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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군대 제초작업 경험으로 영국 가드닝 정복

by 영국품절녀 2013. 7. 1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영국은 지난 주부터 날씨가 무척 따뜻해 졌습니다. 이제 비로소 여름이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제가 다니는 대학이 시내와 약간 떨어진 숲 속에 자리잡아서 그런지 한 여름의 녹음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캠퍼스도 꽤 넓은 학교를 요즘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잔디를 깎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아무래도 날씨가 따뜻해지다 보니 잔디 및 풀들이 쑥쑥 자라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여름 주말이면 일반 주택에 사는 영국인들은 가족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고 바베큐 파티를 즐기는 것이 하나의 낙인 듯 합니다.

 

캠퍼스 안 잔디밭에서 풀을 먹고 있는 귀여운 토끼들

 

제가 작년 꼭 이맘 때 현재 살고 있는 곳인 작은 플랏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예전 집은 조그마한 뒷마당이 있는 하우스였지요. 정말 손바닥만할뿐더러 바닥이 시멘트로 되어 있어 정원 정리를 하고 말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살고 있는 플랏은 정원이 딸린 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층 집 뒤쪽으로 저와 품절녀님이 신경 써야 할 조그마한 잔디밭이 딸린 정원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꽤 바쁜 관계로 정원 관리에 손 놓고 있다가 관리인한테 한 소리 들었습니다. 제가 봐도 좀 심하기는 했었지요.

 

관리 전 정원의 모습 (Before)

 

제초작업에 쓸 도구를 가지러 창고에 갔다가 예초기와 정원용 가위를 보니 불현듯 군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좀 외진 곳에 있었던 독립 중대였는데, 원래 대대가 주둔하던 곳이어서 부대관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정작 훈련이나 교육보다는 주둔지 정비 및 작업이 훨씬 많았지요. 특히 중대 내에 250미터 사격장까지 있어 제초 작업은 힘들기만 했어요. 군대의 풀들은 왜 그리 빨리 자라는지, 약간 과장을 하면 베고 또 베어도 비가 오고 난 그 다음날이 되면 그 만큼 다시 자라있어 겨울철의 눈과 함께 저의 군생활의 원수 중 그런 원수가 없었지요.

 

 

정원 관리에 필요한 도구들

 

저는 제초작업을 주로 낫 – 혹은 삽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왜 삽을 쓰는지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 으로 했던 터라, 예초기를 직접 돌린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래도 작동 정도는 할 줄 알았지요. 군대 있을 때는 제초작업과 제설작업은 더 이상 제 인생에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영국에 와서 둘 다 다시 하게 되네요.

 

 

 

 

군대에서 썼던 예초기는 억센 잡초를 주로 제거하다 보니 금속날이었는데요,

여기서 쓰는 것은 주로 플라스틱선이었습니다.  

 

 

저는 예초기를 돌리기로 하고, 품절녀님은 정원용 가위로 나무의 잔가지들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군 제대 이후 처음으로 예초기를 꺼내서 풀을 깎다 보니 재미있더군요. "정글 같은 풀들을 깨끗하게 베어낼 때의 짜릿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워낙 몇 십년만에 만져본 기계였지만, 딱히 어려운 점은 없이 그런대로 깔끔하게 정리해 나갔습니다.

 

 

 

 

 

한참, 신나게 예초기를 돌리고 있는데, 옆을 보니 품절녀님이 군대용어로 "삽질" 을 하고 계시더군요. 하긴 제초작업 – 영어로는 가드닝(Gardening) – 을 언제 해 봤겠습니까마는 정말 일을 못하기는 못하더군요. 곳곳에 웃자란 나뭇잎들을 가위로 쳐주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도, 큰 가위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ㅎㅎ

 

 

제가 하도 답답해서...

당신은 그냥 예초기로 베어진 풀들이나 좀 모으고,

구석에 나 있는 잡초나 뜯어줘~

 

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영국 와서 가드닝까지 해 본다고 신나서 사진기 들고 왔다 갔다 했던 품절녀님은 생각처럼 일이 쉽지가 않자 스스로 짜증이 난 모양입니다. 나중에는 툴툴거리면서 뒷정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품절녀님은 빗자루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쓸기만 합니다. ㅎㅎ

 

 

 길이가 긴 잡초들은 버리기 편하게 가위로 싹둑~~◀

 

 

 

마지막으로 잡초 및 잔가지들을 정리하면서,

 영국에서의 첫 가드닝은 1시간 30분 만에 끝이 났습니다.

 

 

유럽인들 중에서도 특히 영국인들이 자신의 집 정원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영국인에게 가드닝이란 단순히 정원 가꾸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활의 일부라고 할만큼 가드닝에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상당히 많이 쏟는다고 하거든요. 특히 중년 영국 여자들의 정원 사랑은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보통 영국 집들은 정원이 뒷마당에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즉,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원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이 더 큰 것 같습니다. TV, 신문, 잡지만 봐도 정원 꾸미기 및 관리에 관련된 프로그램, 기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주로 아파트에 살았던 저였지만, 막상 직접 해 보니 왜 영국인들이 정원 가꾸기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지 약간은 알 것도 같네요.

 

관리 후 정원의 모습 (After)

 

제가 군대 제대할 때만 하더라도, 저의 인생에 제초작업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국에서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군대에서의 풀이란?" 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베어도 베어도 다시 자라나는 좀비" 라고 대답하겠지요. 하지만 "영국에서의 가드닝이란?" 란 질문에는 조금 다르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막상 경험해 보니 "목욕처럼 때 빼고 광내는 것" 과 같습니다. 어찌나 시원하고 상쾌하던지 하는 내내 무척 즐거웠습니다. 훗날 한국으로 돌아가서 아파트에 살게 되면, 어쩌면 영국의 정원이 그리워질 것 같기도 하네요. 다음 번에는 물결 무늬나 축구장 무늬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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