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영국에서 직접 느낀 한류의 진화, 기대된다

by 영국품절녀 2013. 8. 25.

요즘 저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지요? 영국 대학을 다니는 동남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한국인인 저만 보면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서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 놓습니다. 그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국 드라마, 예능, 연예인, 음식, 한국어 등등 한국에 관해 모든 것에 관심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가 예전에 아무 비판없이 미국 브랜드, 문화에 마냥 신기하고 동경했던 그 때 처럼 말이에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요.)

 

(source)

 

요즘 동남 아시아 한류 팬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깨달은 점이 있었어요. 이제 한류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에는 단지 한국의 대중 문화 즉 TV 프로그램, K-POP등을 중심으로 연예인들에게만 열광했다면, "이제는 대중 문화를 뛰어 넘어 한국 문화, 언어, 관광, 음식, 취업 등까지 관심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 한국 드라마, 예능

요즘 동남 아시아 한류 팬들은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저 보다도 훨씬 많이 알고 있습니다. 런닝맨은 인기 최고고요, 전부 다 소장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편도 빠지지 않고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또한 런닝맨에 빠진 친구는 게리의 음악을 듣는다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ㅎㅎ 이들은 아예 한국 드라마와 예능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이름을 술술 외우고 있습니다. 어제 저에게 어떤 학생은 해피 투게더를 좋아한다면서 유재석, 신봉선, 박미선의 이름을 대더군요.

 

(source)

 

그러면서 "요즘 한국 드라마" 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SBS 드라마를 주로 봤다. 그런데 요즘 한국 드라마의 수가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솔직히 무엇을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용도 다들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 잠시 한국 드라마를 안 보고 있다.

 

이 말에 제 주변의 한류 팬들이 동감하는 눈치였어요. 한국 드라마의 수가 너무 많아지는데 반해 내용들이 다들 비슷하고, 도대체 어떻게 취사 선택해서 드라마를 봐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요. ㅎㅎ 이런 이유로 일부는 드라마보다는 예능을 중심으로 보고요, 또 다른 이들은 드라마를 선택하기 어려워서 아예 안 본다, 혹은 다 보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이 친구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요즘 한국 드라마를 안 보고 있는데요, 전과 달리 공중파 이외에 케이블 방송에서까지 드라마를 제작하다 보니, 한꺼번에 물밑 듯이 쏟아지는 드라마의 양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무엇을 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ㅎㅎ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2. 한국 음식

한류 팬뿐 아니라 동남 아시아 인들에게 한국 음식은 인기 최고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영국에서도 김치, 라면들을 자주 사 먹는다고 하거든요. 특히 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어떤 학생들은 집에서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도 해요. 특히 김치를 사다가 김치 찌개와 부침개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왜 여기에는 한국 슈퍼와 레스토랑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투정을 하는 거에요. 마치 한국인들처럼요. ㅎㅎ 얼른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서 한국 음식점에 가야겠다는 친구들도 있었답니다.

 

한국 바베큐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에요.

 

말레이시아에는 한국 음식점들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살짝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인기는 매우 높다고 해요.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비빔밥, 김치, 불고기, 갈비, 떡볶이, 라면, 짜장면" 등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제가 잠시 생각한 것이 있는데요, 현대적인 감각으로 "한국 음식" 과 관련한 드라마가 동남 아시아 출신 한류팬들에게 인기를 끌수 있지 않을까 감히 제안해 봅니다. ㅎㅎ 한국 음식 레서피 소개 및 홍보도 동시에 되겠지요.

 


3. 한국어


함께 일을 하는 말레이시아 친구가 저에게 한국 말을 좀 안다고 하면서 했던 말~

괜찮아요? 빨리 와~~ 많이 먹어.. 기다릴게...

 

전에는 한국말을 해봤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정도였다면, 단순한 인사말에서 벗어나 이제는 실생활에 나오는 말까지도 제법 합니다. 알고 보니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말이라고 하네요. 특히 한국인들의 호칭에 대해서는 꽤 잘 알더군요. 워낙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말들이니까요. 어떤 친구는 한국어 교재 및 사전을 사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영국에서 대학 졸업 후에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한국에서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젊은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도 했고요.

 


4. 한국 여행


요즘 한국 여행에 대해 물어오는 외국 젊은이들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특히 가족 여행으로 한국을 찾는 한류 팬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미 한국을 다녀 온 이들은 여행담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어느 계절에 한국에 가는 것이 좋냐?
롯데월드를 가보고 싶은데,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남이섬, 제주도가 그렇게 아름답냐?
서울 근처에 스키장이 있냐?

 

 

 

 

이미 한국에 다녀 온 친구들도 많고요, 올 겨울 및 내년 여름에 한국에 여행 갈 계획이 있는 친구들은 저에게 질문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때아닌 한국 여행 가이드가 된 기분이 듭니다. 사실 저도 국내 여행을 많이 못해서 잘 모르는데요, 대부분은 드라마 촬영지였던 남이섬과 한국의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진 제주도에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서울 구경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제일 많아요.

 

그래서 일단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제가 질문을 받기로 했고요. 내년 여름에는 저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일정이 맞으면 그 때 직접 하루 정도는 이들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 줄까 계획 중입니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한국에 오면 식사 한끼 정도는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5. 성형 수술

외국인들로부터 한국 관련 질문을 받거나, 관심을 보이면 참 기분이 좋은데요. 단지 이 질문만은 피하고 싶고 무슨 대답을 해 줘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많은 아시아 한류 팬들은 한국 연예인들은 모두 성형 수술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연예인 성형 수술에 대한 뉴스가 너무 많이 보도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꼭 이런 질문들을 해요.

한국 연예인들은 성형 수술 했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사실 뭐라 답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아니야~ 이렇게 부인을 해야 하는건지..

응.. 이라고 인정을 해야 하는 건지…

 

전에 한류팬인 한 여학생이 이런 질문을 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한국 여자 연예인들은 다들 성형 수술을 한 것 같아...

김희선도 성형 수술을 엄청 많이 했지??


왜 이런 질문을 했나 알고 보니, 김희선 딸의 사진을 봤는데 김희선과는 전혀 닮지 않았고, 안 예뻤다는 것이지요. 저는 속으로 "허걱~~ 김희선 딸의 얼굴까지 알고 있구나" 에 놀라면서 그녀에게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나도 김희선 딸을 보긴 했는데,,, 애들은 크면서 얼굴이 달라지니까.. 김희선처럼 예뻐질꺼야~~" 라고요.

 

한국에 관심이 많은 동남 아시아 젊은이들은 대중 문화를 넘어서 한국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합니다. 이들에게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나 다름 없는 것 같습니다. 영국 대학에 재학 중인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 직장을 갖고 싶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유학생들은 보통 중산층 한국인들보다 훨씬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이렇게 한류는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심정은 제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이 참 낯설기만 하네요. "우리나라가 동남 아시아에서 이렇게 대세가 될 줄이야~" 한류의 진화를 기대해 봅니다.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