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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인이 궁금해하는 한국 외식값이 싼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3. 6. 6.

영국에 온 지 약 한 달 정도 된 한국 지인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분과 처음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 주제 중에 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어요. 원래 처음에 영국에 오면 한국과 다른 점 등에 대해 묻곤 하는데요, 그 중에서 그녀는 주부답게 영국의 식재료 가격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영국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데 

"식재료(채소, 과일 등)" 만큼은 한국보다 싼 것 같다.

 

 

 (출처: Google Image)

 

영국은 물가가 엄청 비싸다고만 들어서 알고 있던 그녀로서는 실제로 장을 볼 때마다 한국보다 더 싼 식재료들을 보면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하네요.

왜 이리 싸?? 진짜 싸다~~ 

 

함께 장을 보던 영국인 남편이 이렇게 묻더랍니다.

한국 식재료가 비싼데,

외식비는 그렇게 싼 거야?

 

그녀의 영국인 남편은 한국 모 대기업과 파트너쉽을 맺고 있어서 작년 내내 한달에 한 두번씩은 서울로 출장을 갔는데, 출장 기간 내내 매일 갈비 및 불고기를 먹었다고 합니다. ㅎㅎ

 

저도 그 분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을 했습니다. 제 주변의 한국 주부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외식 비용이 상당히 비싼 영국에서는 주부들이 직접 음식을 하는 것이 가장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저희 부부 역시도 두 손에 식재료 등이 가득 든 쇼핑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는 대화가 항상 있어요.

우리 이 돈으로 한국에서는 이렇게 많이 못 샀었는데....

역시 식재료는 영국이 훨씬 싼 것 같지 않아??

 

하지만 영국이 무조건 한국보다 식재료들이 싸다고도 말 할 수는 없습니다. 

단, 제가 느끼기에는 영국이 유제품, 채소, 과일 등의 가격은 꽤 싼 것 같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한국에 비해 영국은 식재료들이 질에 따라 가격의 다양성이 크게 존재합니다.

실제로 어디서나 식재료는 경로와 원산지와 경로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에서도 중국산이면 싸고, 국내산이면 비싸니까 음식점들은 음식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국내산보다는 중국, 미국, 호주 등 외국 수입용을 사용하는 곳도 많겠지요. 또한 백화점, 마트 등의 식재료는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재래 시장의 식재료는 쌉니다. 게다가 직접 지방의 농장에서 직배송을 받게 되면 더 싸게 구입도 가능하지요.

 

마찬가지로 영국도 농장(채소 가게), 새벽 시장 등지에서 식재료를 무척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영국에서는 대형슈퍼도 급이 있어서 질적인 면에서 식재료의 가격 차이가 큽니다. 어떤 곳에서 구입을 했는지에 따라 같은 채소, 과일이라도 가격 차이가 꽤 심합니다. 다만, 한국과 다르게 영국에서는 식재료가 비싸면 확실히 품질이 좋고 맛도 좋으므로 비싸더라도 신뢰하고 구입할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출장을 자주 가는 영국인 아저씨가 물어 본 질문??

식재료의 가격은 한국보다 영국이 의외로 저렴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왜 한국의 외식 비용은 싼 것일까요?

 

제가 나름대로 생각을 해 봤어요. 주변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말이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양 - 한국 음식의 조리법 및 식재료 이용의 차이"도 있겠지만요,

가장 큰 차이는 "싼 노동력"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국에 비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예- 영국: 약 만 천원 - 한국: 약 4천원) 일맥 상통하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중국인 친구는 "한국 외식비 너무 비싸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마도 중국 외식 비용이 낮은 이유도 노동력이 한국보다 더 싸고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국에서는 노동력이 투입되면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노동력의 임금이 높으니까요. 따라서 외식 비용도 당연히 비싸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더 이상 경영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보통 저희 부부가 외식을 하면 드는 비용 (음료 + 메인 음식)은 £20 ~ 30 정도 들어요. (평균 4-5만원)

디저트까지 먹으면 더 들 거에요. 그래서 외식을 자주는 못해요.

 

이런 이유로 영국에 있는 일부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슈퍼에서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다름아닌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영국에 있는 여느 레스토랑들보다 음식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는 영국의 저렴한 식재료비, 비싼 외식비를 보면서, 한국의 착한(?) 가격의 음식점들이 떠올랐습니다. 종종 맛집 블로거들의 포스팅의 사진들을 보면, 상다리가 휘청할 정도로 수많은 반찬들과 밥, 국 등 진수성찬이 나옵니다. 그런데도 가격은 정말 영국에서 먹는 요리 하나 가격의 반도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싼 가격에 맛까지 좋으면 손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금상첨화겠지요. 이런 음식점들에 맛집 블로거들의 찬사는 이어지는게 당연하고요, 댓글들 역시 칭찬 일색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질 좋고 맛있는 음식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외식값이 너무 저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그래도 이윤이 남으니까 계속 가게 운영을 할 수 있는 거겠지요? 혹시 가족, 친척들로 직원이 구성되어 노동력 제공에 따른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무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면 노동력의 임금을 터무니없이 낮게 잡고 있는 한국의 노동 현실인가요?

 

최근 영국은 작년에 비해 외식 비용이 2배 이상이나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메인 코스의 평균 가격이 £10(만 팔천원)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 이유는 영국인들이 점점 고급스러운 음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한국도 점점 외식 비용이 높아지고 있어 점심 도시락을 직접 싸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외식 비용이 싼 이유는 "노동력 임금이 저렴해서" 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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