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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영국 정치학도가 본 한국 대선 총결산

by 영국품절녀 2012. 12. 20.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In every democracy, the people get the government they deserve).  알렉시스 드 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길고 긴 대선의 계절이 비로소 끝이 났습니다금년 2012년에는 한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있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에서 리더십의 변화가 있었지요. 바야흐로 2012년은 정권 교체로 전세계가 떠들썩 했습니다. 특히 작년 12월에 있었던 북한의 권력 세습까지 포함한다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들 모두 새로운 리더 물론 오바마의 재선과 푸틴의 귀환을 정권 교체로 보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를 맞이하게 되어 국가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일어날 듯 합니다.

 

국제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밑도 끝도 없어질 것 같으니, 지난 연초부터 한국 대선까지 1년을 관통하면서 있었던 주요 사건을 몇 가지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안철수 현상 그리고 단일화

 

안철수 현상은 지난 총선뿐 아니라 대선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합니다. 1987년 민주화와 그로 인해 탄생한 6공화국 헌법 대통령 5년 단임제 이 제정된 이래 이만큼 정당 밖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은 안철수 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분석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다시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다만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 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에는 이의를 달기 힘들 것입니다.

 

 

안철수 교수의 부상!

한국 진보 진영의 약점 "2가지" 를 그대로 노출시킨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 진보진영은 대선과 총선을 제대로 준비할 의지도 구심점도 없었다는 점. 

 

안철수 교수의 인기는 작년 서울 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정치현상이었습니다. 그 당시 야권에는 주목할 만한 대권 후보자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정권 교체의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안철수 교수를 영입했어야 했습니다.

 

 

 

 

둘째 -  안철수 교수가 과연 진보 진영을 대표할 만한 정치인이었냐는 점.

안철수 교수가 기업인으로서 학자로서 보여준 행적은 충분히 존경 받을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훌륭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정당정치 경험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진보 진영은 안철수 교수를 영입하지 못할 바에는 치열하게 안철수 교수의 정치적 투쟁을 벌여 속히 정치적으로 낙마 조금 극단적이겠지만 대선에서 진정 승리하고자 했다면 - 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대선직전까지도 정당 기반조차 없는 안철수 교수의 얼굴만을 쳐다보며 단일화에만 신경 써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여당은 이미 주요 정책 어젠다를 선점했으며 현 정권과의 차별화까지 성공시켜버렸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프레임에 매몰되어 자신만의 정책, 차별성 그리고 색깔을 낼 시간조차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안철수 현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진보 정치 세력에게 대선의 승리를 바라는 것은 말 그래도 "바람"이 아니었나 합니다.

 

 

 

 

   2.     다카키 마사오와 이정희

 

이번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자의 아킬레스 건은 바로 과거사 문제였습니다. 아버지인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 문제부터 3, 4공화국의 철권 통치시절 가해졌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문제가 나타났었지요. 또한 전두환 대통령으로 받았다는 6억원과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등, 사실 웬만한 정치인이었으면 감당하기 힘든 문제인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에 대처하는 박근혜 후보는 제가 보기에도 미숙해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버지의 행위까지 일부 부정해야 한다는 것이 자식으로서 꽤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들이 지난 1, 2 TV 토론을 통해 한번에 전국민 앞에서 노출되었죠. 그 공격의 선봉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있었습니다. 이정희 후보의 도발적이고 과감한 질문에 당황하는 박근혜 당시 후보를 보면서, 일부 젊은 층들은 "돌직구" 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통쾌해 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저는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시민 전 장관의 지적대로 이정희 후보의 질문은 "너무 거칠었습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과거사 문제로 박근혜 후보를 몰아붙이는 것이 과연 대선 승리에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요?

 

오히려 결국 박근혜 당시 후보와 대통령직을 놓고 치열하게 다툴 문재인 후보의 존재감만 희석시키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양자 토론이었던 3차 토론에서야 양 후보의 정책, 현안파악 및 후보자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던 유일한 자리와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결국 이정희 후보의 돌직구는 통쾌는 했을 수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전략적인 행동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3.     NLL과 종북주의

 

레드 콤플렉스는 한국 전쟁을 경험한 60대 이상 어르신들에게 강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아있습니다. 제 아버지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보다 더 어렸을 때 겪었던 한국전쟁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하시더군요. 6살도 안 된 어린이가 당시 인민군 사이를 할머니 손을 잡고 지나가는 데 그렇게 초조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외국팀의 축구 경기가 있으면 북한을 응원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이 세대의 어르신들에게 북한은 한민족이면서도 그 존재만으로도 공포를 가져다 주는 대상이라고 여겨집니다. 투표율이 높고 반공/보수적 성향을 갖는 이들 60대 이상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 야당은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적극적으로 이들의 "Red Complex" 를 이용했습니다. 사실 이미 북한을 방문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까지 한 박근혜 후보자이며, 대북 정책 역시 문재인 후보와 큰 차이도 없습니다. 비열한 네거티브 방식이긴 하였지만, 새누리당이 NLL을 통해 야당의 대북 정책을 건드리는 것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야당 후보를 공격하기에 좋은 소재이자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이때 가졌던 의문은 민주 통합당의 반격거리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대권후보가 직접 나서서 대응하느냐는 점이었습니다. 즉, 대북 포용정책이 가져왔던 긍정적인 효과와 현 정부 들어 대북관계가 단절됨으로 인한 중국의 대 북한 경제적 침투, 천안함 사건 등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했습니다. 또한 야권의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대권 후보가 직접 나서 민감한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해명해야 하는 부담까지 지었습니다. 이른 시기에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하여 분명한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문재인 후보의 약점일 수 밖에 없었지요.

 

 

사실 저의 이번 대선을 지켜본 느낌 -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창피하네요 –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될 듯 합니다.

 

"진보 세력의 분열과 안이한 전략이 훌륭한 후보를 내 놓고도 힘 한 번 못 써 보고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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