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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 시골 유학생 부부의 소소한 데이트

by 영국품절녀 2012. 12. 16.

서울에서만 줄곧 자란 저는 영국 시골 삶이 상당히 따분하기만 합니다. 어느 새 점점 적응하나 싶다가도 갑자기 왜 이리 답답한지요. 다른 큰 도시에서 온 일부 영국 대학생들도 캔터베리 삶이 심심하다고 투정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다른 도시에 비해 클럽, 술집, 콘서트장, 쇼핑몰, 큰 영화관 등등 여가 및 문화 생활을 할 곳이 별로 없긴 하거든요. 물론 작은 영화관도 있고, 뮤지컬 극장도 있긴 하지만, 여타 도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규모도 작고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니까요. 시내 역시 너무 작아 단 몇 분도 안되어 다 돌아볼 정도입니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된 주말~

저와 신랑은 오전 내내 집에서 뒹구르르하면서 "오늘 무엇을 할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 무작정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오긴 했지만, 금방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더군요.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을 보니 외출하는 기분마저 좋았습니다. 시내를 나갔더니 무슨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요... 다들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저와 신랑은 점심을 가볍게 먹기 위해 이리저리 찾아 보다가, 시내에 있는 한 교회에서 자선 행사가 있음을 발견하고 구경하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그 곳에서는 자선 단체 (Action for Children) 모금을 위해 자원 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물건 및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저희는 허기도 채우고 자선 단체도 도울 겸, 그 곳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답니다.

 

                                            영국 할머니의 홈메이드 머핀, 케이크, 빵 등등~

 

                             버섯 수프, 바게트 빵과 체다 치즈 & 버터, 빅토리아 스폰지 케이크, 차

 

자원 봉사하시는 분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음식이라서 그런지 어쩌면 그리 신선하고 맛있는지... 신랑과 저는 기분 좋게 음식을 먹고, 직접 구운 과일 케이크도 하나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또 비가 오네요. 이궁,, 못 말려~ 영국 날씨...

신랑과 저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중고 서적을 파는 채리티샵인 옥스팜 (Oxfam) 에 들어갔습니다.

 

 

영국에서 살면서 좋은 것 중 하나가 이런 중고서점이 동네에 여러 군데 있다는 거에요. 구경도 하고 값싸게 책을 사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특히 울 신랑은 취미가 책 구경 및 구입이라서 중고 서적으로 놀러가는 일이 잦습니다. (나중에 중고 서적 구입 및 구경에 관한 글도 포스팅 할게요.)

 

신랑은 주로 역사 및 정치에 관한 서적을 둘러 봅니다. 아무래도 전공이 그쪽이어서 관심이 많지요. 저는 보통 아동 서적 및 요리, 패션, 유머 등등 그런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을 좋아합니다.

 

 

약 몇 십 분 이 곳에서 책들을 구경하다보니, 금새 비가 또 그쳤네요.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크리스마스 열흘 앞둔 영국 시골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 온 빈티지 마켓

 

 

 

                                                      크리스마스 자선 단체의 모금 활동

                                               

                                                 크리스마스 장식 및 카드 등 파는 곳 성황

 

가끔은 시내에서 흥겨운 라이브 공연을 보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한달 전쯤에 있었던 공연이에요.

아일랜드풍의 리듬은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시내가 워낙 좁다보니 크게 구경할 것이 많진 않은데요, 오랜만에 붐비는 시내를 보니 생기있어서 좋더라고요. 저희는 잠시 앉아 커피 마실 곳을 찾다가 코스타(Costa)로 들어갔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가족, 친구들끼리 카페에 많이 앉아 있었어요. 다행히 자리를 잡은 후, 코스타에서 출시된 크리스마스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참, 현재 코스타에서는 12월 말일까지 음료 구입 시 포인트 2배 적립 행사 중입니다. ^^)

 

 

혹시 주문한 크리스마스 음료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알려드릴게요.

(LPraline & Creme Latte   (R)- Honeycomb Hot Chocolate   둘 다 맛있습니다. ^^

 

따뜻하고 단 음료를 마시면서, 신랑은 공부를 하고 저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작성했습니다.

 

카페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 옆에는 엄마와 아빠가 아기를 위해 율동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요, 또 다른 편에서는 엄마는 카드를 쓰고, 아빠는 휴대폰으로 오락을 하고,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요. 저마다 가족들끼리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어느 새 날이 어둑해졌습니다. 4시만 되어도 느낌은 약 8~9시가 된 기분이 들 정도에요. 저희는 장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장을 보러 가다가 듣게 된 한 교회 사람들의 캐롤 서비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보이는 캔터베리 대성당 아경이 너무 멋있어서 담아왔어요.

 

 

                     꼭 엽서 사진같지 않나요? 워낙 본판이 좋으니 카메라만 들이대도 작품입니다. ㅎㅎ

 

지금까지 어제 오후 저희 부부의 데이트 풍경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사는 시골에서는 크게 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 3년 정도 살다보니, 매년 똑같은 행사들이 돌고 돌 뿐이지요. 그래도 신랑과 오래간만에 아무런 부담없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곤이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사실 데이트라는게 별 것 있나요? 물론 거창한 이벤트가 있는 데이트도 정말 좋겠지만, 가끔은 이런 소소한 데이트도 괜찮네요. 돈도 별로 안 들고 말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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