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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2002 월드컵, 잊지 못하는 유럽 여대생에 난감한 한국인

by 영국품절녀 2012. 2. 25.



어제 인터넷에서 “AC 밀란, 안정환 때문에 한국 선수를 영입 안 한다고?” 라는 기사를 봤어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졌잖아요. 너무 화가 난 이탈리아 선수들은 다혈질답게 탈의실 등을 부수고 갔다는 그런 후문이 들리기도 했지요. 그 때 골을 넣은 페루자 소속이었던 안정환은 주변 상황으로 인해 팀을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다들 아실 테지요. 그렇다고, 설마 AC 밀란이 2002년 월드컵 악몽 때문에 한국 선수 영입을 기피할까요? 말도 안 된다고 봐요.

 

 

                         안정환의 헤딩골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출처: 연합뉴스)



사실 2002년 월드컵 악몽을 아직도 기억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있답니다.

신랑과 학과에 이탈리아 출신 박사 과정 생이 있어요
. 지금은 절친이라고 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지만요, 처음 만날 당시에 신랑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바로 꺼낸 말이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그 때 아쉽게 한국에게 패했다고 했다면서요.


                     
                안정환의 은퇴로 인해 더 이상은 그라운드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네요. 
 

또한, 이와 관련되어 영국에서 석사 중인 한국인 남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던 적이 있어요.

자기 과에 이탈리아, 스페인 여학생들이 있는데,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별로 달갑지 않았다고 했대요. 왜냐하면, 한국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2002년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요. 
신기한 것은
20대 초반인 여학생들은 2002년 당시 12~15살 정도로 어린 나이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수치스러운(?)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거에요
. 한국 학생은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한국 교포들이 위험했었다고 말했더니, 스페인 학생은 분명 한국인들이 스페인에도 많이 살았다면 그들도 결코 안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들은 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인 남학생에게 그 때의 경기 내용을 막 들추면서 쏘아대는데,,, 참 난감했다고 하네요.


 

저는 그 학생의 사연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봤어요. 저 역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어린 나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그 당시가 기억이 나거든요. 하지만 그 다음 올림픽들은 TV로 더 많이 시청했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기억이 없다는 겁니다. ,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크게 혹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사건의 기억은 성인이 된 뒤에도 뚜렷하게 남아 있는 가 봅니다. 아마도 축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스페인, 이탈리아 축구 팬들은 축구로 잘 알려져 있지도 않는 약 팀인 한국에게 패했다는 사실이 가슴 속의 응어리(?) 정도로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2002년 월드컵 1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축구로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팬들의 관심과 경기 방식, 재정, 관리 등의 투명성이 뒤따라야겠지만요. 이미 많은 젊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기량을 뽐내고 있지요.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도 말이지요. 어제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띈 모습을 보고 전 세계 언론이 들썩거렸다는 다소 과장(?) 된 기사를 보면서도,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기쁘더라고요. 또한 우리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오만을 대패시키고 자력으로 런던 행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에 저는 벌써부터 흥분이 됩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 경기 보러 가고 싶어요.)

 


이제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인들에게 한국 축구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축구의 약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올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꼭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