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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인의 전쟁 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방식

by 영국품절녀 2013. 7. 2.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은 지난 토요일, 근처의 작은 타운에 쇼핑하러 나갔다가 본 감동 깊은 행사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번 저의 글을 통해서 전쟁을 조금 유쾌하게 기념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글을 올렸는데요. 아무래도 저의 필력이 시원찮아서 그런지 제 뜻과 조금 다르게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이 행사에서 느낀 점을 써보면서, 이전 글에 대한 해명도 어느 정도 될 듯 합니다.

6월 들어서 학술회의 준비와 아르바이트로 이래저래 꽤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 스스로가 한 달 동안 쉬지를 못했습니다. 마침 하나 있는 운동화도 너덜너덜해져 큰 맘먹고 하나 구매하러 캔터베리에서 기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 버스로는 약 1시간 -  Ashford라는 작은 동네에 갔습니다. 제가 사는 캔터베리 자체가 조그만 동네라 비교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 타운센터 한복판에서 아주 뜻~ 깊은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지난 토요일이 (6월 29일) Armed Forces Day국군의 날 – 이었습니다. 2006년부터 매년 6월 마지막 토요일에 기념되는 행사라고 합니다만, 공식 휴일은 아닙니다. 원래는 "전쟁 유공자의 날 (Veterans’ Day)" 라는 명칭으로 지켜지다가 2009년부터 "국군의 날 (Armed Forces Day)" 로 바뀌었다고 하는군요. 오랜 군사 전통을 가진 영국에서 이런 날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긴 합니다. 아무래도 지역마다 각각 비슷한 행사가 있기는 했을 것입니다만, 보다 효율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정부에서 하나로 통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날을 기념하는 목적은 두 가지라고 합니다.

우선 옛 기념일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전쟁 유공자들을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지요. 아울러, 과거부터 오늘 날까지 군에 복무하는 군인 및 그들 가족에게, 국가와 온 국민이 그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조그만 마을 행사였지만, 행사의 규모나 엄숙함은 결코 작지 않아 보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제는 나이가 지긋하신 전쟁 유공자 분들 및 미망인들이 가족과 함께 한 곳에 모여 행사를 참여하고 거리의 음악회를 지켜 보셨습니다. 이제 할아버지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용맹스러운 전쟁 영웅의 위엄은 더 이상 느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낡은 양복 가슴에 달려 있는 훈장은 그들의 과거 임무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더군요. 특히 네팔 출신으로 영국군에 복무하고 이 곳에 정착한 과거의 전사들은 오랜만에 따뜻해지는 날씨를 음악과 함께 즐기며 두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 같았습니다.

 

 

 

 

 

 

직접 찍어 온 레미제라블 OST 중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사실 이런 행사 자체는 한국에서도 현충일이나 국군의 날 정도에 지역에 따라 하기는 합니다만, 몇 가지 다른 점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무엇보다 여러 군 관련 자선 단체들이 몇몇 부스를 설치해서 대중들과 호흡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옛 노병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의 부스에서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 특히 어린이 및 젊은이들에게 - 친절하게 그 단체의 설립 목적 등을 설명해 주고,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수익금은 퇴역 군인을 돕는 데에 사용되는 듯 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까지 팔고 있더군요. ㅎㅎ

 

 

또한 특정 장소 – 기념관이나 군 부대 – 가 아닌 보통 대중들이 다니는 시내 한복판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라기 보다 일반 대중들과 더 밀착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영국은 지역마다 시내 중심지에 이런 장소가 있어서 이런 행사를 쉽게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래도 공휴일이 아니어서 미쳐 그 날을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시내에 나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포스팅했던 글에서 "유쾌하게" 라는 말은 이런 의미였습니다. 영국이 지금까지 수행한 전쟁 중에서 자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던 전쟁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특히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영국 내에서도 반대가 꽤 있었지요. 제가 석사과정에 있던 시절에는 이라크 전쟁 사망자들에 관한 뉴스가 꽤 자주 1면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전쟁의 당위성과는 별도로 영국인들이 현역 군인 및 과거의 전쟁 유공자를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호의적인 것 같습니다. 군 복무를 국가 및 국민에 대한 고귀한 헌신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대중의 인식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항상 대중과 호흡하려고 하는 영국군 및 군 관련 자선 단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상이 군인에 대한 영국 정부의 지원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전우들은 부상당한 전우를 잊지 않고 별도의 도움을 주고 있네요.

 

 

"HEROES 라는 단어가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 한국의 뉴스에서 어린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한국 전쟁 발발 연도를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른다 – 사실 한자에 약한 젊은 층에게는 조금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는 소식에 저도 놀라긴 했습니다. 사실 교과서나 책에서 글이나 사진으로만 본 어린 학생 및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한국 전쟁은 실생활과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한국과 영국의 처한 환경이 크게 다르기는 합니다만, 영국과 같이 군과 대중이 함께 호흡하고 접촉하면서 과거의 전쟁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젊은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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