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현재 영국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단기로 거주하는 유학생들 및 젊은 미혼인 직장인들은 보통 임대 방식으로 살고 있지요. 왜냐하면 한국의 독특한 전세 형태가 이 곳에는 없기 때문에 가장 일반적인 주거 살이 형태가 "월세살이" 입니다. 물론 직장 및 학업으로 인해 장기 거주를 하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집을 구입하여 사는 경우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참, 영국에서 적어도 5년 이상 거주 할 경우라면 집 구입을 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네요.
이런 집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한국인으로서 물가가 높은 영국에서 살면서 그중에서도 상당히 비싸다고 느낀 것이
바로 "집 렌트 비용" 입니다.
영국에서 집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보증금(deposit) 과 첫달치 렌트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다만 부동산 혹은 집 주인에 따라 다르긴 한데요, 외국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6개월 혹은 1년치를 한꺼번에 현금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제 주변의 한국 분들도 많게는 1년치 적게는 6개월치를 한번에 다 지불하고 살고 있습니다. (완전 목돈이에요. 후덜덜~~) 또한 부동산에서 집을 계약하게 되면, 한 사람당 복비를 약 20만원씩 내야 합니다. 정말 황당한 것은 부부여도 따로 다 내야만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매달 집값으로 빠져 나가는 돈은 상상 이상입니다.
영국은 지역마다 월세의 편차가 심한 편인데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지만, 런던에서 그렇게 멀지 않고 치안 등이 괜찮은 지역이라 집값이 꽤 비싼 편입니다. (다만 저희는 주변 분들의 배려로 현 시세보다는 싸게 살고 있지만요.)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마음 맞는 친구들 3~4명끼리 모여 집을 통채로 빌려 부엌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산답니다. 그러면 집값이 일인당 £300~ 350 (60 만원 선) 정도로 떨어지지요. 한편 시내에서 멀수록 렌트 비용은 조금씩 떨어지긴 하나, 원룸 - 화장실이 딸린 - 플랏은 아무리 싸도 £550~ 600 (100만원) 선이고요. 달랑 방 하나짜리 집 월세가 백 만원이 훌쩍 넘으니, 보통 유학생 부부 및 가족들의 생활은 항상 빠듯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떤 유학생 부부의 경우에는 "차라리 집을 사버려~" 하며 시세를 알아 봤다가 바로 접었다는... 정말 오래되고 위치도 좋지 않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아 항상 그늘지고 추운 원룸 플랏이 몇 억이 넘는다는 말에요. 허걱~~
렌트비를 내는 날짜는 왜 이리 금방 돌아오는지요. (출처: Guardian)
그런데, 저희만 그토록 비싼 렌트 비용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디언 기사를 보니, 영국에서는 수백만명의 젊은 부부(가족)들이 현재 내집 없이 임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내집 마련이 불가능한 젊은 부모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랍니다. 이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집값 및 렌트 비용은 매년 상승하는 반면, 임금은 동결 혹은 하락세니 월세를 못 내 보증금도 떼이고 집에서 쫓겨 나기도 하고요. 그런 부모를 따라 거리로 나온 어린 자녀들의 안전에도 위험이 따르고 있다고 하는군요.
캠브리지 대학 연구에 따르면, 영국 경제가 정체되는 한 4 명중 한 명 (27%) 만이 2025년에는 주택담보대출로 구입한 주택 소유주 (mortgaged home ownership)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는 1993~4년에는 43%, 현재 35% 와 비교해 본다면, 상당히 줄어든 수치라고 보여집니다. 또한 2025년에는 평균적으로 영국 가구 중에 36% 이상이 집 구입할 능력이 없어 월세살이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 Guardian)
요즘 한국도 "내집 마련"이 젊은이들에게는 취업 다음으로 큰 문제잖아요.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 및 아이가 생겨 더 큰 평수의 집을 구입하려는 가족들에게 말이에요. 한국도 집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아예 2~30대 젊은이들은 집 마련을 하기 위해 결혼을 계속 늦추거나, 결혼마저 포기하기도 한다고 해요.
이 건물은 플랏인데요, 새 건물이고 위치가 좋아서 그런지 가격이 방 3~4개 월세비 250 ~ 300만원선
다만 영국은 "집"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못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제 주변의 젊은 영국인 부부들을 보면요, - 정말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요. 확실히 영국인들은 결혼을 일찍 하거나, 아니면 아예 동거 혹은 결혼을 안하고 사는 경우로 극명하게 나뉘어 지는 것 같습니다. - 저희 부부와 친하게 지내는 비슷한 또래인 영국인 부부들은 서로 일하면서 저희처럼 월세로 살아요. 종종 유산으로 집을 받아서 사는 영국인 친구들도 있지만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영국인들은 집 걱정 별로 없이 결혼하는 것을 보고는, 이들은 원래 월세사는 형태가 보편화되어 있으니, 내집 마련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는가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오해였어요. 영국인 부부들도 결혼하고 나면 "내집 마련"이 큰 과제라고 여긴데요. 보통 결혼한지 몇 년 안 된 커플들은 월세로 시작했다가 자녀 계획 혹은 임신을 하게 되면 내집 마련 즉 주택 모기지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젊은 영국인 부부들의 경우에는 처음에 방 한 두 개짜리 플랏에서 신혼 살림을 차리고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가 봅니다. 그래서 제가 이 플랏에 이사 온 이유도 일맥상통해요. 전에 살던 여자 분도 혼자 살다가 작년에 결혼을 했어요. 약 1년 정도 신혼을 이 곳에서 보내다가 남편이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자고 하여 이사를 했다는 군요. 즉, 영국인들은 결혼하고 둘이 살거나 할 때에는 작은 플랏에서 살다가 아이의 양육을 위해서는 다들 정원이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어하나 봅니다. 저희 교회 및 모임에서도 보면, 젊은 부부들이 플랏에서 살다가 아이가 둘이 생기자 양육을 이유로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더라고요.
저희 동네에 있는 하우스로 저희 부부가 살고 싶다고 했던 곳이에요. 뒷편에 정원이 있답니다. ㅎㅎ
과거에는 영국 집값이 이렇게 비싸지 않고 경제가 호황이었을 당시에는 영국인들은 모기지 없이 자신의 돈으로 집을 구입하는 비율이 꽤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점점 그 수는 줄어들고 대부분이 모기지로 집을 구입하는 추세라고 하네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부자들도 자녀들에게 집을 유산으로 주거나, 새로 구입을 해 주기도 합니다. 보통은 모기지를 거의 평생 갚으면서 살 정도로 몇 십 년씩 걸린다고 하는데요, 모기지로 집을 사는 것도 만만치는 않은가 봅니다. 런던에서 모기지로 집을 산 신혼 부부가 있는데, 모기지 이자만 해도 엄청 부담이 된다고 하면서 내집 마련은 참 힘든 것이라고 하더군요. 또한 아이가 생겨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로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 선택도 참 중요하고요. 직장, 학교도 가까워야 하고, 비용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한국에 있는 제 친구도 작은 평수가 싫어서 큰 평수로 옮기려는데, 돈이 문제라고 하면서 한숨을 쉬는 거에요. 그래도 저는 작은 평수라도 내집이 있는 친구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매 달 들어가는 비싼 월세비를 생각하면, 코딱지 만한 평수라도 내 집이 있었으면 하거든요. (렌트비 내는 날에요. ㅎㅎ) 영국이나, 한국이나 자기 소유로 된 집이 있는 사람이 참 부러운 시대인 것만은 확실하네요. 가난한 부부들에게는 내집 마련이란 과업은 인생에 있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내 집이 생길 날을 기대하며 힘 낼래요. ^^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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