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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인의 독서 사랑, 부러우면 지는건데

by 영국품절녀 2011. 11. 25.


요즘에는 인터넷 서점의 빠른 배송, 할인된 가격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동네 책방에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동네 책방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가 않네요.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형 서점만 동네에 한 두 군데 있을 뿐이지요. 울 신랑이나, 영국 친구들만 봐도 대부분이 학업을 위한 책들을 온라인 사이트 아마존 등에서 구입을 합니다. 또한 아마존 등에는 상태가 좋은 중고 서적들을 판매하므로 굳이 새 책을 사지 않고도 원하는 책들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답니다. 울 신랑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지요.

한국이나 영국이나 큰 대형 서점을 가 보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요
. 제가 사는 캔터베리에는 대형 서점이라고 굳이 따지자면, 워터스톤스 (Waterstone’s)가 시내에 두 곳 있어요. 전 할 일이 없으면 항상 가곤 하는데요. 특별히 주말이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때에는 아무래도 가족 무리들이 많아 자녀들의 책 구입 및 선물을 위해 서점 내부가 시끄럽고 북적대지요.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사달라고 조르다가 울기도 하고 혼도 나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캔터베리 시내에 있는 Waterstone’s 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제가 영국에 와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바로 중고 책을 쉽고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영국인들이 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중고 서점 혹은 charity shop이 단연 인기지요. 중고 책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아주 저렴하거든요. 대부분이 좀 오래되었거나, 한 물 간 것들이지만, 가끔씩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캐내기도 한답니다.

 

울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바로 이런 중고 책 파는 곳이어서 자주 들르거든요. 저희는 이미 신랑과 저의 학업에 관계되는 중요한 책을 1,2 파운드에 몇 권 발견한 적도 있었어요. 특히 소설 책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의 책들은 중고 서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 곳에서 저렴하게 구입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나중에 한국 들어갈 때 짐 무게 때문에 책들은 여기서 사서 읽고, 주변 친구들에게 다 주고 가더라고요. 저도 그때 받은 영어책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저도 전에 한국 올 때 다 주고 왔어요. 그러니 괜히 돈 아깝게 한국에서 비싼 돈 주고 사지 말고, 영국에서 싸게 사서 남들 주고 오세요. ^^ 

 


                                      영국의 대표적인 charity shop Oxfam이에요.

 

참고로, 한국인과 조금 다른 영국인의 독서 습관에 대해 잠시 알려드릴게요.

저의 경우는 대형 서점을 가면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을 몇 권 선정해서 소파나 앉을 수 있는 곳으로 가지요
. 그리고 본격적으로 읽기에 돌입하지요. 그런데, 저처럼 그렇게 앉아서 장시간 서점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전에도 말한 적이 있을 거에요. 잡지 진열대 앞에서 집중해서 잡지책을 보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다고요여기 사람들은 대충 훑어 보고 책을 구입하는 것 같아요. 그냥 저처럼 공짜로 대놓고 이 곳에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은 역시 저 혼자 인 것 같았어요. (가끔 저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영국인은 아니더라고요.)

 

영국인들은 날씨가 좋을 때는 항상 밖에 나와 벤치나 잔디밭에 앉아서 책을 읽어요. 특히 점심 시간 그쯤에는 잔디밖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갑자기 어릴 적 영화를 보면 외국 대학생들이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이 참 부러웠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작년 여름에 햇빛이 너무 좋아 신랑과 함께 잔디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나왔다가, 몇 십분 도 읽지 못했어요. 햇빛에 눈이 따가워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자외선 때문에 전 좋아하지도 않고요. 그냥 전 남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대리 만족했어요.

 

영국 대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있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전공 서적인 경우도 있지만 가벼운 소설을 읽기도 하지요. 제 신랑 영국 친구 중 한 명은 공부는 주로 도서관에서 하지만, 꼭 자기 논문 교정이나 책을 읽을 때에는 학교 카페에 와서 합니다. 그곳이 좀 시끄러운 것 같으면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 책을 읽는 것 같더군요. 영국 젊은 친구들은 짬짬이 독서를 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보면, 친구를 기다리거나, 잠시 점심 식사 등 휴식을 취할 때 책을 읽더라고요. 그리고 점점 킨들을 통해 독서를 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아마존 킨들 판매량이 엄청 났다고 하지요. (출처: Amazon.co.uk)


조금 놀라운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영어 원문 서적은 그림은 거의 없고 조그만 활자만 빼곡히 차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번역서들은 보통 2~3권으로 나뉘어 내는 실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종이 질도 딱히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에 비해 한국 책이 종이 질과 디자인이 훌륭하고, 글자도 큼직큼직 한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오죽 책을 읽지 않았으면 표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려고 할까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한국의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의 독서량이 2002년 보다는 조금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입 입시와 토익 및 취업 준비를 위해 독서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영국에 오신 동안만큼이라도, 닥치는 대로 영어 소설책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요?
처음에 너무 어려운 책을 잡게 되면 속도가 나지 않아 금방 질리거나 포기하게 됩니다
.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골라야 하며, 활자가 많은 책보다는 그림도 함께 있는 좀 쉬운 책을 고르는 것이 좋겠지요. 신문이나 잡지도 괜찮아요. 아니면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들도 괜찮고요. 전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영화 “Eat, Pray, Love”를 영화로 보고, 다시 책으로 읽었어요. 그러니 책의 내용이 더 이해가 잘 되고, 모르는 표현은 찾아가며, 좋은 표현도 바로 익힐 수가 있더군요.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베스트셀러 작품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 한가지 더 조언을 드린다면, 책을 볼 때 큰 소리로 읽는 연습을 하세요. 그러면 읽고 말하는 능력을 한꺼번에 높일 수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영문 서적 읽는 습관을 가지시면, 한국 가서도 자연스럽게 한국어 책이든 영문 책이든 독서 습관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처럼 쉽고 싸게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영국의 중고 서점이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
한국도 동네마다 이런 중고 서점들이 잘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