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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대학 학점 상대평가, 과연 적절할까?

by 영국품절녀 2014. 12. 30.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독자님들께서는 성탄절 및 2014년 마지막 주말을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성탄절은 다른 때와 달리 조금 특별했습니다. 11월에 태어난 아미와 보낸 첫 성탄절이니까요. 또한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착한 과메기 덕택에 저와 가족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식사 시간외에는 딱히 경쾌한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니었습니다. 바로 채점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한국 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일부 학교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요새도 학교 점거를 하는가 싶어, 무엇이 문제였나 기사를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다름 아닌 성적 평가 방식의 변경 때문이더군요.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평가방식을 바꾸었는데, 학교측에서 이를 소급하여 적용하려 하다 보니 일이 시끄러워진 듯 합니다. 이 뉴스는 제가 했던 채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더군요.

 

(출처: MBC)

 

며칠 동안 걸린 채점 시험과 과제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등수 세우기" 였습니다. 1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상대평가였기 때문이지요. 수강생의 30퍼센트는 A학점, 나머지 30~40퍼센트는 B학점을 주어야 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한 수업에서 A학점이 10퍼센트도 넘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요새 대학생들 학점이 굉장히 좋다고 합니다.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에는 상대평가 제도의 영향이 어느 정도는 있을 듯 합니다.

 

(출처: MBC)

 

상대 평가 제도의 문제는 A학점을 맞을 만한 실력의 학생 수와 실제로 A학점인 학생 수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시험 난이도 조절로 이 비율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지요. 전공 및 교양의 특성 역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상대 혹은 절대평가가 옳다고 말씀 드리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제가 한국 외국어대학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 이번 학생들의 학교 점거에 대해서 옳다 혹은 그르다라고 쉽게 말씀을 못 드리는 이유입니다. 다만 상대평가로의 전환 때문에 하는 농성이라면 절대평가 시스템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점수를 잘 받아왔던 모양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새 평가 제도 속에서는 90점을 넘겼던 학생도 등수에 밀려서 30퍼센트에 못 들어서 – B학점을 받을 수도 있겠네요. 학생 입장에서는 화가 날 것 같기는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험에 난이도에 관계없이, 한 반에 30~40퍼센트 이상이 A학점을 받는 것 역시 문제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네요.

 

저도 지난 주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등수로 줄 세우기였습니다. 채점을 마치다 보니 A학점을 처음부터 받은 학생들은 15% 정도이더군요. 나머지는 80점 대 후반 학생들의 점수를 끌어 올려 30%의 비율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A-~A0학생들 성적이었던 학생들이 각각 한 단계씩 상승해서 A0~A+가 되어버렸습니다. 상대평가를 학점 인플레의 주범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학과 사무실 직원들과 이 문제로 이야기를 해 보니 굳이 비율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성적을 짜게줄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 하더군요.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교육부에서 상대평가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 자체가 대학 스스로가 절제를 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학점을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대학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 같습니다. 학점은 학생들의 취업과 긴밀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요.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학생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학점에 대한 질문이 대다수입니다. 학생들이 어필을 하는 것 자체는 필요합니다. 다만, 성적 산출의 가장 큰 근거를 등수라고 대답하는 저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학기에는 우선 저부터 시험 및 과제 난이도 조절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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