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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러브액츄얼리 따라한 영국 총리, 반응은 냉담

by 영국품절녀 2013. 9. 8.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품절녀님과 휴가를 다녀와서 며칠 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했네요. 원래 휴가에 관한 포스팅을 품절녀님이 했어야 하는데,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 니스에서 보낸 휴가에 관한 글은 아마 곧 품절녀님 포스팅할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저녁에는 니스의 바닷가를 산책했습니다. 다만 다음 날 일정을 위해서 너무 늦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요. 호텔에 들어와서 TV를 보면서 휴가 중 잊었던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듣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전공이 그렇다 보니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 특히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 – 에 관한 이모저모가 중요 뉴스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봤던 BBC 위성에서 반복해서 다루었던 뉴스 중 하나가 바로 영국 총리가 러시아로부터 받은 일종의 "천대" 였습니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눈앞에 둔 미국에 대해 영국 데이빗 카메론 총리가 개인적인 지지의사를 표현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G20 회의 주최국이자 미국의 군사행동에 극도로 민감한 러시아는 대변인을 통해 영국은 러시아의 신흥재벌이 첼시 축구클럽을 산 것 정도만 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섬나라 (just a small island no one pays any attention to)" 라고 영국을 평가했습니다. 영국의 작아진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비꼰 것이지요. 영국의 주요 언론에서 이 문제를 머릿기사로 다룬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날 밤 잠까지 설칠 정도로 자존심이 상한 카메론 총리는 좀 더 멋있게 대응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직접 기자들과의 뉴스 브리핑을 통해 유명한 영국 영화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의 한 장면을 인용했습니다. 영국 총리로 분한 휴 그랜트는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집적댄 미국 대통령에게 분풀이를 조금 세련되게 하지요. 이 장면은 영화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아~ 물론 영국인들에게요.

 

(출처: Love Actually Youtube 캡쳐)

 

 

영국은 작습니다. 그러나 또한 위대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세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코넬리, 해리포터도 있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이.. 아니지요.. 왼발이 있습니다.
위협하는 친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닙니다.
힘에는 힘으로 대항해야지요. 이젠 저도 더욱 강해지려 합니다.
미국 대통령도 이젠 대비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영국 총리는 휴 그랜트에 비해 시작은 비슷했지만, 조금 더 길게 말합니다.

 

 

간추려 보자면...

 

영국은 작은 섬나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와, 용감함 혹은 굳건한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은 완고하게 유럽 대륙의 전체주의에 대항했으며, 노예제도를 철폐한 섬나라입니다. 영국은 텔레비전이나 월드와이드웹 (즉 인터넷)과 같은 유용한 것들을 많이 발명했지요.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비틀즈와 엘가 등이 전 세계 음악팬들을 즐겁게 해 왔으며, 그리고 요즘에는 원다이렉션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요. 우리의 이런 발명품에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즐기는 스포츠도 포함됩니다. 더 길게 말하진 않겠지만 문학, 예술, 음악 등, 언어를 포함한 철학과 문명의 세계사적 기여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영화에서 휴 그랜트는 많은 기자들이 이에 그의 언급에 대해 꽤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참~ 다르더군요. 카메론 총리의 위와 같은 언급에 대해 영국의 일부 주요 언론에서는 비판적인 기사가 꽤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시민들 및 네티즌들의 댓글 반응도 냉담 및 부정적이었고요. 특히 영화와 실제 총리의 언급을 비교하는 기사까지 있었습니다.

 

저는 영국인이 아니므로, 영국 총리의 대응에 대해 영국 언론처럼 문장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은 꽤 어색한 것 같습니다. 그럴 만큼 영국 문화에 대한 소양이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직 총리의 대응에 대해 아쉬워하는 영국 언론 (Guardian, BBC)의 코멘트는 왜 이번 영국 총리의 대응이 영화 속 총리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는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source: Guardian, Photograph: Novosti / Rex)

 

그건 바로 Love Actually의 휴 그랜트에겐 있고,

현실의 데이빗 카메론에겐 없는 것이지요??

 

영화 속 (영국) 총리인 휴그랜트  VS 실제 총리인 데이빗 카메론 비교~

 

영화 속 총리인 휴 그랜트의 대사는 일단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인물 몇 사람만으로 영국의 세계사적인 영향력을 간단하게 정리하지요. 그러나 실제 총리는 너무 많은 영국의 역대 인물과 업적을 주저리 나열했지요. 그만큼 더욱 더 영국 및 영국인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으리라고 볼 수는 있겠습니다. 다만 너무 길게 얘기해서 효과는 그 만큼 떨어진 것 같습니다.

 

"Great Britain" according to (two) David

 

Prime Minister David (Hugh Grant in 2003 film Love Actually)

David Cameron

Shakespeare
Churchill
The Beatles
Sean Connery
Harry Potter
David Beckham's right foot
David Beckham's left foot

sixth-largest economy
fourth best-funded military
cleared the European continent of fascism
took slavery off the high seas
invented the Industrial Revolution, the television and the World Wide Web
invented most of the sports that the world likes playing
The Beatles
Elgar
One Direction

 

 

그러나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유머" 가 아닌가 합니다.

 

영화 속 총리인 휴 그랜트는 축구선수 데이빗 베컴을 역대 유명인들과 함께 언급하는 장면에서 베컴의 오른발까지 언급합니다. 그러나 베컴의 프리킥은 바로 "왼발" 에서 시작하지요. 영국인이라면 모두가 잘 아는 그 사실을 일부로 – 혹은 실수로 – 언급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고 화기애애하게 이끕니다.

 

(출처: Love Actually Youtube 캡쳐)

 

하지만 카메론 총리는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시종일관 딱딱한 말투로 일관했습니다. 바로 유머가 없었던 것이지요. 바로 이 부분을 가디언에서는 지적했습니다.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고 스스로도 자부하는 영국인들 답게, 조금 더 쿨하게 – 굳이 러시아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  대응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을 하다 보니 그저 다 아는 사실의 나열, 식상한 영화 따라하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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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카메론이 자랑스럽게 언급했던 원 다이렉션의 Comic Relief 자선 모금을 위한 뮤직 비디오에

 데이빗 카메론이 등장하지요.  2:26 ~ 45초 까지 보시면 됩니다. ㅎㅎ

 

정치 지도자의 한 마디는 일반인들의 한 마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습니다. 그들의 입은 때론 국가의 입이기도 하지요. 그들의 말 한마디에 국가의 체면이 올라가기도 하고 손상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보면, 말 한마디 편하게 할 수 없는 국가 지도자의 삶이 결코 부럽지는 않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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