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 이사하는 순간, 부부싸움 대판나는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2. 7. 20.



저희 부부는 영국에서 첫 신혼 집이었던 곳을 떠나 최근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다들 이사한 경험이 있으셔서 잘 아시겠지만, 이사를 하게 되면, 처리해야 할 일들이 참 많잖아요. 그 중에서도 제가 보기에는 외국인으로서 정말 하기 싫고 꺼리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공과금 주소지 변경 및 관련한 처리 업무" 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사한 후 주소지 변경 및 이전 집 공과금 처리 등등이 쉬운 일 중에 하나였는데, 역시 해외에서는 이런 소소한 일들도 왜 이리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건지요.

 

보통 영국에서 집을 렌트하면  할 것들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가스, 전기, 수도 (상/하수도), 인터넷, TV 라이센스, 시티 카운실 텍스 등등

이런 업무들을 처리하다보면, 일부 한국인 부부 사이에서는 싸움이 일어나기 십상입니다.

(물론, 모든 부부가 그렇지는 않지만요)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처음에 영국에 와서부터 신랑이 공과금 관련 업무를 다 알아서 처리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시댁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공과금을 처리한 경험도 없었고요.  꼼꼼한 성격의 신랑은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하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지켜보니 대부분 전화 및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하더군요. 물론, 인터넷으로 쉽게 영문을 천천히 다 읽어 보면서 하면 좋겠지만 종종 에러가 나는 경우에는 전화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에 약한(?) 한국인들은 전화로 대화하는 것이 그냥 얼굴 보면서 하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거기다가 인도 출신 혹은 악센트가 강한 상담원을 만나기라도 할 때에는 정말 Sorry, Pardon, say again? 등의 다시 말해 줄래~~라는 말을 연발하게 되고, 상대방이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횟수가 많아질 때마다 이마에서는 땀이 나고, 가슴에서는 불이 납니다.

 

                                                               뭐라고요~~~   (출처: Google Image)

 

처음에 울 신랑도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엄청 스트레스 받아야 했지요. 전화 영어 소통뿐 아니라 전화 연결 자체가 잘 되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전화를 해야 했어요.) 또한 한 번 전화하면 처리하기까지 몇 십분은 금방 잡아 먹거든요. 특히 이런 서비스 센터의상황에 따라 비싼 유료전화일 때도 있답니다. 그 때 이런 공과금 업무를 다 처리한 후 울 신랑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해요.

영국에서 집 셋팅하기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이것 때문에 이사하기가 겁이 난다.~

절대 이사 안 할래~~ 그냥 여기서 계속 살자~~ 알았지? 싫으면 앞으로 너가 다해~~

 

울 신랑은 이런 힘든 과정을 또 다시는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외쳐었는데, 이번에 이사를 한 후 3일 내내 신랑은 인터넷과 전화기를 붙잡고 일일히 처리 업무를 하는 악몽을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오늘까지 모든 공과금 관련 업무는 다 마쳤다고 하네요.

 

이에 반해, 대부분의 한국인 부부들은 아내들이 이러한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보니, 한국에서 집안 일은 오로지 부인에게만 맡겼던 보통 한국 남편들은 영국에 와서도 역시 이러한 집안 일들은 몽땅 부인에게 부담시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울 신랑처럼 알아서 척척하는 하는 (때론 하는 척 하는 ㅎㅎ) 남편들도 있긴 하지만요.

 

알고 지내는 한국인 부부들이 있는데요.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언니는 좋겠다... 신랑이 다 알아서 해 줘서~~~ 이번에 울 신랑하고 대판 싸웠잖아~~

울신랑은 모든 공과금 업무를 나 몰라라 하고 맨날 나한테만 다 맡겨.

그런 모습이 너무 짜증나서 언니네는 신랑이 다 한다는데...  자기는 이게 뭐야~~ 그랬어....

 

                                                     당신이 하란 말이야~~  (출처: Google Image)

이처럼 주변의 많은 한국인 부부들은 이러한 부부싸움과 악몽이 되살아 날까봐 아예 이사를 가는 것을 꺼려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해요. 따라서 영국에서는 집 셋팅할 때면 으례히 부부 싸움이 잦아지곤 합니다. 제가 이런 사연을 울 신랑에게 전해 줬습니다.

 

그랬더니 이번 이사로 또 힘들었던 울 신랑 曰

나 이번에 이사하면서 왜 부부싸움 하는지 알겠어... 그 아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울 신랑도 혼자 공과금 업무를 다 처리하느라 짜증났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하더군요.

 

그래도 신랑에게 고마운 것이 저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이런 힘들고 귀찮은 업무들을 제가 신경쓸 필요없이 다 처리해줬다는 거에요. 그래서 그런지 부인에게 모든 가사 일을 다 맡기는 한국인 신랑들은 울 부부와의 만남을 다소 피하는 경우도 있어 보인답니다. 아마도 울 신랑은 한국인 남자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아닌가 싶어요. 자꾸 아내들이 비교 하니까요. ~~

 

다행히 저는 신랑의 희생 정신(?) 으로 인해 부부관계에 큰 뒤탈 없이 집 셋팅마쳤습니다.

지금까지 영국 생활 중 한국인 부부가 경험할 수 있는 악몽의 순간이었습니다. ^^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