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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영국 교사의 과한 칭찬이 낳은 부작용, 난감

by 영국품절녀 2013. 11. 26.

전에 제가 영국의 "과한 칭찬 문화" 에 대해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칭찬을 참 잘해 줍니다. 굳이 칭찬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참 긍정적이고 좋은 말들을 쉽게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겉과 속이 다른 그저 입바른 소리라고도 보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저는 언제나 듣기 참 좋습니다.

 

영국 학교에서도 교사들은 별것 아닌 것에도 칭찬을 곧잘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학교 교사들은 항상 "잘한다" 와 같은 좋은 말만 해 주기 때문에 진짜로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따라서 한국 부모 및 학생들 역시도 이런 칭찬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영국 교사들이 아주 신랄하게 질책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완전 "문제아" 입니다.

(출석, 학습 태도 불량 & 영어 실력 아주 낮음 & 학교 생활 부적응자)

 

얼마 전에 제가 일하는 학교에서 직원 교육이 있었습니다. 그 날은 학생 및 학부모에게 보내는 성적표 의견 작성에 따른 훈련이었어요. 비 영어권 학생들과 학부모를 위한 성적 및 학교 생활에 관한 글을 작성 팁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날 전문가가 교사들에게 전해 준 팁은 이렇습니다.

 

 

과목마다 이렇게 학업 성취도가 나갑니다.

 

1.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영어 문장을 사용해라.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 혹은 어구 사용 금지)

2. 긍정적인 표현들을 주로 사용해라. ("~~~는 잘한다, 하지만 ~~~가 약하다")

3. 시험 목표 점수 및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라. (부족한 부분들 언급)

4. 수업 태도 및 과제 불량 등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해라. (출석)

 

그런데, 그 날은 교장이 특별히 참석하여 이런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현 위치를 분명하게 직시하도록 알려줘야 한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요, 워낙 영국 교사들은 나쁜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항상 돌려서 말하기를 하지요. 영국 학생들은 자신들의 언어 문화 혹은 습관이니 알아서 이해하겠지만요, 외국인 학생들 중에는 교사들로부터 받은 과도한 칭찬 및 긍정적인 표현의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칭찬은 긍정적인 효과와 만만치 않게 부작용도 있습니다.

 

교장이 왜 이런 말을 하나 궁금했는데요,

 

영국 학교는 현재 2014/15년 대학교 지원에 필요한 추천서 및 성적 산출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일단 가고 싶은 대학교를 내신 성적에 따라 3~4개 정도 선택하게 됩니다. 이 때 학교와 학부모 및 학생들의 실랑이가 조금씩 벌어지곤 합니다. 왜냐하면 다들 영국 명문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부분이니까요. 특히 유럽권에 비해 동양권 학생들은 학교 및 학과 랭킹 등에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일부 학생들은 막무가내로 옥스브리지 아니면 런던 정경대(LSE)를 쓰겠다고 한다.

교사는 이런 학생들에게 단호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길 바란다.

 

한국도 그렇지만,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어느 대학에 가고 싶냐고 물으면 다들 영국 상위권 대학들만 줄줄이 나열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소수만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 입학합니다. 대체로 평소 성적보다 약간 높은 점수 혹은 안정권으로 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영국은 한국의 수시 전형처럼, "선 지원 & 후 시험" 입니다. 일단 내신 성적과 추천서로 대학을 몇 개 지원한 후, 조건부 입학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최상위 대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조건부 입학이 가능합니다. 다만 최상위 학교 (옥스브리지)는 인터뷰까지 보고, 탈락을 시킵니다. 지원한 대학들로부터 조건부 입학 허가를 받으면, 대학에서 제시한 점수를 본 시험에서 받아야만 최종적으로 대학에 합격하게 됩니다.  

 

제가 학교에서 관찰해 보면, 평상시에 열심히 잘하는 -내신 성적이 좋은 - 학생들이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합니다. 결코 당일 시험에 운 좋게 대박 날 일은 극히 드물다고 보면 되지요. 수능처럼 찍을 수 있는 객관식도 아니고, 모든 시험이 논술 유형이니 평상 시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보기에 부족해 보아는 데도 불구하고, 최고 명문 대학만 지원하려고 하니 난감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어차피 대학에서는 조건부 입학조차도 불허하는데 말이에요.

 

현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 학교 학생들은 학기말 고사 중이거나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대비 중입니다. 이에 교사들은 시험 출제 및 채점에 약 일주일 간은 아마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겠지요. 저는 영국인들의 긍정적인 말과 칭찬이 참 좋은 줄로만 알았었는데, 과도한 칭찬의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잘하는 학생에게도 칭찬보다는 안심하고 태만 안 할까봐 더욱 질책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영국처럼 과도한 칭찬이냐? 한국처럼 끊임없는 채찍질이냐? 무엇이 정답인지 이제는 헷갈립니다.

 

물론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둘섞은 적당한 칭찬이 가장 좋은 양육 방식이겠지만요,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칭찬과 채찍질을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아무튼 영국 교사들의 과도한 칭찬과 긍정적인 표현이 일부 외국인 학생들에게 어떠한 부작용을 가져오는지를 알았습니다. 칭찬의 올바른 기술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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