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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팀장의 성장 스토리 (2018 - 현재)/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주변 만류 뿌리치고 한국 방문한 영국 가족

by 영국품절녀 2018. 1. 31.

요즘 '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영국편"이 아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데요, 곧 끝난다고 하니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특히 데이비드 할아버지가 너무 재밌으셔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지요. 이것을 보다가 갑자기 저도 지난 여름에 저희 가족을 보기 위해 난생 처음 한국에 오신 영국 가족 분들이 떠오르는 거에요.

2017년 8월 말, 제가 당시 만삭 (임신 9개월)이었을 때입니다.

저희와는 영국에서 약 4년 간을 가깝게 지낸 가족 분들입니다. 특히 2015년에 신랑 박사 학위 졸업식 때문에 영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기꺼이 방과 식사를 내어 주셨던 분들이시지요. 그 분들이 한국까지 오시게 된 이유는 워킹 홀리데이하는 아들을 만나러 뉴질랜드로 가는 도중에 한국을 잠시 방문하시기로 한 것 입니다.

 

2015년 여름에 묵었던 영국 가족 집

 

맛있는 식사까지 아침 저녁으로 준비해 주셨어요. 

 

영국 가족은 한국, 두바이, 일본 이렇게 세 곳을 스탑오버 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한국으로 정했다 하셨어요. 저희를 만나고 싶어서요. ^^ (물론 저희 말고도 다른 한국인 친구들도 있었지만요.) 약 한달 전쯤에 신랑한테서 영국 니콜라스 가족에게서 이메일이 왔다는 거에요. 우리를 만나러 한국에 오신다면서 하루는 우리를 꼭만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대요.

 

드디어 영국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날~ 두둥~~

솔직히 작년 여름 날씨는 삭인 저에게 너무나 가혹하게 더웠습니다. 노산에 만삭인 저는 4살 딸까지 데리고 그 분들을 만나러 나가야 하느냐 마느냐 놓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분들이 저와 딸을 무척 보고 싶다는 말에 잠깐 얼굴이라도 뵙자 하고 나가기로 했어요.

일단 저희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만났지요.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만나자마자 인사를 나눈 후 스타벅스로 향했어요. 커피를 마시면서 그 동안의 안부를 나누기 시작했지요. 2015년에 그분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저희 딸이 8개월이었거든요. 그 동안 훌쩍 커버린 딸을 보고 너무나 신기해 하셨지요.

 

 

저희 딸은 원에서 배운 영어로 인사를 하고 자기 소개를 하는데 왜 이리 웃긴건지...

How are you?

Nice meet to you!!

I am Amy. I am 4 years old.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들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니까, 지인들이 곧 전쟁날지도 모르는 곳에 왜 가냐면서..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말렸대요. 그러면서 한국에 오니까 이렇게 날씨도 좋고 평안한 분위기라면서... 웃으시더군요. ㅎㅎ

 

스타벅스에서 차를 다 마신 후에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저희가 간 곳은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음식점이었는데요, 외국인 손님을 많이 받는 곳이라 사장님이 직접 음식 메뉴를 선정해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주문한 메뉴는요?

계란 달걀말이, 수육, 모듬전

아쉽게도 그 당시 제가 만삭에다가 블로그를 쉬고 있어서 사진을 한장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 분들은 음식이 나오자마자 사진을 찍으시긴 하더라고요. 사실 얼굴 보고 차만 마시기로 했던 저는 너무나 반가운 분들을 만나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아 점심까지 같이 하기로 했지요.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는데 영국인들의 큰 눈은 동그래지고... 신랑과 저는 수육을 먹는 법에 대해 알려드렸지요. (참고로 영국 가족은 50대 중년 부부와 20대 딸이에요.)

남자 분은 수육에 곁들여 나온 매운 양념이 가득 묻은 무김치와 김치를 무척 좋아하셨어요. 고기를 싸서 드시는데 얼마나 잘 드시는지... 마지막까지 거의 흡입을 하는 수준이었지요. 명이 나물도 무척 좋아하셨어요.

여자 분은 김치전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너무 맛있다고 하시면서 모듬전에서도 유독 김치전만 드셔서 저와 신랑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딸은 밥과 함께 나온 맑은 된장국을 참 잘 먹더라고요. ㅎㅎ

 

이렇게 한상 차려진 한국 음식을 아주 신나게 드시면서 사진도 찍으시고... 게다가 음식점이 전통식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신기한 듯 바라보시면서 여기 저기 구경도 하셨지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저희 딸을 위한 선물을 가져 오셨다면서 커다란 봉투를 주시는 거에요.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류의 선물이었어요. 저희 딸은 무척 좋아하면서 Thank you!를 했지요. 그리고 딸과 함께 기념촬영도 하고... 저와 딸은 집으로 귀가~ 그리고 울 신랑이 안내를 이어갔지요. 신랑은 경복궁과 창덕궁을 우선 가이드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품절남과 바톤 터치~)

 

영국 브랜드 캐시키드슨의 가방, 머리핀, 문구류도 주셨는데 이것만 남아 있네요. 

저희 딸이 가장 좋아하는 가방이에요. 

지금도 저희 딸은 이 가방을 멜 때마다 "영국 할머니가 주셨지?" 그래요.

 

점심을 먹었던 곳이 경복궁과 머지 않은 곳이라 천천히 경복궁까지 이동했습니다. 8월 말이었지만 여전히 꽤 더운 날씨였습니다. 그런데 요새 궁궐에는 한복을 입고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영국 가족들도 꽤 흥미있어 했습니다. 다소 과한 퓨전스타일의 한복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이 이렇게 한복을 입고 다니니까 꽤 좋아보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한복을 입고 옛 궁궐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꽤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을까 합니다. 

 

 

 

경복궁을 둘러 보고 나니 덥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니 저와 일행은 인사동으로 향했습니다. 인사동 어디가 괜찮을까 고민하다가 녹차로 유명한 한 프랜차이즈 찻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쉽게 그곳에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더군요. 다만 덥다 보니 제가 뜨거운 녹차 보다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권유했고, 두 부부와 딸도 녹차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뚝딱 헤치웠습니다.

이제 발걸음을 창덕궁으로 향했습니다. 창덕궁의 비원은 외국어 관람 안내가 있어 제가 말을 해야 하는 수고를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큰일입니다. 영어 안내 시간에 입장할 관람객이 이미 다 찼다고 하는 겁니다. 매표소에 있는 분은 저에게 안으로 들어가서 비원 입구쪽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가끔 예약은 했는데 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면 대신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궁궐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비원 여행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갔습니다.

다행히 입장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에, 비원쪽 매표소에서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잽싸게 표를 끊고 한무리의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꼈습니다. 비원으로 이동 중에 제가 그 가족들에게 "영국에서는 주택가에 가끔 여우가 나오지 않느냐? 이 궁궐에는 너구리가 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떨어지기게 무섭게 너구리 한 마리가 돌담길을 유유히 걸어가는 겁니다. 다른 외국인들도... "라쿤...라쿤..." 하면서 너구리를 쳐다보다며 가까이 가더군요.

 

 

창덕궁 후원(비원)에 있는 왕실 도서관인 주합루

 

후원의 부용정 입니다.

더운 여름에도 저기에 들어가 있으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이윽고 비원으로 가서 한국인 가이드의 영어 설명을 듣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원을 대학시절부터 몇 번이나 다녀봤지만, 생각해 보니 여름은 처음이었습니다. 한 여름이지만 녹음이 우거진 이 곳은 꽤 쾌적해 보였습니다. 

비원을 감상하고 조금 더 창덕궁 안쪽을 둘러 본 후 - 사실 이 코스는 처음이었습니다 - 저희는 궁궐을 나왔습니다. 영국 분들이 그러더군요. "도시 속에 궁궐이 있는데, 그 궁궐은 또 숲속에 있는 것 같다고요." 도시 한 가운데에 궁궐이, 그리고 그 궁궐 속에 울창한 숲이 있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이 곳은 저도 처음 가 본 곳입니다.

연못이 한반도 모양처럼 되어 있어 특이했습니다.

 

창덕궁을 다 돌고 나오면서 바라 본 왕실 담 입니다.

 

 

이렇게 궁궐여행을 마친 저희는 슬슬 배가 고파졌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먹을까 물어보니까 뭐든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이미 낮에 수육과 김치전 등을 먹었던 분들이라 종목(?) 고르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불고기는 그 전날에 먹었다고 하니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했습니다. 이왕 아시아가 처음이니 이왕 아시아 온 김에 한국 음식 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음식이 어떻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음식점은 베트남 요리를 전문하는 곳이었습니다.

영국에는 태국요리는 그나마 흔한 편인데 베트남 요리는 꽤 낯설기 때문이죠. 뭐 특별한 것을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쌀국수와 볶음밥 위주, 그리고 간단한 요리 한 접시를 주문해서 가볍게 먹었습니다. 영국인 부부 중 아주머니께서는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다며 가볍게 먹겠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저의 일일 여행가이드는 끝이 났습니다. 사실 그 가족이 저와 품절녀님께 베풀어준 환대는 하루 여행가이드 정도로는 100분의 1도 못될 겁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그분들을 만나서 제가 안내고 음식을 대접하니 약간의 부채의식은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곧 런던 쪽으로 이사갈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은요?? 이제 히드로 공항과 가까우니 영국에 오면 언제든지 들르라고 했습니다. 훨씬 여행하기 좋을 것이라면서요. ㅎㅎ 그 얘기를 들으니 또 영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올라옵니다. 아~ 물론 둘째가 조금 더 클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알기에 금방 그 마음을 접기는 했습니다. 항상 유쾌하게 저희를 맞아주던 니콜라스 가족이 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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