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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리뷰(Review)/문화

[영화 물없는 바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 사람으로 치료하다.

by 영국품절녀 2011. 12. 9.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 본 영화입니다. 영국에 있을 때에는 한국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래 저래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운좋게 위드 블로그 영화 시사회 당첨이 되었습니다. 항상 저는 관객이 많던 블록버스터 영화만 보았던지라, 이런 저 예산 영화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막연히 제목 및 등장인물의 특징만 숙지하고, 보게 된 이 영화는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먼저, 등장인물을 소개해 볼까요?

어릴 적 나쁜 경험과 그로 인한 동생의 자살 등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오직 복수만을 위해 달려온 여자.

                                      

                                      오직 외부와의 소통은 글을 통해서만 하는 예리



Her Story…
그 누구도 만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싶습니다.
오로지 일주일에 두 번, 그가 문을 두드릴 때
세상의 빛이 내 안에 스밉니다.
아직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그가 건네준 장바구니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만은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난 말없이 그의 그림자를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요?


돌아가신 엄마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틱 장애를 가진 남자.

                                 
                              복싱 연습 상대역으로 돈을 벌어 할아버지의 틀니 선물을 한 효자 동수


His Story…
마음에 없는 말로 사람들을 아프게도, 화나게도 합니다.
짝사랑하는 그녀에게 고백하는 일은 꿈도 못 꿉니다.
일주일에 두 번, 생필품을 사다 배달해주는 아르바이트로
그녀의 옥탑방을 찾습니다.
몰래 숨겨둔 거울 사이로 비치는 그녀의 얼굴에
내 마음은 쿵쾅쿵쾅 뜁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녀와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물없는 바다의 남녀 주인공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부류입니다.
이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고통 및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리의 얼굴을 보기 위해 화분에 거울을 설치하고 숨어있는 동수

그렇지만, 서로를 통해 그들은 사람으로 인한 상처를 사람을 통해 치유를 받습니다. 
예리는 나쁜 오빠로 인해 닫힌 마음의 문을 동수를 통해 열지요.
동수 역시 예리를 사랑하는 자신을 깨닫게 되고요.
(둘의 러브라인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세요. ^^)

    
                                                     동수와 예리를 가깝게 해 준 매개체인 맥주


전 이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지요. 동수 할아버지의 대사였어요.
시든 꽃, 예쁜 꽃...... (중략) 모두 다 똑같은 꽃이여~


이 대사에 100% 공감 했습니다. 설사 꽃이 시들어서 너무 안 예쁘더라도 그것 자체가 꽃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어요. 무조건 꽃은 보기에 예뻐야 한다는 것도 편견입니다. 사람 역시 몸과 마음에 장애가 있어 일반인하고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거에요. 외모, 학벌, 재산, 지위 등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은 누구나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지요. 이렇게 머리로는 분명 알고 있지만, 우리 자신은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편견이 많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첫 저의 영화인 물없는 바다는 한동안 저의 마음속에 기억될 것 같습니다.
참, 정말 물없는 바다가 있는지 없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