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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인 눈에 비친 넘쳐나는 영어 간판

by 영국품절녀 2015. 10. 9.

요즘 사람들에게 한글날은 우리 언어인 한글 창제에 대한 감사함과 그 의미를 되새기자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날이지만, 휴일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 상황이 한글날의 제정과는 전혀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얼마 전 영어권 원어민들과 일을 하는 지인에게 들은 말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영국인 교사가 이렇게 묻더랍니다.

왜 한국은 영어 간판이 많은 거야?

 

그 질문을 받고보니 지인은 지금까지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거리의 영어 간판들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그 지인은 적절한 답변이 생각나질 않아, "듣고 보니 그렇네" 라고 얼버무렸다네요. 

그 원어민 교사는 한국인 남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영어 사대주의" 라고 대답했답니다.

 

저 역시도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깜짝 놀랐어요. 시내에 나가보면 국내 체인점 및 상점명들은 한글로 된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고, 아예 알파벳으로 씌여 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분명 의류, 가방, 신발과 같은 브랜드명이 완전 영문으로 되어 있어서 그 출처가 외국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국내 브랜드였지요.

 

 

더군다나 어제 기사에 나왔듯이, 외식 사업, 패션 분야의 외래어 및 영어 사용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외식 업체들의 간판 및 메뉴판은 점점 외래어 및 영문 표기화가 되고 있더라고요. 제가 아직도 영국에서 사는 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그쪽 관계자들은 영문 표기가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더욱 적절하다고 하네요. 물론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에 한해서는 외국어 표기로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꼭 영어로 표기를 해야하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출처: Google Image)

영어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라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서??

 

해외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들은 갑자기 우리말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아 영단어를 혼용해서 쓰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종종 그런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그런데 점점 습관적으로 영어 단어를 문장 안에 굳이 넣어서 정체 불명의 문장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문장 속에서 영어 단어가 많이 들어가면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어렵고 한참 듣다보면 짜증이 나기 마련입니다.

 

결혼식을 하신 분들 중에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보통 결혼식을 앞두고 본식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러 가면, 직원이 신부에게 무슨 드레스를 셀렉할 것이냐고 묻습니다. "셀렉??" 바로 영어의 select (선택하다)라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선택"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영어도 아닌 우리 말도 아닌 이상한 문장을 사용하는 걸까요?? 당연히 우리 말에 없는 신생 단어나 외국어는 의미의 정확성을 위해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요, 이건 아니잖아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영어 사대주의!! 이미 시내 거리 간판은 영어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현상이 국제화 취지에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영어 간판이 아무렇지 않게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는데요, 한국에서 사는 영국인 눈에는 거리에 늘어선 영문 간판들이 이상하게만 보였나봅니다. 저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면,,,, 뭐라고 해야할지 여전히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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