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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8개월 아기의 여권사진, 이래도 될까요?

by 영국품절녀 2015. 6. 28.

이번 여름에 저는 품절녀님과 함께 영국에 나갈 계획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우리 집의 현재 수퍼갑인 아기를 맡겨둘 곳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데리고 다녀와야 할 듯 합니다. 주변에서는 어린 아기 (특히 돌 이전) 와의 유럽여행은 힘들다고 다들 말리는 분위기이지만 어쩔수가 없습니다. 다행이 아직 곧 8개월이 되는 아기라서 비행기 삯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Tip. 24개월 미만의 영아 - 항공료는 국내선 무료, 국외선은 부모 항공료의 약 10% 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아기들은 여권이 필요없는 줄 알았는데요, 당연하게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기는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학 때나 되어서야 여권을 새로 만들었는데, 우리 아기는 주민등록증이 채 나오기 전에 여권부터 만들게 되었네요.

 

 

혹시 아기 여권 발급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알려드릴게요.

아기 여권은 미성년자 발급 신청에 따르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여권발급신청서, 여권용 사진 1매, 법정대리인(부모)의 신분증이 필요해요.

 

그런데 여권을 만들려다 보니 고민이 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사진"이지요. 아기가 너무 어리다 보니 사진관에서 사진을 잘 찍을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더군요. 삼둥이 아빠인 송일국씨는 직접 여권용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던데요, 저희는 그냥 동네 사진관에서 찍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집에서 직접 여권 사진을 찍어주실 때 주의점!

- 바탕은 무조건 흰색이어야 해요. 따라서 아기의 옷은 흰색이 아닌 색깔이 들어간 것을 입혀야지요. (진할수록 좋아요.)

(Tip! 신생아일 경우에는 이불에 눕혀 놓고 찍으면 되지요.)

- 귀가 꼭 노출되어야 해요. (선천적으로 귀가 앞에서 잘 안 보이는 경우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촬영 Ok)

- 3세 이하의 경우에는 입을 조금 벌려도 괜찮다고 해요.

 

아기의 엄마인 품절녀님은 사진관에 겪은 일을 말해 주더군요. 낯가림이 시작된 아기는 사진관 아저씨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고... 그 당시 5개월이 좀 넘은 아기라 카메라 앞에 잘 앉아 있지도 못할뿐더러 계속 울고 불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 다음에야...아기는 엄마의 무릎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를 당황시킨 것은 바로 그날 찍어온 여권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찍은 날 저녁에 품절녀님이 건네어 준 사진 속의 우리 아기는 허걱~~

 

 

 

원래는 공주 드레스를 입고 갔는데 여권용 사진은 바탕이 흰색이라 옷 색깔과 구분이 안되어

사진관 아저씨가 준비해 놓은 검은색 자켓을 입혀서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명암 사진을 보는 순간 저는 웃고 말았습니다. 아직 젖을 먹을 때 사진이어서 젖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진관만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도저히 이 사진을 포토샵으로도 보정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나 품절녀님이 찍는 사진에도 이와 별로 다를 바 없이 포동포동한 얼굴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젖을 뗀 후 아기의 모습이 격변했다는데 있습니다. 여권 사진을 출국 전 너무 일찍 서두르다 보니 젖을 아직 떼지 않았을 때 찍은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여권을 신청하러 갔을 때가, 젖을 뗀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음에도 아기의 얼굴은 젖살이 확 빠지면서 훨씬 예뻐진 것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아기 삼촌마저 "와~ 이 사진으로 진짜 여권 만들 거에요?" 라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품절녀님이 뭐 하러 돈 들여서 또 찍냐고 하더군요. 어차피 8세 미만은 5년이하 여권만 사용할 테고, 그 때가 되어도 기억도 못 하는 애 여권인데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여권 만들러 가는 날 아침에 다시 한 번 물어봤습니다.


“이 사진 정말 괜찮아요??”


아기 여권 신청을 하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마포구청을 찾아갔습니다. 2층에 여권을 만드는 곳이 있더군요.

 

제가 도착한 시간이 업무 시간 전이라 저는 그 동안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저는 영문 이름 작성란에 아미를 "Amy"로 표기했습니다. 사실 영문 이름에도 살짝 논쟁(?)이 있었어요. 여권 상 영문 성명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의거해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서 한글 성명 아미의 영문이름은 Ami가 되어야 하지요. 하지만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예외도 인정은 된다고 합니다. 저희처럼 한글 성명 아미를 영어 이름으로는 에이미(Amy)라고 지었기 때문에 이렇게 쓰겠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항공권 이름도 Amy로 발급받았으니까요. 다행히 Amy로 여권 영문이름 신청이 허용되었습니다. 

 

(Tip! 영문 이름은 붙어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는 허용, 여권 내 서명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아기의 이름을 쓰고 그 옆에 자신의 서명을 하면 됩니다.)

 

약 1주일 지나 수령한 아기의 여권은 짜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더 넓적해 보입니다. 나중에 아기는 이 사진을 무척 싫어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철 좀 들면 재미있는 추억(?)으로 이해해 주기만 바랄 뿐이지요. 전 그때 말할 겁니다.

 

 

"엄마가 그러라고 했어~ 아빤 힘 없어~~"

 

지금은 그저 웃지요.

앞으로 저희 가족의 첫 해외여행이 약 15일 정도 남았습니다. 아기와의 유럽 여행이 그리 만만치는 않겠지만, 첫 가족여행이라는 큰 의미와 함께 우리 아기에게 아빠 엄마가 처음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해서 너를 만든(?) 곳인 영국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한 아빠의 졸업식을 참여한다는 의미도 있고요. 물론 나중에 기억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