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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휴대폰 그만하라는 내게, 딸의 한마디에 멍 때렸습니다

by 영국품절녀 2026. 6. 16.

영국 16세 미만 SNS 전면 금지
영국 16세 미만 SNS 전면 금지 선언

 

"휴대폰 그만해!" 그날도 저는 어김없이 딸에게 잔소리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저는 그만 말문이 막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 집 저녁 풍경부터 잠깐 말씀드릴게요.

밥을 먹다가도 딸의 눈은 자꾸 휴대폰으로 갑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인스타그램, 틱톡, 스레드를 다 깔았고,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 좀 봐"를 외칩니다. 이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다들 비슷하실 거예요.

사실 요즘 딸을 보면 무슨 인플루언서가 된 것 같아요. 어디를 가면 일단 사진부터 찍어 친구에게 보내고,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찍어 올립니다. 지난번 가족 여행 때는 무슨 여행 인플루언서라도 된 양 풍경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셀카 찍고~~ 처음엔 "쟤가 왜 저러나" 싶었는데,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도 인스타 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는 게 취미거든요. 딸은 그저 엄마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하고 있을 뿐이었어요. 그 순간 저는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아직 인스타나 틱톡은 하지 말라고 일러뒀는데, 어느새 스레드까지 깔아놓은 걸 발견했어요. 왜 깔았냐고 물으니 "요즘 유행하는 거라서, 궁금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라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러던 어제 영국 뉴스를 보다 손이 멈췄습니다. 제가 7년을 살았던 그 나라가, 16세 미만 아이들의 SNS를 아예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거예요.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요. 처음엔 "이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그런데 딸에게 무심코 그 이야기를 전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저를 한참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다 같이 안 하는 거면, 나도 안 해도 상관없어."

 

멈칫했습니다. 예전에 "휴대폰을 폴더폰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도 딸은 비슷하게 답했었어요. "반 친구들 3분의 2가 폴더폰 쓰면 나도 쓸게." 그러니까 우리 딸은 SNS가 좋아서 못 놓는 게 아니었어요. 나만 안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뒤처질까 봐, 그게 무서웠던 거예요.

📱 사실 영국에서도 자녀에게 스마트폰 대신 '덤폰(폴더폰)'을 쥐여주는 부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35만 명 넘는 영국 부모가 동참한 이 흐름과 덤폰 종류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SNS 막는 폴더폰·덤폰 이야기 보러 가기

 

"휴대폰 매장에서 본 폴더폰. SNS 앱이 없는 단순한 구성이다."

 

생각해 보면 저도 그랬습니다. 학창 시절 유행하던 걸 나만 모르면 대화에 못 끼던 그 기분. 어른이 된 지금도 단톡방 알림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은데, 열세 살 아이에게 "네 의지로 SNS를 끊어라"라고 하는 게 과연 공정한 요구였을까요. 게다가 엄마인 저부터 스토리를 올리며 사는데 말이죠.😓

그래서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규제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한 아이의 의지에 맡기는 게 아니라, 사회가 다 같이 선을 그어주는 것. 우리 딸 말처럼 "다 같이 안 하면" 비로소 아이들이 자유로워지는 거니까요. 솔직히 요즘은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말도 많지만, 차라리 영국처럼 아예 전면 금지를 해버리면 부모도 아이도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 매일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하는 것보다요.

물론 금지가 만능은 아니겠죠. 그래도 어른들이 이 문제를 더 이상 아이 탓으로만 돌리지 않기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부터 휴대폰을 내려놓아야겠다고 반성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니까요.

 

영국 총리의 발표로 지금 학생들은 난리~ 이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국은 어떤 상황인지는 따로 자세히 정리해 두었어요. 👇

🔗 영국 16세 미만 SNS 금지,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 자세히 보기

영국에서 7년 살고 돌아와, 두 나라의 육아와 교육을 비교하며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