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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인의 따뜻한 환대와 가정식, 감동이야

by 영국품절녀 2015. 10. 8.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오랜만에 이 곳을 통해서 인사 드리는 것 같네요. 지난 9월에는 새 학기 적응과 원고 마무리로 무척 분주한 한 달을 보냈습니다. 명절까지 끼어 있어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조금 때 늦은 포스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오늘은 저희 가족이 올 여름에 영국에서 만났던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를 애독해주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와 제 가족은 이번 여름에 학위수여식 참석차 영국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아기와 함께 한 여행이라 준비할 것이 무척 많았네요. 와이프(품절녀)도 볼일이 있었던 터라 아기까지 동반해야만 했습니다.

 

아기와의 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숙소입니다. 석사시절부터 저희 부부와 친하게 지내던 한인 분이 런던에 사시는데, 런던에 올 거면 꼭 머무르라는 부탁도 있고 해서 런던 쪽 숙소는 안심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학위 수여식이 열리는 캔터베리에서의 숙소가 막막했습니다. 사실 영국을 떠나기 전 저희가 다니던 영국인 교회 목사님께서 언제든지 영국에 오면 자신의 집에 머물라고 하셨기에 조심스럽게 연락을 해 보긴 했습니다만, 아뿔싸~~ 마침 그 시기가 목사님 내외의 휴가기간이라고 하는 겁니다. 고민 끝에 저희 부부와 친하게 지냈던 영국인 부부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영국 집

 

 

사실 영국에서 살면서 이들 가족과 가장 친하게 지냈었습니다. 서로 저녁 식사에 초대도 하며 – 물론 초대 받은 적이 훨씬 많습니다 – 그 분 막내아들이 저와 같은 전공이라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제가 책 몇 권을 선물로 주기도 했었습니다. 무엇보다 매년 성탄절 만찬에 초대해 준 것은 정말 잊지 못할 정도이지요. 그 분들 역시 저희가 캔터베리를 떠날 때 영국에 오면 편하게 연락하고 자신들의 집에 머물라고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그 분들의 여름 휴가 스케줄과는 겹치지 않아서 그 곳에서 묵기로 했지요. 저희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분 가족들에게 줄 선물 역시 잊지 않고 준비했습니다. 받은 환대에 비해서는 예산 사정이 빠듯한 저희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선물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요.

 

캔터베리에 있는 내내 그 분들의 환대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미 이메일을 통해 저희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시면서, 아기 침대와 장난감이 필요하다면 준비해 주신다고도 하시더군요. 저희는 이메일 속에 묻어나는 그분들의 따뜻함에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그분들의 가정에서 3박하는 동안 대접받은 저녁 식사 대공개~

 

 영국 가정에 초대받으면 종종 나오는 대표적인 영국 음식인

Sheperd Pie (양치기 소년(?) 파이)

 

마지막 저녁식사라 특히 신경 써 주신 듯한 크리스마스 정찬

 

베리를 직접 따서 만들어 주신 디저트 (Berries Oatmeal)

 

밤마다 고소한 향으로 직접 구워 아침에는 신선한 빵을 주셨어요.

버터에 발라 베어 물면 진짜 맛있어요.

 

이에 저희는 선물 외에 졸업식에 초대해서 조금이나마 환대에 보답하고자 했습니다. (영국 대학 졸업식은 티켓이 있어야 출입이 되며, 그마저도 구매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졸업식 후 저녁 늦게 도착한 저희는 집에 가 보니 또 한 번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를 픽업해 주신 남편 분은 우리가 집에 오면 배고플까 걱정이 되어 직접 구운 피자를 주시는 겁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홈메이드 피자를 보고 저와 품절녀님은 정신 없이 먹기에 바빴습니다. 행사에 강한 아기는 졸업식 내내 자다가 그제서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자기도 밥 달라는 신호였습니다.

 

 

그 분들에게 받은 환대의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저희가 졸업식 다음날 프랑스 파리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캔터베리 근처의 Ashford역으로 새벽 일찍 떠나야 했습니다. 저희는 캔터베리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부는 이른 새벽에 저희를 차로 약 30분 떨어진 Ashford 역까지 태워주시더군요. 이제는 황송하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저희도 차마 아기 때문에 사양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 이제 와서 생각하니 민폐 중의 그런 민폐도 없을 정도입니다.

 

저희는 떠나는 당일 그 분들께 Gift Card를 선물했습니다. 저희가 서울에서 준비해 간 것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안 받으시려고 해서 저희가 더 민망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무사히 제 시간에 역에 도착해 파리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도착 한 후 도저히 이대로 있기에 민망했던 저는 장문의 감사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답장이 오더군요.

 

"우리는 타인에 의해 사생활이 침해 받는 걸 즐기니 괜찮아요. 우리 역시 너희 부부와 아기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지내면서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너희가 떠날 때 일부 짐 – 아기 담요와 일부 아기 장난감 – 을 빠뜨리고 간 것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에 오면 꼭 연락해요."

 

 

박사 2년차 때 맞았던 성탄절 즈음이었습니다. 마침 그 때 품절녀님이 한국에 귀국을 했던 터라 혼자 성탄절을 맞이 했지요. 그 부부는 그 때 저를 성탄만찬에 초대해 주었지요. 저도 감사하게 초대에 응했지만, 전화로 조심스럽게 한국인 석사과정 한 명이 같이 있는데 동반하면 안 될지 문의했습니다. 물론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그 가족과 성탄만찬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그 한국인 학생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형님. 저는 오늘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저 영국인 가족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 그 때는 부부의 모든 자녀들도 함께였습니다 – 너무 아름답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영국 최고의 대학 출신으로 대학 교수이자 큰 회사 중역으로 각각 일하면서도 자선단체 봉사까지 열심인 그 분들을 보면서 저도 진정한 신앙인의 삶을 느꼈습니다. 그들이야 말로 종교인이 가져야 할 품성과 행위를 동시에 지닌 분 들이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에게뿐만이 아닌 캔터베리에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그 분들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아기와 함께 한 영국 여행.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그 분들을 보면서 저의 삶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화려하진 않아도 따뜻한 마음이 넘치는 영국의 가정식은 종종 그립습니다. 특히 성탄절에 먹었던 그 분들의 만찬이 12월이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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