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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딸가진 부모가 받고 싶지 않은 여성가족부 편지

by 영국품절녀 2016. 2. 4.

벌써 2016년 2월입니다. 저희는 작년에 이어 올해 첫 "여성가족부" 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미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지난 해에 난생 처음으로 받은 여성가족부로부터의 편지~~

'여성가족부에서 왜 우리에게?' 궁금해서 뜯었다가 기분이 확~ 상하면서 나도 모르게 일그러지는 얼굴 표정으로 편지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건 바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고지서" 입니다.

 

 

"당신이 사는 동네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으니, 

정확하게 미리 알고 조심해라"

 

하는 일종의 알림 서비스이지요. 고지 정보서와 함께 동봉된 정보 만화를 보니, 딱 제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한 듯한 글과 그림을 보게 되었어요.

 

'차라리 모르는게 약인가?' 라는 생각이 첫 순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고 있는 편이 낫다라는 판단히 서더군요. 또한 이런 고지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신상정보가 등록된 성범죄자들을 경찰이 제대로 잘 통제하고 관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겠지요.

 

제가 살던 영국에서도 워낙 아동 성범죄 및 폭력들이 잦아서 그런지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하는 직업(정부기관, 학교, 교회 등)은 물론이고, 자원봉사(교육, 양육, 돌봄 등)라도 할라치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개인 범죄 조회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성년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사회적으로 약자인 노인, 장애인까지 적용)

영국에서는 자녀의 학교 픽업까지도 부모의 의무잖아요.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저도 영국에 사는 동안 "범죄 조회서" (일명 Criminal Record Bureau: CRB)를 두 번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토들러 자원봉사와 교사로 일을 할 때에 이것을 원하더군요. 저는 처음에 범죄 조회서라는 용어에 반감이 있었어요. 내가 범죄자 아님을 증명하라고?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건가...

하지만 영국인은 물론이고 국적에 상관이 없더라고요. 제가 정말 놀랐던 것은요, 안전을 중요시 여기는 영국이라 그런지 여느 학부모라도 자녀의 학교에서 단 한번의 자원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범죄 조회서가 있어야 합니다. 즉,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아이들과의 만남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신랑도 대학에서 영국 고3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잠깐 했을 때도 제출 요구를 받았다고 하네요.

 

영국에서는 보통 흔히들 범죄 조회서를 "CRB" 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2012년부터는 DBS 공개제외원(Disclosure and Barring Service: DBS)라고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CRB 신청 작성도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았어요. 작성할 내용이 꽤 많고, 나를 보증할 수 있는 현지인의 서명과 주소가 꼭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안전"을 위해 이런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를 밟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미성년자 성범죄와 관련하여 뭔가 발전하는 조짐이 보여 참 반갑네요.

개인과외 교습자 '신고증명서' 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범죄 경력이 있는 교습자의 경우에는 관할 교육청에서 '신고증명서'를 회수한다고 하거든요.

 

 

제가 딸을 가진 부모라 그런지 성범죄자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음을 느낍니다. 그냥 막 육두문자가 나오기까지 하니까요. 영미권에서는 아동 성범죄의 처벌이 참으로 가혹한데... 왜 우리나라는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죄값이 그리 가볍기만 하는지...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우리도 어서 영국처럼 미성년자와 관련된 직업(자원봉사 포함)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범죄 조회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괜찮겠지. 아무 일도 없을 꺼야" 라는 무사안일적인 발상과 사회 분위기가 제발 안전 제일주의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나아가 아동 성범죄자 처벌이 아주 가혹해서 부모와 아이들이 성범죄와 폭력에서 안전한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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