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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인의 선불 커피의 온정, 한국도 시작

by 영국품절녀 2013. 5. 1.


영국인과 차(Tea)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깊은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영국 할아버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하시는 일이 주전자 물을 끓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 여름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에도 영국인들은 야외에서 뜨거운 차를 홀짝홀짝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어쩌면 한국인들이 한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뜨거운 삼계탕 국물을 마시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영국인들은 더우나 추우나 흐리나 맑으나 하루에도 차는 기본적으로 4잔 이상은 마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BBC 기사를 통해 "Suspended Coffee" 라는 캠페인을 알게 되었어요. 이미 한국에서도 블로그들 및 신문 기사에 소개한 바 있더라고요. 한국어로 바꾸면, "맡겨 놓은 커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저는 "차 한잔을 그대에게" 라고 붙여 봤어요. ㅎㅎ 참, 조국 교수님은 "선불 커피 운동" 이라고 이름을 붙여 트위터로 소개하시고, 이를 국내에도 널리 알리고 계시더라고요.

 

(출처: bbc.co.uk)

 

When you buy yourself a coffee at a participating cafe, you also pay for a second one - which can then be claimed by someone who cannot afford it themselves.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면요, 당신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구입 시, 자신이 마실 커피 한잔의 값과 함께 추가로 다른 한잔 값을 지불하는 거에요. 그 다른 한잔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차 한잔도 마실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한 것입니다.

 

영국인들에게 차(커피)는 생필품과도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차값이 영국 물가에 비해 상당히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스타벅스 커피 가격을 나라 별로 비교한 표를 보니, 영국이 물가 대비 커피 가격이 참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러니 여유로운 지역 주민들은 선불 커피를 구입하여 온정을 베풀고, 가난한 사람들은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윈윈 운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BBC)

 

매일 차 한잔 이상은 마셔야 산다는 영국인들에게는 참으로 따뜻한 지역 사회를 위한 캠페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스트 런던 Coffee7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출처: bbc)

 

차(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카페로 들어와서 서스펜디드 커피를 달라고 하면 된다. 당신은 차 한 잔을 무료로 달라고 할 때, 당신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증명을 요구하지 하지 않는다. 캠페인은 절대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 신뢰, 호의에 달려 있다. 우리 카페에 단골 고객 분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당일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은 경우에는 밖으로 나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차를 마시고 싶은지 물어보고 공짜로 커피를 제공한다.

 

(출처:bbc)
 

7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훈훈한 운동은 영국 전역에서 점점 인기를 더해가고 있으며, 이제는 러시아, 캐나나, 호주, 아시아, 유럽 등 세계적으로 수백개의 카페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미국에서만큼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곧 스타벅스에서도 이러한 캠페인이 진행 될 예정이라고 하니 반갑습니다.  

이에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선불 커피" 선행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 오고 있습니다. 로티 보이 체인점과 일부 음식점 등에서 선불 음식 및 커피 계산을 해 놓는 자발적인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워 밥 한끼, 차 한잔 마시지 못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더없는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 영국인 할아버지는 국제적인 자선 행사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과 관심이 요구된다고 하면서, 선불 커피 행사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셨습니다.

 

착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지역 주민 (출처: BBC)

 

참, 제가 사는 동네의 웨이트로즈는 지역 주민을 위해 고객 카드 소지자의 경우, 매일 레귤러 사이즈의 커피와 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피 혹은 차가 마시고 싶으면, 웨이트로즈에서 무료로 차 한잔의 여유를 종종 누리고 있지요. 제가 자원봉사 카페에서도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Homeless) 혹은 가난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점심과 차 한잔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답니다.

 

 

웨이트로즈 차 (커피) 한잔의 온정이 저에게도~~  (가격 £1.55)

 

요즘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아우성인데요, 이럴 때일 수록 여유로운 사람들의 작은 선행이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는 무한한 감동을 줄 것 같아요. 물론 영국 차값에 비해, 한국의 커피(차)와 밥값이 더 비싸기도 하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선불 커피 혹은 음식 운동이 슬슬 일어난다고 하니 제 마음까지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시작 단계이지만, 착한 운동이 전국적으로 더욱 더 알려지고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캠페인은 신뢰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이를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하네요.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역 주민들의 온정이 꼭 제대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5월의 첫 날입니다. 훈훈한 소식과 함께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오월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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