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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재래시장의 1000원짜리 식혜 한잔의 감동

by 영국품절녀 2014. 10. 6.

저는 현재 출산을 앞두고 신랑과 함께 친정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몸이 무거워지면서 부천에 있는 시댁에는 신랑만 자주 왕래하고 있지요. 지난 달에는 몸 상태도 좋고 해서 신랑과 함께 시댁을 방문했어요. 시부모님 댁에 들어가기전에 저희는 잠시 시장에 들러 과일 좀 사갈까 들렀는데요...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식혜"

 

 

제가 영국에서 살면서 참 먹고 싶었던 것이 식혜였는데요, 마트에서 파는 그런 식혜가 아닌 시장에서 직접 만들어서 파는 식혜가 입덧할 때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요. 한국만 가면 난 식혜를 질릴 때까지 먹으리라.... 귀국 날짜만 되뇌이며... 견디었지요.

 

신랑에게 저는 "나 식혜 먹고 싶어..."

아주머니는 시원하게 얼렸다가 녹은 식혜를 컵에 넣어 주셨어요.

식혜를 받고... 마시려고 하는데.... 신랑은 저에게 식혜값을 지불하라는 거에요.

"나 현금 없는데... 돈 없어??"

신랑은 당황하는 표정을 역력히 들어내며...

"너는 돈이 없으면서 나한테 확인도 안해보고 먹으려고 하냐?"

 

 

신랑의 말이 맞다고 이해는 되지만... 그 상황은 어찌나 멋쩍은지...

저는 건네 받은 식혜를 다시 반납해야 하는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 상황을 지켜 보시던 아주머니는 저에게

"그럴수도 있지... (신랑에게) 당연히 그럴수도 있는 거에요."

"괜찮아, 그냥 먹어~~ ~~"

 

 

 

엉겁결에 공짜로 마시게 된 시원한 호박 식혜

 

아주머니는 제가 임신부라서 얼른 먹으라고 하셨는지도 모르겠어요. 신랑은 아주머니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하면서... 조금 있다가 돈을 꼭 갖다드리겠다고 몇번씩 말을 되풀했지요. 저 역시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시원하고 맛있는 식혜를 그제서야 맛볼 수 있었답니다. 감동이 가득 담긴 식혜라서 그런지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단맛이 들어간 식혜 때문인지 뱃속 아이의 태동이 얼마나 우렁찬지요. ㅎㅎ 깔끔한(?) 성격인 신랑은 금방 돈을 드리러 다녀오더군요.

 

 

점점 인심이 각박해지는 요즘 저는 시장 아주머니의 너그러운 마음씨 덕분에 식혜 한잔의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단돈 천원짜리 식혜 한잔에 뭐 그러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타지에서 너무나 그리웠던 식혜라서 그런지 더욱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추석에도 저희는 또 이 곳에 들러 맛있고 시원한 식혜를 마셨어요. 아마도 시댁에 갈 때마다 인정이 가득 담긴 이 곳의 식혜를 맛보러 올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 그 때 너무 감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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