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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인이 사용한 세탁기 보고 경악, 뭘 했길래

by 영국품절녀 2012. 8. 7.



영국 품절녀 입니다.

 

영국 새 집으로 이사온 지 삼주 째, 인터넷은 올림픽이 끝날 때 쯤에야 개통이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참고 있는데난데없는 세탁기 때문에 영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또 한번 나빠져 버렸답니다. 지금도 세탁기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것 때문에 이사의 기쁨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을 정도에요.

 

이사 오기 전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제대로 빨래를 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새 집에서 세탁기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빨랫감을 다 가지고 왔습니다. 다행히 이사 온 날 부터는 매일 해가 짱짱~하게 비치고 제대로된 영국 여름이 시작되었지요.

 

 

이사한 날... 바로 세탁기를 사용하려고 안을 들여다 보니 글쎄이상한 냄새가 확~풍기는 거에요.

마치 공업용 기름 때 냄새같은 아주 지독한 냄새가요

 

 

 

도대체 세탁기에서 무슨 냄새가 이렇게 나는 걸까? 킁킁~  

 

이리저리 둘러보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보려 했으나 절대 모르겠더군요. 이전에 살았던 영국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가기 전에 빨았는데이런 기름 냄새가 나는 걸까??

 

빨래를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트로 달려가 세탁기 강력 청소 세제를 사서 세 번정도 온수로 돌렸습니다.

그런데도 전혀 냄새는 없어질 생각도 않는 거에요. 신랑에게 세탁기가 이상하다고 난리를 쳐도 듣는 척도 안하더군요. 세탁기를 돌려보면 뭔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티셔츠 몇 장을 돌렸지요.

 

 

 

 

세탁기 청소 세제

                                                          

역시나... 세탁이 끝난 후에 세탁기에서 꺼낸 옷들에는 검은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것이었어요.

신랑은 그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뭔가 이상하다면서, 집 관리자에게 알렸지요.

 

 

그런데이럴수가~~

관리자 분이 냄새의 근원지를 알려 준 곳을 보자마자......  전 경악했습니다....

 

드럼통 세탁기 입구에 있는 고무 튜브 안에 지금까지는 본 적도 없는 (앞으로도 절대로 볼 수 없을) 상당한 양의 검은 때가 두껍게 층을 이루고 있었던 거에요. 그 검은 때의 상태를 보아서는 이전에 살았던 영국인 부부는 3년 동안 한번도 그 곳을 청소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됩니다. 어떻게 그렇게 냄새가 풀풀~ 나는 게다가 세탁물에 그 검은 때가 묻어 나오는 더러운 세탁기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는지.. 너무 당황스럽고 이런 세탁기 상태를 보니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지요. 거기다가 갑자기 세탁기에 물이 새는 바람에 아예 세탁기 사용조차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이 고치는 데에만 또 일주일 기다렸습니다.)

 

 

신랑과 저는 세탁기의 때를 없애기 위해 거의 며칠 내내 세탁기만 부여잡고 씨름을 했습니다. 처음에 신랑이 두꺼운 기름 때를 벗기고, 저는 신랑의 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면봉을 가지고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때를 없애기 위해 고분분투 했어요. 하루 아침에 쌓인 때가 아니듯이, 청소도 단 며칠 만에 끝낼 게 아니더군요.

고무 튜브로 되어 있어 청소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어요. 내부가 잘 안 보이고, 구멍도 작아 청소하기도 힘들고.... 해도해도 끝도 없이 검은 때는 묻어 나오더라고요.

 

 

 

검은 기름 때가 세탁기 안에서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요. (출처: Google Image) 

 

 

며칠 내내 세탁기 청소를 하면서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세탁기 바꿔 달라고 말하고 싶어~~ 차라리 우리가 세탁기 사면 안 될까?? 

 

하지만 저희 집도 아니고, 돈도 없는 저희는 그저 청소를 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답니다.

 

아무튼 고무 튜브 청소를 거의 마친 후, 다시 세탁기 세재를 사용해 세 번 정도 더 안을 청소했습니다. 그렇게 청소를 하니깐 그나마 기름 냄새는 좀 없어진것 같은데,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합니다. 아무리 락스로 닦아도 이미 고무 튜브에 스며든 때는 통 지워지지가 않네요. 

 

 

 

 

드디어 이사 혼지 거의 삼주 만에 세탁기를 사용했습니다. 점점 세탁기 안은 찌든 기름 때 냄새에서 향긋한 섬유 유연제의 향으로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름 냄새는 없어지지 않아 사용할 때마다 전에 살았던 더러운 영국인 부부의 얼굴이 떠오르곤 하네요.

 

 

영국에서 자란 한국인 친구에게 저의 이런 상황을 토로하니깐 이렇게 말하더군요.

 

영국인들은 무조건 다 세탁기에 넣고 빠는 경향이 있어~~

어떤 사람들은 더러운 운동화까지도 그냥 다 넣고 세탁기를 돌려..

 

이전에 살던 영국인들은 세탁기에 아주 더러운 것들도 그냥 다 넣고 빨았나 봅니다. 그런 경우에 세탁기 청소를 자주 해 줘야 하는데 전혀 안 한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영국인들이 다 이들과 같지는 않겠지요.

 

 

아무튼 새 집으로 이사 온 것 까지는 참 좋았는데, 세탁기가 큰 말썽을 부려서 한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갑자기 날도 더워져서 입을 여름 옷도 마땅치 않았는데, 거기다가 빨래까지 못하게 되니.... 며칠 동안 세탁기로 인해 심신이 참 고달팠습니다. 어서 저도 새로 산 제 물건들 갖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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