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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국인이 본 영국인 부부의 삶의 방식, 경악 왜

by 영국품절녀 2012. 9. 23.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은 제 한국인 친구가 겪고 있는 영국인 부부에 대한 글입니다. 저도 이 부부를 알고 지낸 지는 꽤 되었지만 그렇게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젊은 커플도 아니기 때문이죠. 이 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알고만 지내던 부부인데 저의 한국인 친구가 이 부부의 집에 홈스테이를 하게 되어 이들의 삶의 모습을 직접 듣게 되었는데요,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기만 합니다. 간혹 경악을 금치 못 할 때도 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실까요?

음식


이들은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입니다. 즉 육식(닭가슴살 정도만)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생선까지도 먹지 않는 답니다. 이들의 집에 홈스테이 하는 이 친구는 그래서 그런지 이들이 주는 음식 자체가 고통일 때가 많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어떤 음식에 대해 마지 못해 맛있다고 했더니 (그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라 스스로 여기시고) 주구장창 그 음식만 내줘서 한동안 힘들었다고 합니다.

 

음식 조리 자체도 채식주의자용으로 만들다 보니 요리 자체가 꽤 간단하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음식이 익힌 야채와 감자 뿐이지요. 그런데 그 간단한 요리도 요리책에 나오는 매뉴얼 그대로 저울에 무게까지 재어 가면서 만드는 것을 보며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매일 만드는 음식을 항상 레서피를 보면서 만드니까요. 전에 제 친구가 레서피를 보지 않고 요리를 했더니 "너는 레서피를 왜 보지 않고 만드냐?"고 하면서 한소리 하시더랍니다. 야채를 씻을 때도 잎사귀 하나하나를 물로 천천히 닦는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그러니 간단한 감자와 채소 요리를 하는데도 거의 몇 시간이나 걸릴 수 밖에요.

 

음식과 관련하여 경악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도저히 그 분들이 해주는 음식에 대해 참다 못한 이 한국인 학생은 어느 날 이들에게 한국에서는 삼겹살을 많이 먹는다고 하며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 부부는 학생에게 미안함을 느꼈는지 돼지고기 삼겹살을 사왔다고 합니다. 고기를 오븐에 구워 그 학생만 맛있게 먹기는 먹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채식만 하던 집에 고기를 구우니 연기와 함께 냄새가 많이 났나 봅니다. 오븐 바닥에 깐 알루미늄 바닥에도 돼지기름이 흥건히 있었겠지요. 그러자 이 부부는 이 호일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쩔쩔 매더랍니다. 굳이 말은 하지 않지만 얼굴에는 ‘어떻게 이런 저질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 고 써 있었다고 하네요.

그 중 압권은 이 기름 묻은 호일을 비닐봉지에 둘둘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고 합니다. 그냥 쓰레기통에 넣으면 냄새가 나기 때문이랍니다. ㅎㅎ 그리고는 쓰레기를 치워가는 날에 맞추어 그것을 냉동실에서 꺼내어 얼른 내다 버렸다고 하네요. 자기들은 먹지도 않을 거면서 옆에서 자기 먹는 것을 이상한 눈초리로 지켜보는 것도 힘든데, 왜  굳이 자신들이 뒤처리까지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그 학생은 그런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이 집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겠노라는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그 후 그녀는 다시는 돼지고기를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해요.

 

다시는 그 집에서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포크 벨리 (출처: Google Image)

 

그 후 다시 생선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생선을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속으로 '얘가 생선이 먹고 싶구나'여기며 생선을 사오셨다고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생선도 냄새가 심하게 나잖아요. 매일 그녀에게 언제 생선을 먹을 것인지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즉 냉장고에 생선이 있는 게 싫은 거에요. 그녀는 매일 묻는 그 분들이 부담스러워 먹기로 했지요. 역시나 그 분들은 생선을 쳐다만 보시지 절대 드시지는 않았답니다.

그런데...아뿔싸~~~ 생선 가시에서 비린내가 난다면서, 물로 가시 하나 하나를 다 씻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는 생선도 먹지 않으리라 그녀는 결심했지요. 하지만 지금도 그 분들은 그녀를 위해 종종 생선과 돼지고기를 사오겠다고 하시는데, 그녀는 정말 싫다고 안 먹어도 된다고 정색하며 거절 중이에요. 

 

습관


영국도 예전에는 미국과 같이 온도를 잴 때 화씨(F)를 사용했으나 이제는 공식적으로 섭씨(C)를 사용합니다. 또한 요즘도 길거리 장터에 가면 파운드 단위로 파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요즘 보통 슈퍼마켓이나 장터에서도 킬로그램이 보편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보통 나이든 분들도 킬로그램 시스템에 대부분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직도 집 뒷마당에 온도계를 달아 놓고 화씨를 사용하며, 철저하게 파운드를 기준으로 구매를 정한다고 합니다. 그 한국학생은 파운드가 익숙한 것은 알겠는데, 파운드만 고집하면 불편하지 않냐고 물으니 “불편한 것은 맞다. 그래서 우리는 파운드를 기준으로 지금껏 생활해 왔기 때문에 이 방식을 지킬 것이다.”라고 했다더군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할말이 더는 없더랍니다.  

 

TV시청


이들 부부의 일상생활의 기쁨 중의 하나가 TV 시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부부는 절대 연예 중계나 드라마는 일절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화도 보지 않는데 오죽했으면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 나온 영국 코미디언 “미스터 빈”을 보더니 한국 학생에게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냐?”라고 묻기까지 했답니다. 이들 부부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자연 다큐멘터리인데 특히 동물이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 및 케이크와 같은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런 다큐멘터리 채널을 본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육식동물이 사냥해서 피를 철철 뿌리면서 잔인하게 사냥감을 잡아 먹는 장면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식사를 하거나 디저트를 먹는답니다. 이 한국인 여학생은 동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자신은 그런 장면을 보면서는 도저히 아무것도 못 먹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더욱 어이 없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필 뱀 – 그것도 많이 - 이 나오는 다큐멘터리가 나오자 학생이 혹시 괜찮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보면서 케이크를 먹으면 안되냐고 물었답니다. 그 집 할아버지는 그러라고 하면서 자신은 아예 팔짱을 끼고 몸을 TV 화면 반대쪽으로 틀어버리면서 고개를 숙이더랍니다. 그 여학생이 느꼈을 황당함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그래서 다음 날에는 자신이 TV를 보지 않고 디저트를 먹겠다고 했더니 그녀가 TV를 볼 수 없도록 문까지 닫더랍니다. "너는 이런 것 보면서 먹는 것 싫어하지? 이러면서요.

 

                어디에나 특이한 성격 혹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출처: Google Image)

 

초대


이들 부부가 다음주에 여동생 부부를 초대한다고 합니다. 며칠 같이 묵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2 주전부터 서로 전화를 무수히 많이 하더랍니다. 알고 보니 1주일 동안 있을 서로의 식단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동생 부부가 특정 브랜드의 음식만 먹기 때문에 그것을 준비해야 한답니다. 차(茶) 역시 반드시 특정 차만 마시는데 이 지역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걱정이라는데,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모두 피곤하게 산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이 부부는 초대 손님을 위해 캔터베리에 있는 모든 상점들을 다 돌아다니면서 그들이 먹어야하는 특정 식재료를 사러 다녔답니다. 더군다나 이들 부부와 동생네 부부는 기상 및 취침 시간까지 너무도 달라 이 문제로만 조금 과장을 덧붙이면 수십 분을 통화하더랍니다. 어쩔 수 없이 일주일 동안만은 동생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을 맞추기로 하면서 일단락되었다는 군요. 그렇게 만나는 것 자체가 무척 피곤한데 굳이 만날 필요도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습니다.

 

물론 이들 부부의 일상이 일반 영국인의 일상은 아닙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나이 든 영국인들 조차도 이 부부처럼 이정도로 유난을 떠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독특한 삶을 사는 이들 부부는 생활 자체가 매뉴얼화 되어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뒷마당에 가서 온도를 재어야 하고, 유선전화기 옆에는 꼭 통화기록 노트가 있어 통화 시간과 상대를 자세히 메모해 두어야 하며, 요리를 할 때는 – 30년 이상을 해 온 요리라고 하더라도 – 요리책을 꼭 보면서 해야 한답니다. 매주 수요일에 장을 봐야 하는데 꼭 1주일치 메뉴를 정해 놓은 다음에야 장을 보러 간답니다. (이때마다 자꾸 "돼지고기, 생선을 사올까?" 물어보시는데, 정말 부담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매일 저녁 10시에는 반드시 푸딩을 먹고 나서야 함께 씻고 각자의 물병에 정확한 양의 물을 채워 놓고 잠을 청하신다고 하네요.  (이것 말고도 수많은 매뉴얼과 규칙이 더 있는데 여기까지만 할게요.)

 

한국인 친구 말로는 “이들 부부는 자녀도, 친구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재미(?)없어 질 것 같다”고 하네요. 그래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만난 이 분들은 서로를 한없이 사랑하면서 살아가시는데요, 두 분이 늘 하는 말씀이 “우리가 더 일찍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하신답니다. 하루 종일 두분이서 기상부터 취침까지 왠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자석처럼 꼭 붙어다니시는데요. 짚신도 제 짝은 반드시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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