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 그만해!" 그날도 저는 어김없이 딸에게 잔소리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저는 그만 말문이 막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 집 저녁 풍경부터 잠깐 말씀드릴게요.
밥을 먹다가도 딸의 눈은 자꾸 휴대폰으로 갑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인스타그램, 틱톡, 스레드를 다 깔았고,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 좀 봐"를 외칩니다. 이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다들 비슷하실 거예요.
사실 요즘 딸을 보면 무슨 인플루언서가 된 것 같아요. 어디를 가면 일단 사진부터 찍어 친구에게 보내고,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찍어 올립니다. 지난번 가족 여행 때는 무슨 여행 인플루언서라도 된 양 풍경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셀카 찍고~~ 처음엔 "쟤가 왜 저러나" 싶었는데,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도 인스타 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는 게 취미거든요. 딸은 그저 엄마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하고 있을 뿐이었어요. 그 순간 저는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아직 인스타나 틱톡은 하지 말라고 일러뒀는데, 어느새 스레드까지 깔아놓은 걸 발견했어요. 왜 깔았냐고 물으니 "요즘 유행하는 거라서, 궁금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라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러던 어제 영국 뉴스를 보다 손이 멈췄습니다. 제가 7년을 살았던 그 나라가, 16세 미만 아이들의 SNS를 아예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거예요.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요. 처음엔 "이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그런데 딸에게 무심코 그 이야기를 전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저를 한참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다 같이 안 하는 거면, 나도 안 해도 상관없어."
멈칫했습니다. 예전에 "휴대폰을 폴더폰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도 딸은 비슷하게 답했었어요. "반 친구들 3분의 2가 폴더폰 쓰면 나도 쓸게." 그러니까 우리 딸은 SNS가 좋아서 못 놓는 게 아니었어요. 나만 안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뒤처질까 봐, 그게 무서웠던 거예요.
📱 사실 영국에서도 자녀에게 스마트폰 대신 '덤폰(폴더폰)'을 쥐여주는 부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35만 명 넘는 영국 부모가 동참한 이 흐름과 덤폰 종류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SNS 막는 폴더폰·덤폰 이야기 보러 가기

생각해 보면 저도 그랬습니다. 학창 시절 유행하던 걸 나만 모르면 대화에 못 끼던 그 기분. 어른이 된 지금도 단톡방 알림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은데, 열세 살 아이에게 "네 의지로 SNS를 끊어라"라고 하는 게 과연 공정한 요구였을까요. 게다가 엄마인 저부터 스토리를 올리며 사는데 말이죠.😓
그래서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규제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한 아이의 의지에 맡기는 게 아니라, 사회가 다 같이 선을 그어주는 것. 우리 딸 말처럼 "다 같이 안 하면" 비로소 아이들이 자유로워지는 거니까요. 솔직히 요즘은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말도 많지만, 차라리 영국처럼 아예 전면 금지를 해버리면 부모도 아이도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 매일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하는 것보다요.
물론 금지가 만능은 아니겠죠. 그래도 어른들이 이 문제를 더 이상 아이 탓으로만 돌리지 않기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부터 휴대폰을 내려놓아야겠다고 반성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니까요.
영국 총리의 발표로 지금 학생들은 난리~ 이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국은 어떤 상황인지는 따로 자세히 정리해 두었어요. 👇
🔗 영국 16세 미만 SNS 금지,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 자세히 보기
영국에서 7년 살고 돌아와, 두 나라의 육아와 교육을 비교하며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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