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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달달 외우기만 하는 역사교육, 남는게 없잖아

by 영국품절녀 2012. 6. 28.



안녕하세요? 또 품절남입니다. 실망하시는 분들 조금만 참아 주세요. ^^;

며칠 전 한국에서 성인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청소년의 반 수 이상과 성인의 35퍼센트가 6.25전쟁, 즉 한국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방학 숙제로 반공 도서를 잃고 독후감 쓰고, 반공 포스터 그리기 등등을 해 왔던 터라 이번 결과에 조금 놀랐네요. 요즘 청소년들이야 역사 교육이 약화되었으니까 그렇다쳐도 성인들의 3분의 1까지 그렇게 대답했다는 것은 제 기준으로는 조금 의외인 것 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역사교육 에 대해서 한 번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 동안 뉴스에서는 동북공정이나 독도문제로 시끄러워질 때마다, "초중고등학생 대상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혹은 "대학 입시에 역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언론과 일부 단체들은 지적하곤 합니다. 사실 학부 시절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역사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는 절대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런데 이런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아쉬운 부분은 "어떤 역사를 가르칠 것인가?"와 "어떻게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부분은 논의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야 어렸을때부터 특이하게 역사를 좋아해서 사학과까지 간 케이스이지만, 기존의 역사 교과서나 교수 방법으로는 그나마 역사에 약간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흥미를 똑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되네요. 

 

제가 영국 석사시절 한국에서 조기유학이라고 하긴 좀 어려운 고1학생에게 과외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나이로는 고1이었지만, 그 당시엔 영어가 워낙 딸려서 - 지금은 저보다 훨씬 잘하지만요 ㅎㅎ - 영국 학교에는 2년을 꿇어 들어간 학생이었습니다. 원래 영어 과외였는데, 좀 하다 보니 그 학생의 숙제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숙제 담당 과외 선생님이 되어 버리긴 했네요.

 

그 학생에게 과외하러 갔더니, 여지 없이 그 학생은 말하더군요.
"쌤~, 저 역사 과목 숙제 좀 도와주세요."
그러면서 주섬주섬 색연필과 도화지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전 역사 과목 숙제에 왜 미술도구가 필요한 지 의문이었는데, 숙제 내용이 포스터를 그리는 것이더군요. 제가 그림에 한 소질(?)이 있지만, 무작정 그려줄 수는 없어서 교과서와 수업내용을 보았습니다.

 

            영국은 학교 수업뿐 아니라 박물관에서도 역사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행사가 자주 있습니다.

 

 

영국 초등학교 역사 수업 중 하나는 그 당시 자기와 똑같은 나이의 친구 및 군인들에게 편지쓰기를 하면서 그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지요. 사실 어린이들에게 생활상을 달달 외우도록 시키는 것 보다는, 몸소 체험을 통한 학습이 더욱 이해와 암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 학생의 당시 진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을 당한 영국인들의 일상생활" 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숙제는 이 당시 영국 정부가 홍보물로 사용했음직한 "포스터"를 그리는 것인데요, 조금 황당하더군요. 저는 다시 교과서를 찬찬히 훑어 보았는데, 내용이 중학생들이 보기에는 너무 무겁다고 해야할까요? 절대 만만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배우냐고 물어보니, 실제 그 시절, 독일군의 공습을 가정해서 의자 아래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숙제를 서로 비교해 보고 발표하면서 개인적인 느낌을 서로 나눈 후, 선생님이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보충 설명을 해 준다고 하네요. 조금 무거워 보이는 역사과목을 다양한 숙제와 방법으로 배우다보면 자연히 흥미가 가겠더군요. 불행인지 다행 - 수업준비를 안해도 되니까요. ㅎㅎ - 인지 이런 숙제를 그 이후에도 도와주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과연 고등학교 역사 교육은 어떨까 무척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영국의 명문 캠브리지대학을 나온 학생(이과전공)에게 영국 고등학교에서의 역사수업에 대해서 물어 보았는데, 고등학교 수준이 되면 역사과목을 굉장히 깊게 공부한다고 하더군요. 이를테면, 한 학기 동안 온전히 공산주의에 대해서만, 그리고 그 다음학기에 나치즘에 대해서 공부한다고 하더군요. 강의와 토론이 적절히 섞인 수업이며, 시험도 주관식 논술 형태로 배운 것 이상 공부해서 작성해야 한다는데, 그 학생은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하니 한 번 놀랄 것을 두 번 놀라게 되었네요.


그 때 느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의 역사 의식 부재는 그 원인을 역사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요. 사실 한국 유학생들이나 어학연수생들이 다른 국가 학생들과 역사 이야기할 때 가장 뒤쳐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 우리의 맞수 일본애들이 있네요. 우리나라 학생들 이상으로 역사 문제에 무지합니다. 특히 어학원의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이 종종 학생들에게 자국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소개시키고 의견을 나누게 하는데, 이 때 일부 한국 학생들은 입도 제대로 벙긋하지 못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우리에게 역사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한국전쟁의 발발연도를 기억하는 것이 역사는 아닐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사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 학생으로 하여금 스스로 폭넓고 냉정한 역사의식의 확립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한 인물 - 대통령을 엮임했다고 하면 누군지 아시겠죠? 여러분~ - 에 대한 평가도 이제는 친일 혹은 경제성장이라는 단일 잣대로만 재단할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와 사람들까지 고려해서 조금 더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합니다.

즉, 배우는 학생들로 하여금 경제성장에 대한 간접체험을 시켜보는 동시에, 인권탄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역할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도록 한다면, 학생들 스스로 그 인물과 시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요. 올바른 역사의식은 사실 별거 아닙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관점 정도로 저는 정의하고 싶네요. 물론 이때 선생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겠지요. 아직 가치 판단에 약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이니 만큼, 좌나 우 편향적인 시각보다는 학생들에게 보다 공정히 판단할 수 있는 심판관이 되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적다 보니, 영국 역사 선생님들도 굉장히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어제에 이어서 영국 교육을 찬양하는 글이 또 되어버린 것 같네요. 사실 여기라고 단점 없을까요? 분명히 있지요. 영국 학생들이라고 모두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단점을 굳이 찾아보기 보다는 장점을 보면서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일부러 단점을 따라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상 영국 품절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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