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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국 가려고 한글을 독학한 영국인, 기특해

by 영국품절녀 2012. 10. 26.



오늘은 "한글을 독학한 영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제가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석사생은 현재 한국에 관심 많은 영국인 대학원생과 언어 교환을 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 영국인 학생은 박사 과정 마지막 학기로 조만간 박사가 될 예정인데,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 잠시 한국으로 영어 강사를 하러 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가 한국어를 배우기로 선택한 이유도 특이합니다. 원래 동양 문화에 관심이 있어, 어떤 언어를 배우는게 좋을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까다로운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중국/일본어를 제외하고보니, 한국어가 낫겠다 싶었다고 하더군요.

 

                                                        (출처: Google Image)

 

아무튼 그 영국인은 문법 책 한권을 구입해서 혼자 독학으로 초중급 한글 문법을 2년간 마스터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자신이 실력을 쌓은 후에야 비로소 회화 연습을 하기 위해 한국인을 찾았다고 합니다. 책을 얼마나 많이 봤던지 낡아버렸다고 하네요. 사실 남의 도움 안 받고 혼자 외국어를 공부하기란 쉽지는 않은데 말이에요. 한국인 여대생의 말로는 머리가 무척 좋을 뿐더러 끈기도 있다고 했습니다. 가끔은 자기가 책에서 배운 내용과 다르다면서 한국인 학생의 말을 의심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공부한 내용에 관해서는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정확하게 다 기억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문법은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영국인이 이렇게 말을 하더랍니다.

나는 한국어를 다 마스터했어. 이 책(문법책)을 완벽하게 끝냈거든.

이제 난 더 이상 한국어를 공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그 말에 한국인 학생은 어이가 없었다고 해요. 달랑 문법 책 한 권 끝냈다고 언어를 마스터 했다고는 볼 수 없잖아요. 물론 그 친구가 온라인 언어 학습 "로제타 스톤"의 한국어판을 다 공부했다고는 하지만요. 사실 언어 공부가 끝이 어디있나요? 아마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국어 공부는 다 끝냈다고 생각을 했나 봅니다.

그의 말에 한국인 여학생은...

그래, 네가 문법, 및 기초 회화는 책과 로제타 스톤을 통해 다 끝냈다고도 볼 수 있어.

하지만 너는 한국어 회화가 거의 안 되잖아. 나랑 대화도 안 되고..

 

그랬더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수긍을 하더랍니다. 그 후 영국인은 자신의 일상 생활 혹은 최근 뉴스에 나오는 토픽을 선택해 작문을 해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받아쓰기를 한다면서 한국 가요를 추천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는 군요. 종종 한국 드라마도 보고요. 가끔 문자를 한국어로 보내곤 하는데 귀여워요. 전에 그 한국인 학생과 같이 있는데 그에게서 문자가 온 거에요. "비가 와요" ㅎㅎ

 

                                                     (출처: 여주 대학 홈페이지)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그와의 수업 시간 내용을 잠깐 들여다 보면요. (보통 한국인의 영어 작문 실력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 영국인도 거의 초등학교 수준의 작문 실력이라고 해요.)

OO이 집에 왔어. 나는 OO에게 차를 만들어 줬어. 그러나 우유가 없었어. 나는 기분이 안 좋았어. 친구가 우유를 사왔어. 나는 행복했어.

나는 오늘 강의 했어. 학생들이 말을 하지 않았어. 나는 지루했어....

그에게 써 온 글을 직접 읽어보라고 시켰더니, 쑥스러워 하면서 읽는데.. 한국어 발음이 "~~ 해쒀~ 사 와쒀~ 업써쒀~ 조아쒀~" 이랬답니다. ㅎㅎ 무슨 랩같이 들리지 않나요??

여담이지만, 외국인이 한글을 읽을 때 발음이 어눌하게 들리니까 귀여운 느낌이 드는것처럼, 영국인도 우리가 영어 발음을 하면 귀엽게 들릴까요?? ㅎㅎ

 

이렇게 매 주 그들은 학교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영국인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대신에 영어도 배우고 있지요. 사실 한류 인기가 올라갔다고 해도 아직까지도 영국인들에게는 일본어, 중국어가 대세거든요. 영국에서는 일본, 중국인 친구들은 언어 교환이 한국어 보다는 활발한 편입니다. 제가 종종 스타벅스에 앉아 있으면, 영국인 남자가 저에게 일본어를 물어보기도 하거든요. 또한 학교 게시판에도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영국인들도 꽤 있고요. 그래서인지 이 여학생은 주변 친구들에게도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공짜로 영어도 배울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그 영국인은 내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한국에 갈 것 이라고 합니다. 사실 굳이 박사 학위까지 받았는데, 강의를 하지 왜 굳이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싶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물론 젊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기는 하지만요. 아무튼 한국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미리 한국어를 배운다는 영국인의 자세, 정말 기특하지 않나요?? 아무 생각없이 한국에 와서 돈만 벌려고 달려드는 일부 영국인 영어 강사들하고는 확실히 달라보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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