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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인 교사에게 고가 선물하는 한국인 학부모, 창피해

by 영국품절녀 2012. 5. 15.



오늘은 5월 15일 스승의 날 입니다. 점점 한국의 교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교사들마저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고 싫다는 반응이네요. 과거 저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그 때에는 스승의 날이면 의무적으로 담임 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려야만 하는 날로 여겨졌어요. 또한 자기 아이들 잘 봐 달라며 고가의 선물 및 돈 봉투를 건네는 많은 학부모들에다가, 대놓고 그런 것들을 바라는 교사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스승의 날 선물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학교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과외 및 학원 선생님들까지도 챙겨야 하니 말이에요.

 

                            이런 기사를 보면, 학부모들이 더 부담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출처: 채널 A 뉴스)              

 

제가 몇 년 동안 영국에서 살고 있지만, 여기에서 "스승의 날" 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영국인 친구들에게 물었어요.

한국인: 영국에는 스승의 날이 있니?  내일이 한국은 스승의 날이거든.

영국인: 스승의 날은 없어  (단,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World teacher's day (10월 5일)는 있어요.)

한국인: 그럼 왜 영국에는 스승의 날이 없을까?

영국인: (잠시 머뭇거리더니...) 음..... 굳이 스승의 날을 정해야 할 필요가 없는게 아닐까??

 

영국인의 대답을 들으면서, 요즘 한국은 교권 추락으로 인해 스승의 날만 이라도 스승에 대해 존경심과 감사함을 표현해야 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이렇게 하는 지 궁금해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제가 영국에서 살면서 영국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한국 아줌마들의 사연을 통해 "스승의 날이 없는 영국이 차라리 낫다"라는 말씀드려 볼게요.

 

영국은 특별히 지정된 스승의 날은 없어요. 스승의 날의 유무가 교사에 대한 존경 및 권위와는 크게 관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스승의 날에 문제시 되는 "선물" 이슈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한국처럼 영국에서도 학부모들은 감사의 답례로 교사들에게 선물을 합니다. 물론 스승의 날이 없으니 선물을 굳이 할 필요도 없지요. 영국에서는 보통 학부모들이 부활절 (4월) or 크리스마스 (12월) or 학년 말(7월)에 자녀의 선생님들에게 선물을 드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과 다른 점은 영국 학부모들이 하는 선물은 고가의 선물 및 돈 봉투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감사 답례의 표시"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정원에서 키운 과일 혹은 꽃 (식물) 혹은 직접 구운 쿠키 혹은 케이크, 부활절 및 크리스마스에는 초콜릿과 카드를 그리고 학년 말에는 와인이나 샴페인 등등.. 금액으로 따져봐도 약 만원대 정도의 선물을 한다고 해요. 이러니 영국 교사들은 고가의 선물을 받게 되면, 자칫 뇌물로 인식해서 부담을 느낀다네요. 이렇게 서로 부담이 가지 않는 한도내에서 주고 받는 작은 선물이 맘에 들지 않나요?

 

하지만, 이런 영국에서 일부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한국인 학부모들이 있다고 합니다. 전에 누군가 그러더군요. 한국 엄마들이 영국에 와서 치맛바람을 날리는 통에 영국인 교사들이 한국 엄마들에게는 대놓고 고가의 선물 등을 요구한다고 해요. 또한 한국인 엄마들의 뇌물처럼 느껴지는 선물 공세에 영국인 교사들은 부담을 느끼긴 하지만, 돌려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네요. 영국인 교사들도 이에 부담을 느끼긴 하지만, 주면 그냥 받는 모양이에요.

어떤 영국인 교사는 부담을 느끼기는 커녕 다른 한국인 학부모에게 자랑까지 한다고 하네요. 실제 어떤 한국인 아줌마는 아이의 바이올린 영국인 교사 집에 아이를 데려다 주러 갔는데, 대뜸 전에 한국인 엄마한테 받은 고가의 장식품을 보여주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것을 자랑을 하더랍니다. 그 한국인 분은 '나한테도 뭘 바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부담이 되었다고 해요.

 

저는 학부모나 제자들이 감사의 답례로 교사에게 선물을 하는 것 자체가 잘 못 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마음에 우러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다 선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집니다. 또한 선물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해서도 물론 안 됩니다. 고가의 선물 및 돈 봉투는 감사의 답례를 넘어선 뇌물이라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차라리 영국인들처럼 소소하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하는 모습이 훨씬 좋아 보입니다. 한국 교사들도 학부모들의 따뜻한 감사의 한마디나 진심이 묻어나는 선물들을 더 바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힘내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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