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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출산하자마자 외친 한마디에 주위 반응이

by 영국품절녀 2015. 1. 14.

오늘은 두달 전에 있었던 제 출산기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마치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여자들은 출산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사실 출산 임박인 산모들은 좀처럼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는 곧 터질 것처럼 부푼 데다가 언제 출산 조짐이 있을지 노심초사거든요. 저 역시도 매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남들이 써 놓은 출산기를 읽으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출산기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다들 어쩜 그리 다르고 구구절절 사연들이 많은지요. 그럼 저의 솔직한 출산기를 들려 드릴게요.

 

(출처: Google Image)

 

저는 하루라도 일찍 출산을 하고 싶었지만, 출산 당일까지도 아무런 진통 없이 아주 고요하기만 했어요. 신랑은 운동을 안한다고 저를 데리고 파워 워킹을 하기도 했지요. 첫 출산은 늦는 경향이 있다고 했지만, 저는 일주일은 절대로 넘기기가 싫었어요. 유도 분만으로 출산하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가 결국 수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엄포를 주더라고요.

 

 

(출처: Google Image)

 

그래도 저는 아무런 진통없이 예정일이 지난 40주 +6일째 아침 일찍 입원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 날 아침에 이슬을 보긴 했지만, 병원에 도착해서 진찰을 받아보니 0.05cm 열렸다더군요. 병원 칠판에 남들은 00%로 적혀 있었지만,  제 상태는 "poor" 로 적혀 있었어요. ㅎㅎ 유도 분만을 위해 팔에 수액과 촉진제를 달고 병원 복도에서 걷기 운동을 시작했지요. 신랑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운동을 하는데 재밌더라고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되는지 자궁문이 2cm가 열렸어요. 주변에서는 이 속도면 "오늘 출산할 수 있겠다" 고 저를 격려했지만...아쉽게도 더 이상은 열리지 않았답니다.

 

참고로... 자궁문이 적어도 3cm 열려야 무통 주사를 맞을 수가 있거든요.

 

오후 5시에 의사는 그만하고 내일 다시 시도해보자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진통이 없어서 그런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유도분만에 실패하고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걱정도 되면서,, 차라리 수술을 해 버릴까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더군요. 

다음 날 새벽부터 진통이 시작되었고... 다시 촉진제를 맞으면서 복도를 돌아다니며 운동을 했어요. 생각보다 자궁문이 열리는 속도가 꽤 더디었어요. 다행히 아침 9시 정도에 드디어 3cm가 열리고 무통 주사를 맞았지요. 그 당시를 상기해 보면 출산보다 무통 주사를 맞는 것이 더 아팠던 것 같아요. ㅠㅠ

무통 주사를 맞고 운동을 하는데... 왜 이리 자궁문은 안 열리는지.. 저와 같이 운동을 하던 산모는 무통 주사를 맞자마자 바로 자궁문이 다 열리는 바람에 바로 출산을 하더라고요.. 저는 얼마나 부럽던지..

 

산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내진"하는데... 저는 고통을 잘 참는 탓에 내진이 많이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3cm 라는 말이 저를 더 힘들게 했어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무통 주사 효력도 점점 흐려지고.. 저는 진통이 아프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또 한번의 무통 주사를 맞고.. 진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다리에 힘은 풀려버리네요. ㅠㅠ 그래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랑을 붙자고 풀린 다리로 복도를 걷는데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속으로 애가 내려온 것이 아닌가라는...)

 

역시나... 두번째 무통 주사를 맞자마자

10cm가 다 열려버린거에요. 

 

바로 저는 출산실로 향했어요. 의사는 저에게 힘을 잘 줘야 하는데 무통을 금방 맞아서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하면서 진찰실로 가더군요. 하지만 축복받은 골반을 가진 저는 힘을 몇 번 줬더니 아기가 내려오고 있었던 거에요. 갑자기 숨도 못 쉬게 느껴지는 고통에 저는 신랑 손을 잡고 소리를 지르며 펑펑 울어버렸어요. 간호사들은 의사를 막 부르고.. 의사의 말에 따라 힘을 몇 번 줬더니..아기는 뽕~ 나와버렸어요.

tip. 출산은 확실히 제대로된 '힘주기'와 함께 올바른 '호흡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기억하세요.

 

아기가 나오는 그 순간 얼마나 시원했던지..

마치 변비로 고통을 당하다가.. 마침내 시원하게 다 나와버린 느낌~~

 

둘째 또 낳아야지~~ ㅎㅎ

 

그 말에 신랑은 물론이고 그 곳에 있던 의사, 간호사들은 다들 빵~ 터졌어요. 밖에서 그 말을 전해 들은 시부모님께서는 "우리 며느리는 역시 용감해" 하시고, 간호사들은 저에게 "힘 정말 잘 준다면서.. 엄청 쉽게 낳았다 하네요. ㅎㅎ 남들은 애 낳고 펑펑 운다거나... 둘째는 생각조차 없다고 하던데요... 원래 여자들이 출산의 고통을 쉽게 잊어서 또 다시 임신을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첫째 출산을 한 그 순간에 또 다시 둘째 출산을 할 수 있겠다 했으니 정말 웃기지요??

 

태어난지 D +4 된 내 딸~

 

저의 1박2일 출산 여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던 신랑에게 출산후기를 써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결국은 제가 썼네요. 신랑은 그 때를 다시 기억하고 싶지는 않나 봅니다. 지금까지 저의 출산기 "출산이 쉬웠어요" 였습니다. 앞으로 유도분만을 통해 예정일이 지나서 출산하실 분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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