각에 따라 전 바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 요즘 넝굴에서 나오는 김남주처럼 뽀글이 파마 해 주세요. 아주 강하게요~~

 

                             김남주가 하면 다 유행이네요. 뽀글이 파마까지요.   (출처: KBS)

 

제가 뽀글이 파마라는 무리수를 둔 배경에는 사실 미용실을 자주 다닐 수 없다는 어쩔 수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작년에 한국에서 강한 웨이브를 했는데 반응이 조금 좋더라고요. 그래서 자신있게 뽀글이 파마를 주문한 것이에요.

 

그런데 헤어 디자이너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하는 거에요.

영국에서 하는 뽀글이 파마는 더 강할 수 있어요. 본인이 한국에서 했던 뽀글이 파마하고는 상당히 다를 수 있는데 괜찮겠어요?

 

이런 대답을 들으니 잠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전에 영국에서 파마를 했다가 한달도 안 되어 풀어져 버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하겠다고 했어요. 한국과 다르게 영국 물은 너무 강해서 웨이브가 쉽게 풀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특히 제가 사는 캔터베리의 물은 다른 지역보다도 상당히 세다고 하거든요.

 

파마 롤을 말면서, 디자이너는 저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묻더니, 평일에는 다들 멀리서 온 손님들만 예약을 받는다고 했어요. 제 앞 손님은 남자 분이셨는데 완전 뽀글이 파마를 하시고 가시더군요. 그 분은 영국 남서쪽에 사시는데 거의 4시간 걸려 파마를 하러 오셨다고 했어요. 더욱 놀랐던 것은 영국 내 뿐아니라 주변 유럽 국가인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 사는 사람들도 런던 한인 미용실까지 와서 머리를 한다고 하는 겁니다. 그 곳에도 물론 한인 미용실이 있긴 하지만,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 7~80년대 헤어 스타일로 만들어 놓는대요. 해외 사는 사람들의 고충이 여간 심한 게 아니지요?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한인 미용실에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고 해요.

뽀글이 파마 해 주세요. 웨이브 잘 안 풀리게 말아 주세요.

(평소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던 한국 음식을 대면서) 어느 식당이 맛있게 하나요?

거의 대부분이 찾는 한국 음식은 단연 "짜장면, 순대 국밥, 육개장, 우거지 갈비탕 및 쫄면과 같은 분식 종류"들 이래요. 이처럼 해외에서 사는 한국인들의 상황은 다들 비슷한가 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드디어 뽀글이 파마가 완성되었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울 신랑, 헤어 디자이너, 저 이렇게 뽀글이 파마가 너무 잘 되었다고 좋아했어요. 정말로 한국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곱슬거려요. 거울로 저를 보니, 무슨 푸들같다고 해야 할까요? 신랑은 "야, 너 원래 어려보이는데 그렇게 뽀글이하니깐 완전 더 어려보이잖아..."라며 투덜대네요. 오늘 뽀글이 파마 완전 성공이에요. ^^ 런던에서 만난 친구의 반응도 좋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뽀글이 파마가 이렇게 의외의 반응일지는 정말 몰랐네요. 

 

                                        제 머리랑 가장 비슷해요. ㅎㅎ  (출처: SBS)

 

갑자기 영국 날씨도 더워졌는데 머리 길이가 짧아져 시원하고, 헤어 스타일마저 완전 달라지니 기분도 색다릅니다. 역시 기분 전환에는 미용실에 다녀오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아무튼 헤어 스타일 변신 성공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 가지고 7월에 뵙겠습니다. 블로그 방문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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